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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삼성은 2017년 롯데가 될 수 있나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7-30 13:29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전. 7회말 삼성 러프가 1점 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돌며 박진만 3루 코치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29일 대구 KIA전에 선발 등판한 양창섭이 역투하고 있다. 양창섭은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지난 5월 중순 포항야구장에서 만난 베테랑 박한이(39)는 "팀 순위는 처져있지만 더그아웃 분위기는 굉장히 밝고 활기가 넘친다. 이런 좋은 분위기라면 가을야구를 못 할 이유가 없다.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고 했다. 솔직히 뜬금없는 자신감이라기 보다는 막연한 희망사항처럼 들렸다. 아무리 시즌 초반이라고 해도, 당시 삼성 라이온즈는 9위에 머물고 있었다. 바닥을 차고 올라 반등을 만들어낼 예비 전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외부에 비쳐진 삼성야구단은 2년 연속 9위에 그친, 급격히 몰락한 팀, 모기업이 구단 운영에 의욕을 잃은 팀, 그래서 당분간 바닥을 헤맬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팀이었다.

그런데 요즘 삼성야구가 힘을 내고 있다. 7월 폭염처럼 뜨겁게 타올라 중위권 판도를 뒤흔든다. 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 넥센 히어로즈를 차례로 끌어내리고, 8위에서 5위까지 치솟았다. 30일 현재 48승2무52패, 승률 4할8푼. 차근차근 긴 시간을 두고 올라선 게 아니라, 용수철처럼 튀어올랐다. 불과 20일새 벌어진 일이다.

'뜨거운 삼성'을 보여주는 기록은 차고 넘친다. 지난 7일까지 삼성은 86경기에서 35승2무49패, 승률 4할1푼7리를 기록하며 8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직전 8경기에서 1무7패. 희망이 안 보였다. 팀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을 것 같은데, 거짓말처럼 벌떡 일어났다. 지난 8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연패를 끊더니 29일 KIA 타이거즈전까지 16경기에서 13승(3패)을 거뒀다. 이 기간 팀 승률(8할1푼3리), 타율(3할1푼8리), 평균자책점(2.87), 선발투수 평균자책점(2.92) 모두 1위다. 중위권 경쟁팀 롯데, KIA를 상대로 3연전 스윕을 했고, 5연속 위닝시리즈를 가져갔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후반기 12경기에선 9승3패, 승률 7할5푼이다. 승수, 승률 모두 1위다. 고졸 루키 양창섭을 비롯해 두 외국인 투수 리살베르토 보니야, 팀 아델만에 백정현까지 선발투수들의 호투가 이어졌다. 장필준 최충연 권오준 심창민 등 불펜 또한 든든한다. 타선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투타 밸런스가 완벽하게 맞아들어갔다. 설명하기 어려운 응집력이 팀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지난 5월 중순 박한이가 얘기했던, 성적이 부진해도 어둡지 않고 오히려 밝은 팀 분위기가 삼성의 숨은 힘이었을까.

최근 삼성을 보면 떠오르는 팀이 있다. 지난해 롯데다.


27일 KIA전 연장 11회말 끝내기 보크로 11대10로 승리를 거둔 삼성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2017년 롯데는 올스타 브레이이크 이전 전반기 86경기에서 41승1무44패, 승률 4할8푼2리를 마크했다. 6위 LG에 2게임 뒤진 7위로 후반기를 시작해 3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쳤다. 후반기 58경기에서 39승1무18패, 승률 6할8푼4리. 두산(42승2무18패·승률 7할)에 이어 후반기 승률 2위였다. 전반기 흐름만 보면, 예상하기 어려운 대반전이었다. 외국인 선수 브룩스 레일리를 비롯한 조쉬 린드블럼 송승준 박세웅 등 선발진, 박진형 조정훈 손승락 등 불펜진이 상승세를 맨 앞에서 이끌었다.

지난해 후반기 롯데처럼, 올 시즌 삼성의 지속성는 상승세를 속단하긴 어렵다. 다만 최상위권 일부 팀을 제외하면, 안정된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팀이 없다는 게 향후 순위 경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2017년 롯데처럼 2018년 삼성은 5위 너머까지 바라볼 수 있을까. 2~4위 팀과 사이에 높은 장벽이 버티고 있다. 4위 LG와 4.5게임, 3위 한화 이글스와 8.5경기차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7월 초에 지금의 삼성을 예상한 야구인은 없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현재의 좋은 흐름을 끌어가는 것이다.


이번 주 삼성은 NC 다이노스와 주중 3연전, 롯데와 주말 2연전이 예정돼 있다.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NC에 5승4패, 롯데에 10승2패로 앞섰다. 이번 주 5경기를 보면 삼성 상승세의 일면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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