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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간판 타자 이대호(36)은 KBO리그에서 대표적인 '발 느린 타자'로 꼽힌다.
30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 1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좌전 안타를 치고 출루한 이대호는 후속 타자 정 훈의 좌중간 안타 때 2루를 돌아 3루까지 질주했다. 타구를 잡은 KT 중견수 멜 로하스 주니어가 홈 승부 대신 이대호가 향한 3루 송구를 택했고, 이대호의 발과 KT 3루수 황재균의 글러브가 거의 동시에 맞닿았다. 3루심의 판정은 아웃. 이대호는 고개를 흔들었고, 롯데 벤치는 비디오판독을 요구했다. 4분 가량 이어진 비디오판독에서 KBO 비디오판독센터는 이대호의 발이 가까스로 먼저 3루 베이스에 닿았다고 판단, 세이프로 판정을 정정했다. 3루측 롯데 응원석에서 터져 나온 "와~"하는 탄성은 세이프의 기쁨 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날랜 발'을 뽐낸 이대호를 향한 놀라움이 뒤섞여 있었다.
이대호는 5회초 또다시 비디오판독의 주인공이 됐다. 1사 1루에서 3루수 땅볼을 친 이대호는 베이스를 향해 전력 질주했고, 타구를 잡았다가 놓친 황재균은 온 힘을 다해 1루로 송구했다. 1루심이 세이프를 선언하자, KT 벤치가 비디오판독을 요구했다. 전광판에 표출된 방송중계사의 느린 화면에는 이대호의 발이 1루수 포구가 이뤄지기 전에 이미 베이스에 닿는 모습이 표출됐다. 1루측 관중석에 자리 잡은 KT 팬들조차 꿀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는 완벽한 세이프 상황. KBO 비디오판독센터 역시 원심을 인정했다. 이날 만큼은 이대호에게 '느린 선수'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