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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 보인 넥센 뉴페이스 불펜, 후반기 기대할만 하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7-04 09:09


넥센 불펜투수 김동준-이승호. 스포츠조선 DB

에릭 해커에게 걸었던 넥센 히어로즈의 기대감은 SK 와이번스의 홈런 세례에 씻겨 나갔다. 해커는 좀 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뼈아픈 패배의 와중에도 한 줄기 위안의 빛을 찾을 수 있었다. 새롭게 합류한 불펜 자원들이 나름의 경쟁력을 보인 것. 꼭 필요한 시점에 나온 인상적인 투구였다. 임시 선발에서 다시 불펜 역할로 돌아간 김동준과 2군에서의 호투를 바탕으로 콜업된 윤영삼과 문성현 그리고 비록 2개의 홈런을 맞았지만, 좌완 이승호 역시도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한 모습을 지난 13일 고척 SK전에서 보였다.

이날 넥센은 SK에 3대9로 역전패했다. 2-1로 앞서던 5회초에 해커가 갑작스러운 제구력 난조에 빠지며 순식간에 6실점한 것으로 사실상 승패가 갈렸다. 넥센 타선도 평소와 달리 5점차 열세를 좀처럼 좁히지 못했고, 7회초 SK 최 정-김동엽에게 백투백 솔로 홈런까지 허용하면서 완전히 백기를 들었다. 이런 패배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힘과 힘의 정면승부에서 밀린 것이다.

그러나 경기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넥센도 얻은 것이 아예 없지는 않다. 해커의 올바른 활용 방법에 대한 데이터와 팁을 얻은 것을 시작으로, 불펜에서는 새 인물들이 어떻게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보여준 셈이나 마찬가지다.


넥센 불펜투수 윤영삼-문성현. 스포츠조선 DB
우선 김동준은 필승조이면서 동시에 롱릴리프의 가능성을 재확인시켰다. 이날 그는 한창 SK 타선의 예봉이 날카롭던 때에 나왔다. 해커가 6실점 한 5회 1사때 나와 김동엽과 이재원 등 거포들을 각각 삼진과 내야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달아오른 이닝을 차갑게 식혀줬다. 위기 상황에 쓸 수 있다는 증거다. 게다가 그는 선발로도 나왔던 경험이 있다. 때문에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졌을 경우 2이닝 이상을 버텨줘야 하는 롱릴리프로서의 가치도 충분하다.

좌완 이승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잠깐의 방심과 포수의 안일한 리드가 어우러져 7회 연타석 홈런을 맞았지만, 6회 1사 1루에 등판해 4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할 때는 언뜻 필승조급의 위력도 보여줬다. 잘만 가다듬으면 얼마든지 활용가치가 큰 재목이다. 무엇보다 넥센 불펜에 흔치않은 좌완투수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윤영삼과 문성현도 경기 막판 1이닝씩을 깔끔하게 막아냈다. 이들은 장정석 감독이 아끼고 아낀 카드다. 2군에서 좋은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었지만, 장 감독은 콜업에 신중했다. 기존의 1군 투수들이 잘하고 있었기도 하거니와 이들의 힘을 후반기에 좀 더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불펜이 계속 얻어맞자 결국 이들 두 투수를 지난 주에 불러 올렸다. 현재로서는 이들의 가세로 인해 불펜에 여유가 생긴 게 사실이다. 이러한 모습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마운드 운용이 한층 더 효율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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