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014년 신인 2차 드래프트 10라운드 97순위 지명. 삼성 라이온즈 1루수 백승민(28)은 그해 KBO리그 10개 구단이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100명 중 97번째로 호명됐다. 드래프트 지명 순위는 선수가 품고 있는 잠재력과 미래가치까지 오롯이 반영하기는 어려워도, 해당 시점에서 내려진 종합적인 평가를 담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백승민은 턱걸이로 겨우 프로에 진입한, 주목도가 현저가 떨어지는 선수다. 어렵게 프로에 입성했다고 해도, 곳곳에 견고한 벽이 가로막고 있다. 얼마나 많은 유망주들이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소리없이 사라졌던가. 특히 하위 라운드에서 지명된 선수는 상위권 지명 선수에 비해 기회를 잡기가 더 어렵다.
백승민은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9시간 근무가 끝나면, 모교인 상원고로 달려가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 공식 사이트 선수 프로필을 보면, 1m84-78kg로 나와 있다. 프로 입단 초기의 키, 체중이다. 백승민은 "사회근무를 할 때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해 근육을 키웠다. 체중이 95kg까지 늘었다가, 지금은 90kg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프로 5년차가 된 올해, 백승민은 28세 나이에 정식 선수가 돼 1군에 데뷔했다. 지난 6월 육성선수에서 정식선수로 신분이 전환됐다. 연봉 2700만
|
9월 확대 엔트리와 함께 백승민은 다시 1군 선수가 됐다. 아시안게임 휴식기에 열린 서머리그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여준 덕분이다. 김종훈 삼성 2군 타격 코치는 "성격이 차분하고 성실한 친구인데, 근성을 갖고 악바리처럼 야구하라는 주문을 하곤 했다. 파워는 다소 부족해도 공을 때리는 능력, 수비는 정말 좋은 선수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1군에 올라갔을 것이다"고 했다. 주전 1루수인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지면서 출전 기회를 잡았다.
4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원정 NC 다이노스전. 1군 세 번째 경기에서 백승민은 확실하게 이름을 알렸다. 1루 대수비로 출전해 1군 첫 안타를 신고했다. 2-3으로 따라붙은 9회초 2사 만루에서 NC 마무리 투수 이민호를 상대로 3타점 결승 2루타를 때렸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직구를 예상하고 자신있게 배트를 돌렸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첫날 결승타을 치고난 뒤 100개가 넘는 축하 메시지, 연락을 받았다.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던 초등학교 친구들까지 축하를 하며 기뻐해줬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5일 NC전에 8번-1루수 선발 출전. 이 28세 중고 신인이 또 일을 냈다. 0-0으로 맞선 2회초 2사 2루에서 1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트렸다. 5대3 승리로 이어진 한방이었다. 1군 세 번째 경기에서 첫 안타-결승타를 때린데 이어 2경기 연속 결승타. 삼성팬들의 머릿속에
|
|
백승민의 장점은 유연하고 안정적인 타격폼에서 나오는 뛰어난 컨택트 능력이다. 2군에서 펄펄 날다가도 1군에서 별다른 활약을 못 하는 선수가 많은데, 이런 장점이 적응력을 높인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프로 입단 때 지명 순위가 낮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나만 잘하면 충분히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믿었다."
얼마 남지 않은 시즌, 그의 목표는 소박하면서도 특별하다.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해 기회를 살리는 것이다. 주전 1루수 다린 러프가 부상에서 돌아오면 출전 기회가 줄겠지만, 많은 이들이 백승민을 주시할 것이다.
2014년 삼성이 신인 1차 지명과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뽑은 선수 11명 중 지금까지 3명이 1군 무대를 밟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