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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 어이없는 볼 판정 후 나온 결승타, KT 울렸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9-09 16:44



잘못된 볼 판정 하나가 승부를 갈라버린다면, 지는 팀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할까.

넥센 히어로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린 9일 고척스카이돔. 양팀에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9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KT는 전날 12대6 승리의 기세를 이어 3연승에 도전하는 경기였다. 더 갈 길 바쁜 넥센은 4연패를 어떻게든 끊어내야 했다. 특히, 양팀 모두 팀 에이스인 라이언 피어밴드와 에릭 해커를 내세운 경기였기에 승리가 필수였다.

그런데 팽팽한 양팀의 승부가 허무하게 갈리고 말았다. 피어밴드의 부진으로 초반 밀리던 KT. 5회 윤석민, 7회 황재균의 솔로포로 4-4 동점을 만들었다. 7회말 필승조 엄상백을 내세워 불펜 싸움으로 끌고가려 했다.

아웃카운트 2개를 쉽게 잡은 엄상백이 3번 서건창에게 2루를 허용했다. 여기서 나는 1점이 결승점이라 판단한 KT. 4번 박병호를 자동 고의4구로 내보냈다. 김하성이 못치는 타자가 아니지만, 확률이나 투수의 심적 부담으로 볼 때 박병호보다는 김하성을 선택하는 게 맞았다.

엄상백은 자신있는 승부로 2S을 먼저 잡았다. 구위가 좋았다. 그런데 3구째 공에 양팀 운명이 갈렸다. KT 포수 장성우가 높은 공을 유도하기 위해 살짝 일어났는데, 엄상백의 공은 낮게 들어왔다. 장성우가 황급히 자세를 숙여 공을 잡았다. 공은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을 통과했다. 하지만 포수가 일어나있는 상황 때문이었는지 구명환 구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구 구심은 막내급 심판으로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몇 차례 판정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사람이기에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포수의 움직임을 떠나, 한복판으로 들어오는 공은 판별해낼 수 있어야 했다. 이를 못잡아낸다는 건, 포수의 움직임으로 예측 판정을 한다는 것밖에 안된다. 결국 힘이 빠진 엄상백은 김하성에게 통한의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1점을 주지 말자고 박병호까지 거른 KT엔 비수였다. 추가점을 얻은 넥센의 6대4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이날 경기 뿐 아니다. 하루 전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도 스트라이크-볼 판정 하나가 경기 흐름을 바꿨다. 이 경기는 SK 김광현, 두산 이영하의 투수전으로 팽팽하게 진행됐다. 그런데 SK 김광현이 4회 먼저 1실점을 하고 말았다. 선두 김재환을 상대로 1B2S 상황서 슬라이더를 던졌다. 김재환은 직구를 예상했는지 꼼짝도 못했다. 약간 높았지만 분명 한복판 스트라이크였다. 하지만 박종철 구심은 볼을 선언했다. 김광현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김광현은 부담스러운 상대 김재환을 상대로 변화구 승부를 하다 선제 솔로포를 얻어맞고 말았다. 구 심판은 경험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박 심판은 베테랑이다.

SK 타선이 두산을 상대로 1점도 뽑지 못한 게 가장 큰 패인이었지만, 이렇게 팽팽한 투수전은 선취점의 의미가 대단히 중요하다. 김재환이 삼진을 당하고, 점수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 SK가 선취점을 먼저 냈다면 경기가 또 어떻게 달라졌을 지 모른다. 특히, 선발 투수 무게감을 볼 때 객관적으로 김광현이 이영하에 우세한 가운데 SK 타자들이 선취점으로 부담을 덜고 더 적극적인 타격을 했을 가능성이 생긴다.


KBO리그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악재(?)를 만나 흥행에서 고전중이다. 무더위가 완전히 물러나고 야구 보기에 가장 좋은 날씨인데, 주말 잠실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는 매진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미세 먼지가 날리고, 그 더운 날씨에도 야구장을 꽉 채워주던 한화팬, 야구팬들이었다. 잠실 뿐 아니라 주말인데도 야구장들은 텅텅 비었다. 이날 고척돔에는 2000명대 관중밖에 들지 않았다. 반대로 아시안게임 후 축구대표팀은 흥행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와중에 가장 민감한 사안인 심판 판정까지 도와주지 않는다면 KBO리그는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이해할 수 있는 오심과 이해할 수 없는 오심이 있는데, 이해할 수 없는 오심은 어떻게든 줄여야 한다.


고척=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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