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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이 다시 펼쳐졌다.
이런 시련을 재도약의 계기로 삼은 유희관이 다시 이전의 모습을 보여줬다. 6일 고척 넥센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9개의 공을 던지며 6안타 1볼넷 3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는 올 시즌 유희관의 세 번째 퀄리티스타트 기록이다. 더 이상 제구 난조와 구위저하로 고전하던 모습이 아닌, 과거의 '허허실실' 유희관이었다.
2-0으로 앞선 1회말 넥센 선두타자 이정후에게 좌중간 2루타에 이어 2번 김규민에게 볼넷을 허용해 위기에 몰린 유희관은 3번 김하성이 초구에 기습번트를 시도했다가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나며 기운을 차렸다. 이어 곧바로 박병호를 유격수 앞 병살타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2회에도 2사 후 송성문에게 좌전 2루타를 맞았지만, 김혜성을 2루 땅볼로 처리해 무실점을 이어갔다.
이날 유희관의 패스트볼은 최저 121㎞에서 최고 131㎞까지 나왔다. 여기에 체인지업(116~120㎞)과 슬라이더(118~125㎞) 커브(101~106㎞)를 섞어 던지면서 넥센 타선의 범타를 절묘하게 유도했다. 유희관이 전성기 때 자주 보여줬던 모습이었다.
이런 유희관에 대해 김태형 감독은 "4월 첫 승 이후 계속 부진했는데, 본인이 (그 시기를) 잘 이겨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작 유희관은 아직 만족스럽지 않은 듯 하다. 그는 경기 후 "그간 부진해서 별로 할 말이 없다"며 인터뷰를 사절했다.
고척돔=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