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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오키나와 캠프를 반 강제적으로 접고 돌아온 삼성 라이온즈. 일본의 기습적인 입국 중단 조치 속에 아쉽게 덩달아 중단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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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라이온즈TV를 이끌어 가고 있는 두 주역, 김동영, 김대현 PD다. 방송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두 PD는 구단 외주업체 직원들이다. 소속 회사도 다르다. 하지만 라이온즈TV를 위해 두 능력자가 힘을 합쳤다.
캠프 때도 역할이 다르다. 방송국 출신 김동영 PD는 중계방송을 디렉팅 한다. 반면, 김대현 PD는 자체 방송 캐스터로 변신한다. 삼성 선수들이 멋진 안타를 치거나, 호수비를 펼치면 어김 없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고주파 샤우팅을 시전하는 장본인이다.
두 사람은 찰떡 궁합이다. 숨 가쁘게 진행되는 생중계 속 눈빛만 봐도 척척 호흡이 맞는다. 전문 캐스터가 아닌 김대현 PD가 프로페셔널 못지 않은 중계를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은 '개인 능력+연출의 힘'이다.
불과 2년 만에 그럴싸한 자체 중계 포스를 갖출 수 있었던 데에는 이 두 사람의 협업이 절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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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미약했다. 지난 오키나와 캠프에서 구단은 팬 서비스를 고민했다. 연습경기를 팬들에게 보여주는 방법을 고민했다. 답은 유투브 중계였다. '일단 아쉬운대로 영상 중계 화면만이라도 보여드리자'고 시작했다.
영상을 찍는 김대현 PD에게 구단 직원은 '일단 간단하게 경기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부탁했다.
김 PD는 고민했다. '기왕이면 팬들에게 더 활력 넘치는 실황 중계를 해 드릴 수 없을까'. 팬 입장에서의 생각이 변화를 가져왔다. "부족하지만 에라 모르겠다, 그냥 중계톤으로 해버렸어요. 그러니까 '어, 이거봐라'하는 반응이 나왔죠. 여기에 상황설명을 해주시는 해설자가 가세하면서 결국 캐스터-해설의 중계진 처럼 굳어졌죠."(김대현 PD)
김 PD는 골수 삼성 팬이다. 그러다보니 삼성 선수들이 잘하면 자신도 모르는 새 목소리가 높아진다. '샤우팅 중계'가 자리매김 한 배경이다.
"김대현 PD는 원조 삼성 팬이다 보니 감정이입이 잘되고, 삼성 팬의 입장을 대변하는 코멘트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팬들이 중계를 들으면 더 후련하고, 재밌고, 원하는 걸 대변한다고 해야할까요.(웃음)"(김동영 PD)
김대현 PD는 팬들, 그리고 선수들과의 소통을 중시한다. 쌍방향 유투브 중계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팬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저는 중계하면서 실시간 댓글을 최대한 읽으려 노력해요. 해설 분이 말씀하실 때 빠르게 캐치하고 언급을 하죠. 그렇게 해설자와 저와의 티키타카가 자연스레 이뤄지죠.(웃음)"
선수들에게는 힘이 될 수 있는 중계를 지향한다. "중계는 팬들 뿐 아니라 선수단도 돌려보거든요. 팔은 안으로 굽기 때문에 선수들의 플레이를 최대한 포장하고 상처가 안 되게끔 신경을 많이 써요. 선수가 돋보이게 멘트를 한다고 하려고 노력해요. 특히 주전이 아닌 1.5군 급 선수가 중계를 보면서 시즌 내내 두려움 없이 힘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죠."
기술과 인력의 한계로 인한 미완성 화면 조차 빙긋 미소가 스미는 볼거리로 만드는 김동영 PD의 자연스러운 연출력과 '열혈 삼성팬' 김대현 PD의 맛깔나는 '샤우팅 중계', 구단 직원 해설자의 신박하고 디테일한 해설이 완벽 조화를 이루면서 라이온즈 TV는 10개 구단 중 모범 중계로 빠르게 자리매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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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에 팬심에 제대로 녹아들어 간 라이온즈TV, 앞으로는 어떤 모습일까. 김동영 PD의 야심은 끝이 없다.
"팬 분들의 충성도가 높은 유투브 중계 만의 매력이 있죠. 구단 자체 TV이다 보니 유연함이 장점이에요. 구단이 원하면 할 수 있는 게 많아요. 지금도 하고 있지만 중간에 인터뷰나 구단 홍보 영상을 넣을 수 있죠. 올해는 작년을 교훈 삼아 스코어와 투수 자막도 넣었고요. 내년부터는 카메라를 전광판 쪽에 배치해 투수 뒤에서 찍는 배터리 샷을 보여드리려고요. 슬로우 비디오 장면이나 구속도 넣고 싶어요. 인력 충원이 가능하다면요."
기약 없이 늦춰지고 있는 시즌 개막, 일단 시작되면 두 PD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정규 시즌 내내 라이온즈 경기가 있을 때마다 다음날 오전까지 영상을 편집해 올리다 보면 동이 틀 무렵 잠 들기 일쑤다.
"경기 끝나고 들어가면 밤 11시인데 촬영분 정리하고 편집 하면 최소 새벽 서너시는 되죠. 특히 삼성이 이긴 날은 팬들이 덕아웃 1열 같은 콘텐츠를 더 빨리 보고 싶어하세요. 아무리 늦어도 다음날 프리뷰가 나오기 전인 정오 이전에는 완성된 컨텐츠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일을 하죠. 저희 둘 뿐만은 아니에요. 섬네일 미리보기를 만들어주시는 분도, 이미지 작업을 하시는 분들 모두 잠을 못 자요.(웃음)"
구단 홍보에 있어 영상 컨텐츠의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바야흐로 영상 시대의 도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얗게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노고가 켜켜이 쌓여 라이온즈 선수단과 팬들의 거리가 나날이 좁아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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