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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중순 포항야구장에서 만난 베테랑 박한이(39)는 "팀 순위는 처져있지만 더그아웃 분위기는 굉장히 밝고 활기가 넘친다. 이런 좋은 분위기라면 가을야구를 못 할 이유가 없다.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고 했다. 솔직히 뜬금없는 자신감이라기 보다는 막연한 희망사항처럼 들렸다. 아무리 시즌 초반이라고 해도, 당시 삼성 라이온즈는 9위에 머물고 있었다. 바닥을 차고 올라 반등을 만들어낼 예비 전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외부에 비쳐진 삼성야구단은 2년 연속 9위에 그친, 급격히 몰락한 팀, 모기업이 구단 운영에 의욕을 잃은 팀, 그래서 당분간 바닥을 헤맬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팀이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후반기 12경기에선 9승3패, 승률 7할5푼이다. 승수, 승률 모두 1위다. 고졸 루키 양창섭을 비롯해 두 외국인 투수 리살베르토 보니야, 팀 아델만에 백정현까지 선발투수들의 호투가 이어졌다. 장필준 최충연 권오준 심창민 등 불펜 또한 든든한다. 타선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투타 밸런스가 완벽하게 맞아들어갔다. 설명하기 어려운 응집력이 팀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지난 5월 중순 박한이가 얘기했던, 성적이 부진해도 어둡지 않고 오히려 밝은 팀 분위기가 삼성의 숨은 힘이었을까.
최근 삼성을 보면 떠오르는 팀이 있다. 지난해 롯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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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후반기 롯데처럼, 올 시즌 삼성의 지속성는 상승세를 속단하긴 어렵다. 다만 최상위권 일부 팀을 제외하면, 안정된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팀이 없다는 게 향후 순위 경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2017년 롯데처럼 2018년 삼성은 5위 너머까지 바라볼 수 있을까. 2~4위 팀과 사이에 높은 장벽이 버티고 있다. 4위 LG와 4.5게임, 3위 한화 이글스와 8.5경기차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7월 초에 지금의 삼성을 예상한 야구인은 없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현재의 좋은 흐름을 끌어가는 것이다.
이번 주 삼성은 NC 다이노스와 주중 3연전, 롯데와 주말 2연전이 예정돼 있다.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NC에 5승4패, 롯데에 10승2패로 앞섰다. 이번 주 5경기를 보면 삼성 상승세의 일면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