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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마우스피스'(mouthpiece). 보통 복싱 선수들이 입안을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는 용구다. 구기 종목 중에선 야구 선수들이 마우스피스를 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16일 전북-포항 스틸러스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7라운드에서 김민혁의 마우스피스는 단연 눈에 띄었다. 센터백 김민혁은 후반 14분과 후반 추가시간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해 전북의 동점골과 역전골에 관여했다. 득점 직후 광란의 세리머니를 할 때 앞니에 들러붙은 흰색 마우스피스가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김민혁은 경기 하루 뒤인 17일 스포츠조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일본 J리그에서 뛸 때는 (김)민우형(수원 삼성)과 같이 마우스피스를 했다"며 "현재 K리그에서 마우스피스를 한 선수는 나 말고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은근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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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전북에 입단한 뒤 초반에는 마우스피스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FC안양과의 FA컵 경기에서 같은 부위를 다쳤다. 그날 이후 마우스피스를 다시 끼고 있다."
그날 김민혁과 충돌한 선수는 조규성이다. 조규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안양에서 전북으로 이적했다.
김민혁은 "그날 팀도 패하고, 치아도 다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조)규성이가 SNS 메시지로 사과를 하더라. 전북에 와서는 그 일로 따로 얘기해본 적은 없다. 성격이 워낙 좋은 친구라, 장난만 친다"며 웃었다.
김민혁의 마우스피스는 어떤 의미에서 '패션'이다. 경기에 입고 나갈 유니폼색에 맞는 마우스피스를 준비한다. 포항 원정에선 그래서 흰색 마우스피스를 꼈다. 홈 경기에는 형광색을 준비한다. 그는 "일본 치과의사가 맞춰준 마우스피스 중 공교롭게 전북의 형광색이 있었다. 형광색, 흰색 포함 총 3가지가 있다"고 귀띔했다.
불편하진 않을까. 김민혁은 "처음엔 적응이 안돼 불편했다. 그런데 적응을 어느 정도 한 지금도 힘들긴 하다. 경기 중 시간이 생길 때 잠시 뺐다가 다시 낀다. 호흡이 바짝 올라왔을 때는 한번씩 빼야 한다. 안그러면 너무 힘들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은퇴할 때까지 끼어야 할 운명"이라고 했다.
김민혁은 팀내 최다득점자이자 '리빙 레전드' 이동국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지도자 연수로 자리를 비운 첫 경기에서 '영웅놀이'를 했다. 올 시즌 주전 경쟁에서 한발 밀린 그는 이 경기를 통해 모라이스 감독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그는 "무조건 경기 뛴다는 보장은 없다. 경쟁해야 한다. 마음 편히 뛰다보면 더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했다. 모처럼 출전한 경기에서 골까지 넣어 솔직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전북은 7경기에서 6승(1패)을 쓸어 담았다. 승점 18점으로 단독 선두를 달린다. 하지만 지난해 전북과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친 울산이 5승2무 승점 17점을 기록, 턱밑에서 추격 중이다. 같은 날 강원FC를 3대0으로 대파했다.
지난해 입단 첫해 K리그 우승을 경험한 김민혁은 2파전 양상에 대해 "울산이 치고 올라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매 경기 신경을 집중해 계속해서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 핵심 미드필더 윤빛가람은 앞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울산의 우승 가능성을 '90%'로 예상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김민혁은 "그럼 저는 99.9%로 하겠다"고 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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