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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그가 연기하는 준우는 정체불명의 존재들을 피해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생존자. 어느 날 아침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공격하는 이들로 인해 혼란에 휩싸이고 패닉에 빠진다. '꼭 살아남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메시지를 끝으로 전화, 인터넷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고립된 준우는 극한의 공포 속에서 생존을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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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준우의 트레이드 마크인 탈색 머리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원래는 가발을 시도했다. 이 영화 전에 촬영을 마친 '소리도 없이'(미개봉작)에서 삭발을 했다. 변화를 주고 싶어서 긴 머리 가발을 쓰고 첫 촬영까지 마쳤다. 가발을 쓸 생각에 원래 머리를 하얗게 탈색을 했었는데, 그 스타일을 제작사 대표님이 보시더니 마음에 들어하셨다"며 "가발 쓴 머리와 안 쓴머리를 가지고 스태프들끼리 투표도 했었다. 의견을 모은 끝에 탈색머리가 인물의 개성을 살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결정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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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은 이날 인터뷰에서 '#살아있다'에 대해 "익숙한 장르물인데 인물을 다루는 태도가 다른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소수의 인물들이 마지막까지 이끌어 가고 인물들의 감정이나 내면에 깊숙이 들어간다는 게 불안한 점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장점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 돈으로 쳐버라지 않아도 재미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나리오에서부터 군더더기가 없고 아주 속도가 있어서 좋았다. 아주 시원하게 밀고 가는 영화였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또 다른 좀비 영화 '반도'(연상호 감독)와의 비교에 대해 묻자 그는 "한국 영화가 개봉 시기를 잡는 것조차 힘든 상황인데 우리 영화가 비교적 초반에 개봉 시도를 하는 영화가 됐는데, 다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며 "좀비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이 있지만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분들도 전혀 다른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다른 영화 촬영 때와 비해 비교적 많이 냈다는 유아인은 "작년에 촬영했던 영화 두 편이 모두 신인 감독님의 작품이었다. 제가 원래 신인감독님과 작품을 한 적이 없었다.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면서 조금 다른 적극성 같은 것들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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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전에는 내가 의견이나 의심이 있어도 이야기하는 걸 꺼려했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면 그랬던 부분들이 다 눈에 보이더라. 유아인이라고 하면 의견을 적극적으로 펼칠 거라고 생각하시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현장 속에서는 주변에 모든 분들이 다 선배님들이고 어른들이지 않나. 그래서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두려움이 컸던 게 사실이다.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면 오히려 건방지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신인 감독님과 함께 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여유, 소통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극중 좀비들과 연기 호흡에 묻자 "좀비와 함께 하는 연기는 정말 편했다"며 웃었다. "그들과 연기하고 나서는 모니터를 보는 게 편했다. 되려 블루스크린을 보고 연기를 해야 한다거나 벽을 보고 연기해야 한다거나 영화 속에서 카메라를 보고 연기를 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들이 더욱 어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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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를 통해 데뷔 이후 처음 장르물에 도전한 유아인은 그동안 장르물을 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묻자 "원래 진지한 걸 좋아했다. 괜히 딥(deep)한 작품을 좋아하고 일부러 찾았다. 물론 그런 작품을 지금도 좋아하지만 그런 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이 들더라"고 답했다.
이어 "지금보다 더 어린 배우였을 때는 어린 배우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10대, 20대 배우에게서 보여드릴 수 없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러 경쟁력을 가진 배우이고 싶었다"며 "30대로 오게 되고 그런 시기를 거치고 과거와 작별하게 되니까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편안한 연기를 힘 있게 보여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좀 편해진 느낌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요즘은 '나 혼자 산다'에도 나가지 않냐"며 웃었다. 이번 주 방송될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처음으로 사생활을 공개할 예정인 유아인은 "이제는 조심스러워하던 것 조차도 조심스럽지 않게 느껴진다.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고 경험을 해보고 싶다. 진지하게 땅굴만 파는 건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흥미로운 유아인의 새로운 지점을 인식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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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때부터 30대가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배우로서 놀라운 성취를 보여준 유아인. 그는 인터뷰 내내 배우로서의 목표와 삶에 대한 깊은 고민과 생각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전했다. "대구 촌놈이 서울 상경해서 단순하고 세속적인 욕망들은 다 이뤘다. 제가 목표를 할 수 있는 것들은 놀랍게도 성실히 해왔다고 생각했다"고 솔직히 입을 연 그는 "이제는 그런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목표 보다는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갖게 되더라. '앞으로 나를 어떻게 써먹으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고민을 하다 보니 이제는 그 어떤 목표를 세우고 그것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매순간 벌어지는 것들에 대해 최선을 다해 나가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살아있다'는 단편 영화 '진'(2011)을 연출한 조일형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유아인, 박신혜가 출연한다. 6월 24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U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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