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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가면 다를걸요. 하하."
생각보다 버틸만 한 느낌이었다. 다른 마스코트 선배 '빅'에게 "생각보다 괜찮다"고 하자 "밖에 나가면 다를거다"라며 껄껄 웃었다.
당초 구장 근처, 관중석을 돌아볼 예정이었는데 뜻밖의 임무가 주어졌다. 이진영, 멜 로하스 주니어의 팬 사인회 현장에 가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사인을 받기 위해 줄서있는 팬들에게 팬 서비스를 해야했다. 나가기 전에 '빅'에게 들은 당부는 3가지. '절대 탈을 벗지 마라', '절대 말을 하지 마라', 그리고 '절대 화를 내지 마라'였다.
시작부터 위기였다. '또리'를 기다리던 한 모자(母子)팬이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 기자는 '또리'의 사인을 알지도 못하고, 사인을 대신 하는 건 예의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어린이 팬의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하기도 미안했다. 결국 말을 하지 말라는 원칙을 깨고, 어머니께 조용히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웃으며 넘어가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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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해보는 일이라 매우 긴장이 됐다. 하지만 '또리'를 좋아해주는 팬들의 모습에 긴장이 풀리고 여유도 찾았다. 팬들이 모인 곳에 서있자, 사진 촬영 요청이 밀려들었다. 1시간 조금 넘게 체험을 했는데, 수십 번 넘게 사진 촬영을 했다.
긴장이 풀리자 뒤늦게 느껴지는 게 있었다. 더위. 엄청났다. 탈을 쓰고 있어 숨을 쉬기가 쉽지 않았다.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탈을 벗지도 못하니 땀을 닦아낼 수도 없었다. 체험이 끝나고 복장을 해체하니 온 몸이 땀에 젖어있었다. 기자는 고작 1시간을 했지만, 마스코트들은 경기 전 약 2시간, 경기 시작 후 약 2시간 동안 경기장 곳곳을 누린다. 본 경기가 시작되면 댄스타임 등 더 격한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 하루 일을 하면 3~4kg이 쭉 빠진다는 말, 절대 거짓말이 아닐 듯 했다. 몸무게도 몸무게지만, 폭염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어지럼증 등 부작용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다.
'빅'과 '또리' 마스코트 직원들은 "우리는 수년째 이 일을 해 적응이 됐다. 더운 건 그래도 버틸만 하다"고 했다. 이들은 오히려 감정 대응이 더 힘든 부분이라고 했다. 마스코트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 인격 모독성 언행을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KT 김주일 응원단장은 "우리는 팬들을 위해 정성껏 옷을 세척해도, 다시 입고 땀을 조금 흘리면 쉰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냄새가 난다고 항의하시는 팬들이 많아 힘든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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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에 힘들게 일을 하는 마스코트들을 위해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행정적인 문제는 구단들이 처리할 일. 팬들은 마스코트를 더 사랑해주고, 직접 만나게 되면 웃으며 인사하고 말을 걸어주는 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걸 느낀 체험이었다. 그 작은 마음들이 마스코트들에게 힘을 주는 동력이었다.
스포츠1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