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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미저리 고구마 서지혜…'흑기사', 사이다가 필요한 때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01-18 10:35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집착도 병이다.

KBS2 수목극 '흑기사'가 서지혜의 광적인 집착과 질투로 극을 이끌어나가며 시청자를 질리게 하고 있다.

17일 방송된 '흑기사'에서는 정해라(신세경)을 살해할 계획을 세우는 샤론(서지혜)의 모습이 그려졌다. 샤론은 정해라가 문수호(김래원)에게 선물받은 은반지를 발견하고 질투심에 불타올랐다. 그는 정해라의 은반지를 자신의 손가락에 끼웠다. 그러나 '구천지귀' 문신이 붉게 타오르며 발작을 일으켰다.

장백희(장미희)는 반지를 탐내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샤론의 질투는 멈추지 않았다. 정해라와 몸싸움까지 벌이며 집착을 보였다. 문수호는 그런 샤론에게 게스트하우스에서 나가줄 것을 부탁했지만, 샤론은 정해라의 은반지를 훔쳐 모조품을 만들고, 진짜 은반지는 녹여 은장도 칼날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 은장도로 정해라를 죽일 계획을 세운 것.

물론 샤론의 질투와 집착에도 이유는 있다. 그토록 갈망했던 문수호의 사랑을 받지 못한 과거의 상처로 성격이 완전히 뒤틀려버렸다는 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이 사실은 정해라의 것이었다는 걸 알고도 어떠한 반성도 없이 끊임없는 악행을 저지르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질리게 만들었다.

'흑기사'는 아직 작품이 가진 매력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흑기사'는 문수호 부친 사망 사건에 감춰진 미스터리라는 가능성을 쥐고 있다. 정해라의 부친과 문수호의 부친이 심하게 다투는 걸 목격한 이들이 등장하고, 방송 말미 문수호의 이름이 적힌 헝겊 라벨과 백골 사체가 발견되는 등 조금씩 미스터리를 풀어가고 있긴 하지만 그 전개 속도는 턱없이 느리다. 대체 언제쯤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고, 문수호는 제목대로 '흑기사'가 될 것인지 타이밍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 하나의 미스터리를 질질 끄는 것은 최근 시청자 트렌드가 아니라는 걸 아직 깨닫지 못한 모양새다.

대신 도를 넘은 샤론의 집착과 질투, 이기심 가득한 행보만 주구장창 보여주면서 보는 이들의 속을 갑갑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샤론의 존재감과 그 캐릭터를 풀어내는 서지혜의 연기는 강력하다. 그리고 이것이 극 초중반 시청률과 화제성을 잡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인기에 기대 메인스토리와 캐릭터 비중이 흔들리다 보니 극은 갈 길을 잃고 표류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

더욱이 17일부터는 SBS '이판사판' 후속작인 '리턴'이 스타트를 끊었다. '리턴'은 고현정을 필두로 한 봉태규 한은정 신성록 등 배우들의 열연과 자극적이지만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첫 방송부터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런 상황에서 '흑기사'가 지금과 같이 지지부진한 전개를 이어가다가는 언제든 시청률 1위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는 노릇이다. 실제로 17일 방송분 시청률을 살펴보면 '흑기사'의 아성도 위태롭다. 이날 방송된 '흑기사'는 7.9%(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방송된 '리턴'은 6.7%, 8.5%의 시청률을 보였다. 물론 평균 시청률로 따지면 '흑기사'가 근소하게 앞섰지만, '리턴'의 2부 시청률은 '흑기사'를 넘어선 만큼 시청률 왕좌를 담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제는 '흑샤론'에 기댄 미저리 고구마 전개가 아닌, '흑기사'의 사이다 전개가 필요할 때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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