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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용의 호기심천국] 폭염 속 입어본 마스코트 복장, 얼마나 더울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7-31 06:00


◇'또리'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많은 어린이 팬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었다. 사진제공=KT 위즈

"밖에 나가면 다를걸요. 하하."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2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경기 시작 2시간 전인 오후 4시, 경기장 외부 온도는 섭씨 37도를 웃돌았다. 뜨거워도 너무 뜨거웠던 날, 기자는 KT 야구단의 명물 마스코트 '또리'의 탈을 써보기로 했다. 이벤트팀에 사전 양해를 구해 기회를 얻었다. 계속되는 폭염에 프로야구 10개 구단 마스코트 일을 하는 직원들이 얼마나 힘든 상황에서 일을 하는 지 체험해보고, 이를 독자들과 야구팬들에게 알리고 싶어 '무모한' 도전을 해봤다.

처음에는 탈만 착용해보려 했다. 그것만 써도 충분히 더울 것 같았다. 하지만 이왕 체험하는 거, 그들이 얼마나 힘들 게 일을 하는 지 정확히 알고 싶었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모두 '또리'로 변신을 시도했다. 옷을 입는 과정부터 힘들었다. 가장 먼저 배가 볼록하게 나올 수 있는 패드를 착용하고, 그 위에 '또리'의 상징인 털옷을 입는다. 한 벌로 된 옷이라 다리부터 넣고 등 뒤 지퍼를 잠가야 한다. 혼자는 입기도 힘들다. 신발, 장갑, 워터 페스티벌 특별 유니폼까지 착용했다. 그리고 마지막은 공포의 탈. 무더운 날씨에 마스코트 직원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는 지, 탈을 쓸 때 풍겨 나는 강한 땀냄새로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생각보다 버틸만 한 느낌이었다. 다른 마스코트 선배 '빅'에게 "생각보다 괜찮다"고 하자 "밖에 나가면 다를거다"라며 껄껄 웃었다.

당초 구장 근처, 관중석을 돌아볼 예정이었는데 뜻밖의 임무가 주어졌다. 이진영, 멜 로하스 주니어의 팬 사인회 현장에 가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사인을 받기 위해 줄서있는 팬들에게 팬 서비스를 해야했다. 나가기 전에 '빅'에게 들은 당부는 3가지. '절대 탈을 벗지 마라', '절대 말을 하지 마라', 그리고 '절대 화를 내지 마라'였다.

이유가 있었다. 마스코트 직원은 얼굴이나 신상이 노출되면 안 된다는 원칙이 있다. 마스코트를 좋아하는 어린이 팬들의 동심이 깨질 수 있어서란다. 또, 대화를 나누면 마스코트로서 신비감이 사라진다. 화를 내지 말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마스코트를 때리는 팬들도 있고, 이유 없이 욕설을 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팬들도 있다. '빅'은 "우리는 삼성 라이온즈 '블레오'처럼 꼬리가 없어서 다행이다. 꼬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으면 골치가 아프다"며 웃었다. 그런 일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고 했다.

시작부터 위기였다. '또리'를 기다리던 한 모자(母子)팬이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 기자는 '또리'의 사인을 알지도 못하고, 사인을 대신 하는 건 예의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어린이 팬의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하기도 미안했다. 결국 말을 하지 말라는 원칙을 깨고, 어머니께 조용히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웃으며 넘어가 줬다.


◇임무 투입 전 '빅'(오른쪽)의 지도 속에 복장을 착용하는 모습. 입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마스코트 직원의 얼굴이 알려지면 안돼 불가피하게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사진제공=KT 위즈
가장 불편한 건 시야였다. 아마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일 것이다. 마스코트는 어떻게 앞을 보고 다닐까. '또리'의 입 부분이 눈 역할을 한다. 그런데 얼굴이 최대한 노출되면 안되기에 검정색 망사를 통해 밖을 볼 수 있다. 뚫려 있는 부분도 직사각형으로 매우 좁다. 시야가 극히 제한적이다. 어둡고 깜깜한 곳에 갇혀 다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항상 뒤가 중요했다. 어린이 팬들은 사진을 찍자고, 악수를 하자고 뒤에서 마스코트를 건드리는데, 이 때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거나 터치하는 걸 느끼지 못하면 뒤에 있는 어린이 팬이 넘어지거나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큰 마스코트 탈은 매우 무거웠다. 목에 힘을 '팍' 주고 탈이 비뚤어지지 않게 신경쓰며 걷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탈 무게가 2~3kg이고 모든 복장을 제대로 하면 5~6kg이다. 걸을 때마다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매우 긴장이 됐다. 하지만 '또리'를 좋아해주는 팬들의 모습에 긴장이 풀리고 여유도 찾았다. 팬들이 모인 곳에 서있자, 사진 촬영 요청이 밀려들었다. 1시간 조금 넘게 체험을 했는데, 수십 번 넘게 사진 촬영을 했다.

긴장이 풀리자 뒤늦게 느껴지는 게 있었다. 더위. 엄청났다. 탈을 쓰고 있어 숨을 쉬기가 쉽지 않았다.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탈을 벗지도 못하니 땀을 닦아낼 수도 없었다. 체험이 끝나고 복장을 해체하니 온 몸이 땀에 젖어있었다. 기자는 고작 1시간을 했지만, 마스코트들은 경기 전 약 2시간, 경기 시작 후 약 2시간 동안 경기장 곳곳을 누린다. 본 경기가 시작되면 댄스타임 등 더 격한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 하루 일을 하면 3~4kg이 쭉 빠진다는 말, 절대 거짓말이 아닐 듯 했다. 몸무게도 몸무게지만, 폭염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어지럼증 등 부작용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다.

'빅'과 '또리' 마스코트 직원들은 "우리는 수년째 이 일을 해 적응이 됐다. 더운 건 그래도 버틸만 하다"고 했다. 이들은 오히려 감정 대응이 더 힘든 부분이라고 했다. 마스코트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 인격 모독성 언행을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KT 김주일 응원단장은 "우리는 팬들을 위해 정성껏 옷을 세척해도, 다시 입고 땀을 조금 흘리면 쉰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냄새가 난다고 항의하시는 팬들이 많아 힘든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팬사인회에서 사인을 하는 선수 어깨 주무르기도 마스코트의 임무 중 하나다.  사진제공=KT 위즈
그래도 팬들 덕에 힘을 얻는다. 기자도, 마스코트를 만나며 해맑게 웃고 좋아하는 어린이팬들이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먼저 인사를 건넸다. 최근에는 팬들이 마스코트를 먼저 챙긴다고 한다. '빅'과 '또리'는 털옷을 입은 캐릭터다. 팬들이 한여름 무더위에 마스코트들이 너무 더우니 털옷을 입히지 말라고 구단에 항의해, 폭염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털옷을 입지 않게 됐다. 체험을 위해 털옷을 입은 기자에게 남녀노소없이 많은 팬들이 "옷이 너무 덥겠다. 요즘 안입다가 왜 다시 입었나"라고 걱정을 해줬다. 어린이 팬이 고사리손으로 미니 선풍기 바람을 쐬어주기도 했다.

폭염 속에 힘들게 일을 하는 마스코트들을 위해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행정적인 문제는 구단들이 처리할 일. 팬들은 마스코트를 더 사랑해주고, 직접 만나게 되면 웃으며 인사하고 말을 걸어주는 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걸 느낀 체험이었다. 그 작은 마음들이 마스코트들에게 힘을 주는 동력이었다.


스포츠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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