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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허허실실 느림의 미학' 유희관이 돌아왔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6-06 17:24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2회 투구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는 유희관. 고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6.06/

'느림의 미학'이 다시 펼쳐졌다.

두산 베어스 선발투수 유희관은 매우 독특한 유형의 투수다. 패스트볼 평균구속이 채 130㎞에도 못 미치고, 커브는 100㎞를 간신히 넘긴다. 구속만 놓고 보면 좀 한다 하는 사회인야구 투수 정도랄까. 그러나 유희관은 이 느린 공을 가지고서도 리그를 대표하는 선발 투수로 군림했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고, 2015년에는 무려 18승이나 거뒀다.

그런데 올 시즌 초반에는 부진이 이어졌다. 예전에는 느려도 예리하게 스트라이크존을 파고들던 공이 그냥 느리게만 들어왔다. 타자들은 더 이상 유희관의 공에 타이밍을 빼앗기지 않았다. 결국 유희관은 4월11일 삼성전 승리(5⅔이닝 8안타 5실점) 이후 거의 두 달 가까이 승리를 추가하지 못한 채 4패만을 쌓고 있었다. 급기야 5월5일에는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2군에서 구위를 다듬고 오라는 두산 김태형 감독의 지시였다.

이런 시련을 재도약의 계기로 삼은 유희관이 다시 이전의 모습을 보여줬다. 6일 고척 넥센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9개의 공을 던지며 6안타 1볼넷 3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는 올 시즌 유희관의 세 번째 퀄리티스타트 기록이다. 더 이상 제구 난조와 구위저하로 고전하던 모습이 아닌, 과거의 '허허실실' 유희관이었다.

2-0으로 앞선 1회말 넥센 선두타자 이정후에게 좌중간 2루타에 이어 2번 김규민에게 볼넷을 허용해 위기에 몰린 유희관은 3번 김하성이 초구에 기습번트를 시도했다가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나며 기운을 차렸다. 이어 곧바로 박병호를 유격수 앞 병살타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2회에도 2사 후 송성문에게 좌전 2루타를 맞았지만, 김혜성을 2루 땅볼로 처리해 무실점을 이어갔다.

3회와 4회에도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유희관은 5회말 첫 실점을 했다. 2사 3루에서 이정후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한 것. 그러나 이후 김규민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추가 실점하지 않았다. 6회말에도 1점을 허용했다. 선두타자 김하성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은 유희관은 박병호를 3루 땅볼로 처리했다. 그러나 1사 3루에서 초이스의 유격수 앞 땅볼로 1점을 더 내줬다. 그래도 다음 타자 고종욱을 9구 승부 끝에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해 퀄리티스타트를 완성했다.

이날 유희관의 패스트볼은 최저 121㎞에서 최고 131㎞까지 나왔다. 여기에 체인지업(116~120㎞)과 슬라이더(118~125㎞) 커브(101~106㎞)를 섞어 던지면서 넥센 타선의 범타를 절묘하게 유도했다. 유희관이 전성기 때 자주 보여줬던 모습이었다.

이런 유희관에 대해 김태형 감독은 "4월 첫 승 이후 계속 부진했는데, 본인이 (그 시기를) 잘 이겨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작 유희관은 아직 만족스럽지 않은 듯 하다. 그는 경기 후 "그간 부진해서 별로 할 말이 없다"며 인터뷰를 사절했다.


고척돔=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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