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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볼에 커브까지, 손승락이 진화하고 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8-07-29 08:00



고인 물은 썩는다.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자신을 갈고 닦지 않으면 남은 길은 '도태' 뿐이다. 승부의 세계에서 변화는 숙명이자 생존의 법칙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수호신' 손승락. 올 시즌 키워드는 변화다. '구종 봉인 해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6월 2군행 때 포크볼을 선보인데 이어 최근에는 커브까지 추가했다.

2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손승락의 커브는 위력을 뽐냈다. 팀이 11-7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오른 손승락은 넥센 2번 타자 이택근을 공 하나로 돌려 세운데 이어 3번 김하성에게 3구 만에 아웃카운트를 추가했다. 넥센 간판 타자 박병호와의 승부에서는 122㎞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내면서 대미를 장식했다. 삼진 뒤 더그아웃으로 걸어가던 박병호는 롯데 포수 안중열을 향해 손승락이 던진 구종을 물어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손승락이 던진 커브는 3개에 불과했지만, 효과는 '삼자 범퇴'로 입증됐다.

최근 손승락은 지난 2010년부터 전문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이래 직구, 커터 두 가지 구종으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구원왕에만 4차례(2010년, 2013~2014년, 2017년) 올랐다. 그런데 올 시즌 전반기에만 5차례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면서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지난 24일 사직 NC 다이노스전에서도 팀이 2-1로 앞서던 9회초 1실점하면서 블론 세이브를 추가했다.

타자들과의 수싸움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무기가 필요했다. 그 답이 최근 추가한 포크볼, 커브다.

사실 두 구종 모두 손승락에겐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 2005년 프로 데뷔 후 선발 투수로 뛰면서 활용했던 공이다. 하지만 접전 상황에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해야 하는 마무리 보직 특성상 가장 자신 있는 공인 직구, 커터를 활용하며 나머지 구종은 봉인했다. 마무리 투수로서의 책임감, 스스로 변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와 승부욕이 손승락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손승락이 지속적으로 새 구종을 활용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는 "마무리 투수는 한 번 안타를 맞으면 경기가 끝날 수 있다. 구종 실험을 할 수 있는 보직이 아니다. 팀에 폐를 끼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직구, 커터와 어깨를 견줄 만큼 위력적인 구위가 나오지 않는다면 새 구종은 다시 봉인될 수도 있다. 하지만 '타고투저'의 시대에서 더 정교해지는 상대 타자와의 수싸움에 '보험'으로 가져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손승락은 변화를 통해 진화했다. '구종 봉인 해제'로 타자들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졌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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