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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합류 한달, 팀의 중심이 된 정성훈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2-19 09:59


◇KIA 타이거즈 정성훈이 일본 오키나와 킨구장에서 진행중인 스프링캠프에서 3루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오~ 후니! 후니, 나이스!"

일본 오키나와 킨구장에서 치러지고 있는 KIA 타이거즈의 스프링캠프. 김민호 수비코치의 주도로 내야 수비훈련이 한창 진행되던 때, 한 선수의 움직임에 동료들이 찬사를 보냈다. 그가 3루 포지션에서 타구를 잡아 1루와 홈, 그리고 2루로 날카롭게 송구할 때마다 이를 보던 동료들로부터 감탄사와 격려의 환호가 터져나왔다. "후니! 나이스 후니!" 이는 현재 KIA 야수진 중 최고참인 정성훈(38)의 애칭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정성훈이 KIA 유니폼을 입은 지 꼭 한 달이 됐다. 지난달 18일 KIA와 계약한 정성훈은 당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새 유니폼과 장비를 받았고, 선수단과도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한 달이 흘렀다. 과연 정성훈은 새 팀에서 얼마나 잘 적응하고 있을까. 언뜻 보기에는 난관이 많은 듯 했다. 고향 친정팀이라고 해도 무려 16년만의 컴백이다. 게다가 팀 동료 중에서 과거 한팀에서 손발을 맞췄던 인물도 없다시피 하다. 어쩌다 보니 야수진 중에서는 가장 나이도 많았다.


◇KIA 타이거즈 최원준과 정성훈(왼쪽부터)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러닝 훈련을 하고 있다. 시진제공=KIA 타이거즈
하지만 모두 기우일 뿐이었다. 정성훈이 다시 '타이거즈의 일원'으로 녹아드는 데는 채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그는 마치 원래부터 KIA 유니폼을 입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동료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 뿐만이 아니다. 동료들 역시 전혀 어색함 없이 정성훈을 큰형처럼 대우하고 있었다. 예우를 갖추지만, 벽은 없었다. 수비 훈련 때는 격의없이 애칭을 불렀고, 훈련 중간 짬이 날 때는 유민상이나 이영욱 같은 후배들이 먼저 타격에 관해 스스럼없이 질문을 던지곤 했다. '2100안타 타자'인 정성훈은 그런 질문에 관해 상세히 설명하며 후배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사실 정성훈이 이처럼 자연스럽게 타이거즈의 일원으로서 녹아들 수 있던 비결이 있다. 정성훈 본인의 노력도 컸지만, 조력자들이 있었다. 바로 야수진의 두 리더, 이범호와 김주찬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정성훈보다 1년 후배인 81년 동갑내기 이범호, 김주찬은 최근 수 년간 주장을 맡아온 덕아웃 리더들이다. 이들은 정성훈이 팀에 합류하자마자 먼저 나서 선배를 품었다. 이범호는 한 달여 전 정성훈이 처음 챔피언스필드에 나온 날, 주차장까지 나와 정성훈을 환대했다. 김주찬 역시 스프링캠프 휴식일이면 '선배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들 세 명의 베테랑들이 자연스럽게 팀의 중심축으로 뭉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정성훈과 이범호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후배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시진제공=KIA 타이거즈
이런 분위기 덕분에 정성훈은 한결 마음 편하게 팀에 적응할 수 있던 것이다. 그는 "낮선 팀이라는 느낌이 없다. 감독 코치님이나 동료들이 모두 편안하게 대해준 덕분인 것 같다"며 지난 한 달의 기분을 밝혔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정성훈은 타격은 물론 한동안 휴업했던 수비에도 강한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훈련 과정에서 1루 뿐만 아니라 옛 포지션인 3루 연습에도 매진 중이다. 풋워크나 송구 등에서 과거의 날카로움이 언뜻언뜻 묻어나온다. 올 시즌 여러 상황에서 팀에 기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KIA 김기태 감독은 이런 정성훈에 대해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확실히 베테랑으로서 해줘야 할 부분이 있다. 잘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적응기를 마치고 이제 완전한 타이거즈의 일원이 된 정성훈이 올해 어떤 모습으로 팀에 기여할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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