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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스토리] 공식 에이전트 시대, 돈보다 진정한 동반자 돼야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1-25 08:41


스포츠조선DB.

"돈만 받아주는 게 아니라, 선수에게 냉철한 현실을 설명해줘야 한다.'

롯데 자이언츠는 오프시즌 화제의 팀이다.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황재균(kt 위즈) 손아섭 민병헌 등 굵직한 FA(자유계약선수) 선수들의 이적, 잔류에 직접 연관이 됐다. 시장은 문이 닫혀가는 시점인데, 자신들 소속이었던 FA 최준석이 갈 곳을 못찾고 미아 신세가 될 위기에 처하자 연일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아무리 개인 성적 하락세라고 해도, 14홈런 82타점을 기록한 타자가 롯데의 '무상 트레이드' 홍보에도 불구하고 갈 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컬하다. 최준석에 가려져 있지만, 이우민도 아직 새 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두 사람 모두에게 재계약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롯데 이윤원 단장은 "두 선수 모두 롯데를 위해 열심히 해줬다. 하지만 우리는 일찍부터 정한 선수단 운용 방안이 있다. 거기에 두 사람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우리 팀에서는 뛸 수 없지만, 어디서든 선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게 돕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미 각 팀들의 전력 구성이 끝난 시점이다.

이 단장은 두 사람의 얘기를 하며 '현실'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FA 신청은 선수의 권리지만, 이도 현명하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 상황, 자신의 경기력 등을 냉철하게 판단해야 득이 되지, 섣부른 판단은 독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용규(한화 이글스)가 좋은 예다. FA 자격을 얻었지만, 외야 대어들이 시장에 많이 나온 것과 좋은 개인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 요소들을 묶어 FA 신청을 하지 않았다.

여기서 에이전트의 역할론이 나올 수 있다. 최준석과 이우민 모두 에이전트가 있다. 사실 공식 에이전트는 아니다. KBO 리그는 이제 막 에이전트 시대 문을 열었다. 최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과 주관해 공식 에이전트 시험을 치렀고, 합격자 발표가 됐다. 하지만 프로 시장에서는 2~3년 전부터 비공인 에이전트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그렇다면 에이전트는 두 사람에게 도움을 준 게 뭐가 있을까. 이우민의 예를 들어, 구단의 코치 제의는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롯데는 프랜차이즈 선수로 오랜 기간 성실하게 운동해 온 이우민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우를 했다. 이우민은 야구를 하고 싶었다. 선수로 희망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FA 신청이었다. 하지만 갈 팀이 없을 법한 냉정한 현실을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최준석과 이우민 사례만 그런 게 아니다. kt 위즈와 협상중인 이대형도 마찬가지다. kt의 만족스럽지 못한 조건에 계약을 망설이고 있는 이대형인데, 무릎 부상 여파가 있으니 FA 신청을 1년 미루고 올시즌 돌아와 건재함을 알리는 게 더 나은 판단일 수 있었다.

에이전트는 계약이 체결돼야 돈을 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계약이 될 수 있다고,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 황재균(kt 위즈)과 손아섭(롯데)이 2015년 미국 메이저리그 포스팅 무응찰 수모를 당한 것도, 에이전트들의 입김에 선수들이 넘어갔다는 얘기가 많이 돌았다. 계약에 대해 희망적인 설명만 하니, 선수들은 도전 의사가 생기는데 현실 상황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에이전트 입장에서는 계약이 안돼도 자신들은 손해볼 게 없으니 그만이다.

이제 한국 프로야구도 공식 에이전트 시대를 맞이했다. 그런만큼 에이전트들도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해야한다. 이번 오프시즌 대형 계약을 체결한 FA 선수 다수가 한 에이전트를 고용했다. 돈 잘받아준다고 소문이 나 손님이 많아졌다. 하지만 구단 사이에서 흥정이 도가 지나쳤다는 얘기가 많다. 기본적 상도의도 지키지 않고 몸값 부풀리기에만 열을 올리자, 한 구단은 계약 직전 포기를 해버린 일도 있었다. 다른 팀은 앞으로 이 에이전트를 고용한 선수와는 절대 계약하지 않겠다는 내부적 방침까지 세웠다고 한다. 단순히, 선수에게 돈만 많이 받아주는 역할이 아닌 진정한 선수의 동반자가 돼줘야 상호간 건강한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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