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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받아주는 게 아니라, 선수에게 냉철한 현실을 설명해줘야 한다.'
이 단장은 두 사람의 얘기를 하며 '현실'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FA 신청은 선수의 권리지만, 이도 현명하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 상황, 자신의 경기력 등을 냉철하게 판단해야 득이 되지, 섣부른 판단은 독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용규(한화 이글스)가 좋은 예다. FA 자격을 얻었지만, 외야 대어들이 시장에 많이 나온 것과 좋은 개인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 요소들을 묶어 FA 신청을 하지 않았다.
여기서 에이전트의 역할론이 나올 수 있다. 최준석과 이우민 모두 에이전트가 있다. 사실 공식 에이전트는 아니다. KBO 리그는 이제 막 에이전트 시대 문을 열었다. 최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과 주관해 공식 에이전트 시험을 치렀고, 합격자 발표가 됐다. 하지만 프로 시장에서는 2~3년 전부터 비공인 에이전트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에이전트는 계약이 체결돼야 돈을 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계약이 될 수 있다고,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 황재균(kt 위즈)과 손아섭(롯데)이 2015년 미국 메이저리그 포스팅 무응찰 수모를 당한 것도, 에이전트들의 입김에 선수들이 넘어갔다는 얘기가 많이 돌았다. 계약에 대해 희망적인 설명만 하니, 선수들은 도전 의사가 생기는데 현실 상황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에이전트 입장에서는 계약이 안돼도 자신들은 손해볼 게 없으니 그만이다.
이제 한국 프로야구도 공식 에이전트 시대를 맞이했다. 그런만큼 에이전트들도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해야한다. 이번 오프시즌 대형 계약을 체결한 FA 선수 다수가 한 에이전트를 고용했다. 돈 잘받아준다고 소문이 나 손님이 많아졌다. 하지만 구단 사이에서 흥정이 도가 지나쳤다는 얘기가 많다. 기본적 상도의도 지키지 않고 몸값 부풀리기에만 열을 올리자, 한 구단은 계약 직전 포기를 해버린 일도 있었다. 다른 팀은 앞으로 이 에이전트를 고용한 선수와는 절대 계약하지 않겠다는 내부적 방침까지 세웠다고 한다. 단순히, 선수에게 돈만 많이 받아주는 역할이 아닌 진정한 선수의 동반자가 돼줘야 상호간 건강한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