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신인지명 100명 중 97순위 백승민이 2경기 연속 결승타로 보여준 반전 드라마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9-07 06:10


4일 NC전 9회초 2사 만루에서 3타점 2루타를 때린 백승민.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백승민이 4일 NC전 9회초 2사 만루에서 3타점 2루타를 터트리고 있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2014년 신인 2차 드래프트 10라운드 97순위 지명. 삼성 라이온즈 1루수 백승민(28)은 그해 KBO리그 10개 구단이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100명 중 97번째로 호명됐다. 드래프트 지명 순위는 선수가 품고 있는 잠재력과 미래가치까지 오롯이 반영하기는 어려워도, 해당 시점에서 내려진 종합적인 평가를 담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백승민은 턱걸이로 겨우 프로에 진입한, 주목도가 현저가 떨어지는 선수다. 어렵게 프로에 입성했다고 해도, 곳곳에 견고한 벽이 가로막고 있다. 얼마나 많은 유망주들이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소리없이 사라졌던가. 특히 하위 라운드에서 지명된 선수는 상위권 지명 선수에 비해 기회를 잡기가 더 어렵다.

대구 상원고-영남대를 졸업한 좌투좌타 백승민은 2014년 육성선수 계약을 했다. 2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경쟁력을 키우며 적응해갔다. 그러나 모든 게 불투명했다. 2군 경쟁이 치열하기도 했으나, 설사 인정을 받았다고 해도 1군 진입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삼성은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빈틈을 찾아보기 어려운 팀이었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당시 우리 팀은 1군 멤버가 좋아 백업선수 육성에 집중했다. 2군에 작고 빠른 선수는 많았는데 체격이 좋은 힘있는 타자가 부족했다. 백승민은 하드웨어가 좋고 1루 수비가 뛰어난 선수였다"고 했다.

대졸 선수다보니 병역 의무를 빨리 마쳐야 했다. 2015년 시즌 중에 입대한 백승민은 2017년 7월까지 사회근무요원으로 복무했다. 대구지하철 영대병원역에서 역무원 보조로 24개월을 일했다.

백승민은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9시간 근무가 끝나면, 모교인 상원고로 달려가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 공식 사이트 선수 프로필을 보면, 1m84-78kg로 나와 있다. 프로 입단 초기의 키, 체중이다. 백승민은 "사회근무를 할 때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해 근육을 키웠다. 체중이 95kg까지 늘었다가, 지금은 90kg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프로 5년차가 된 올해, 백승민은 28세 나이에 정식 선수가 돼 1군에 데뷔했다. 지난 6월 육성선수에서 정식선수로 신분이 전환됐다. 연봉 2700만
삼성 1루수 백승민.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원, 신인 최저연봉. 삼성 관계자는 "퓨처스리그에서 성적이 좋았지만 대만 2군 스프링캠프부터 워낙 열심히 해 온 선수였다. 동기부여 차원에서 이뤄진 1군 등록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첫 1군 승격 전까지 백승민은 퓨처스리그 43경기에서 타율 3할1푼3리(134타수 42안타), 5홈런, 37타점, 22득점을 기록중이었다.

지난 6월 19일 1군 엔트리에 등록돼 5일을 머물다가, 6월 23일 말소. 백승민은 이 기간에 2경기에 나가 5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6월 21일 SK 와이번스전에 8번-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두 타석 연속 내야 땅볼로 물러난 뒤, 두 타석 연속 삼진으로 돌아섰다. 6월 22일 두산 베어스전 땐 대타로 나서 내야 땅볼을 쳤다. 어렵게 올라온 1군에서 전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기회를 잡아야한다는 압박감이 컸을 것이다. 다시 기약없는 2군 생활이 이어졌다.

9월 확대 엔트리와 함께 백승민은 다시 1군 선수가 됐다. 아시안게임 휴식기에 열린 서머리그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여준 덕분이다. 김종훈 삼성 2군 타격 코치는 "성격이 차분하고 성실한 친구인데, 근성을 갖고 악바리처럼 야구하라는 주문을 하곤 했다. 파워는 다소 부족해도 공을 때리는 능력, 수비는 정말 좋은 선수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1군에 올라갔을 것이다"고 했다. 주전 1루수인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지면서 출전 기회를 잡았다.

4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원정 NC 다이노스전. 1군 세 번째 경기에서 백승민은 확실하게 이름을 알렸다. 1루 대수비로 출전해 1군 첫 안타를 신고했다. 2-3으로 따라붙은 9회초 2사 만루에서 NC 마무리 투수 이민호를 상대로 3타점 결승 2루타를 때렸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직구를 예상하고 자신있게 배트를 돌렸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첫날 결승타을 치고난 뒤 100개가 넘는 축하 메시지, 연락을 받았다.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던 초등학교 친구들까지 축하를 하며 기뻐해줬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5일 NC전에 8번-1루수 선발 출전. 이 28세 중고 신인이 또 일을 냈다. 0-0으로 맞선 2회초 2사 2루에서 1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트렸다. 5대3 승리로 이어진 한방이었다. 1군 세 번째 경기에서 첫 안타-결승타를 때린데 이어 2경기 연속 결승타. 삼성팬들의 머릿속에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잊혀질 수 없는 이름이 됐다.

백승민의 장점은 유연하고 안정적인 타격폼에서 나오는 뛰어난 컨택트 능력이다. 2군에서 펄펄 날다가도 1군에서 별다른 활약을 못 하는 선수가 많은데, 이런 장점이 적응력을 높인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프로 입단 때 지명 순위가 낮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나만 잘하면 충분히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믿었다."

얼마 남지 않은 시즌, 그의 목표는 소박하면서도 특별하다.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해 기회를 살리는 것이다. 주전 1루수 다린 러프가 부상에서 돌아오면 출전 기회가 줄겠지만, 많은 이들이 백승민을 주시할 것이다.

2014년 삼성이 신인 1차 지명과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뽑은 선수 11명 중 지금까지 3명이 1군 무대를 밟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영상 보러가기]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