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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두산-넥센, 이적 外人투수 3인방에 거는 기대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8-01-05 10:28


두산 베어스에서 kt 위즈로 이적한 더스틴 니퍼트. 김경민 기자 kyungmi@sportschosun.com

이번 스토브리그서 주목할 현상 하나는 외국인 선수들이 유니폼을 바꿔 입는다는 것이다.

벌써 3명의 선수가 KBO리그 내 소속팀을 바꿨다. kt 위즈 더스틴 니퍼트, 두산 베어스 조쉬 린드블럼, 넥센 히어로즈 에스밀 로저스가 그들이다. 원소속팀과 재계약하지 않고 새 팀을 찾은 것이니 '이적(移籍)'이나 다름없다. 2015~2016년 한화 이글스에서 뛰었던 로저스는 1년 6개월의 공백기를 가졌지만, 한화가 아닌 넥센의 일원이 됐다는 점에서 역시 특별한 시선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니퍼트는 두산 베어스가 효용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떠난 것으로 봐야 한다. 불과 2년전인 2016년 22승을 거두고 지난 시즌에도 14승을 따낸 에이스를 단칼에 내친 것은 구단 자체 평가가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연봉 210만달러를 받은 니퍼트는 재계약 시 25% 이상 깎을 수 없다는 외국인 선수 규약에 따라 두산으로선 157만달러 이상을 보장해줘야 했다. 이마저도 아깝다는 게 두산 프런트의 판단이었다.

니퍼트는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 최악의 경우 대만이나 호주 리그를 두드릴 상황도 아니었다. 결국 KBO리그 잔류가 최선의 시나리오였던 셈인데, 숨죽이고 있던 kt가 전격 영입했다. kt는 지난해 11월 라이언 피어밴드와 재계약할 때 기존 투수 돈 로치와도 '웬만하면' 재계약할 계획이었다. 즉 피어밴드와 함께 선발 마운드를 이끌 확실한 1선발감이 나타나지 않으면 로치와 함께 하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로치는 지난해 4승15패, 평균자책점 4.69를 올려 연봉 85만달러의 기대치를 채우지는 못했다. kt는 로치보다 더 나은 투수와 접촉하고 있었지만, 상황의 여의치 않자 고민 끝에 니퍼트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다면 kt는 니퍼트가 에이스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것인데, 두산 시절의 포스를 뿜어낼 수 있을까. 니퍼트는 올해 만 37세다. 투수로는 '환갑'에 가까운 나이다. 이미 이닝이터, 즉 이닝을 소화하는 능력은 하락세로 돌아선 지 오래다. 6이닝 정도면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2015~2016년, 니퍼트의 선발 경기당 평균 투구이닝은 6.05이닝이었다. 2011~2012년, 초창기 시절 평균 6.52이닝을 소화한 것과 비교하면 체력 측면에서 한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kt는 15승 안팎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두고봐야 하는 일이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두산 베어스로 옮긴 조쉬 린드블럼.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린드블럼은 경우가 좀 다르다. 롯데가 반드시 잡겠다고 했지만, 조건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바람에 협상이 결렬됐다. 린드블럼은 지난 시즌 7월 대체 선수로 재입단해 연봉 47만5000달러를 받았다. 풀시즌으로 환산하면 95만달러다. 지난해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과정에서 린드블럼이 큰 힘을 보탰기 때문에 인상 요인은 충분했다. 그러나 시각 차가 있었다. 롯데는 기존 브룩스 레일리의 재계약 조건인 117만달러 이상을 주기는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린드블럼은 그 이상을 요구했다. 결국 린드블럼은 두산과 145만달러에 계약했다. 그렇다면 린드블럼은 두산이 바라는 에이스가 될 수 있을까. 롯데는 당초 레일리와 린드블럼의 원투 펀치면 그런대로 편안하게 시즌을 치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두산 역시 린드블럼이 니퍼트가 했던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닝소화능력과 다양한 구종, 안정된 제구력 등 장점이 여전히 살아있는 린드블럼이 15승은 따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특히 타자친화적인 사직구장을 떠나 투수친화적인 잠실구장에서 더욱 안정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로저스는 한화 시절 150㎞를 웃도는 강속구와 커터, 빠른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KBO리그 타자들을 압도했다. 하지만 팔꿈치 부상 경력과 튀는 행동으로 한화와 결별했다. 로저스는 한화를 떠난 직후인 2016년 7월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아 1년간 재활에 매진했다. 지난해 7월 워싱턴 내셔널스 산하 트리플A에 입단해 7경기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도미니칸윈터리그에 참가하던 중 넥센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넥센은 150만달러를 제시했다. 기존 에이스 밴헤켄을 포기한데다 구단 외국인 계약 사상 최고액을 안겨줬다는 건 그만큼 에이스로서 기대감이 크다는 의미다.

완투를 거듭하며 10경기에서 6승2패, 평균자책점 2.97을 올렸던 2015년 후반기의 기량을 로저스가 지니고 있다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다. 넥센은 로저스가 건강을 유지하면서 풀타임을 던진다면 15승을 보장할 수 있는 투수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 3명에게 올시즌은 일종의 '재활용' 테스트 무대라고 볼 수 있다. KBO리그가 새 무대도 아니고 늘 상대했던 타자들을 상대한다는 점, 한국 야구 문화를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기대를 걸만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팔꿈치 수술 후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 던지다 올해 넥센 히어로즈에 입단하게 된 에스밀 로저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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