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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코칭의 하수는 기술을 향상시킨다. 코칭의 고수는 마음을 향상시킨다.
그는 단지 펑고만 날리는 게 아니다. 적절히 의도된 어려운 타구를 처리하는 선수를 향해 끊임 없는 칭찬 세례를 날린다.
스포츠조선에 칼럼을 연재하는 칼럼니스트 무로이 마사야씨는 "선수의 마인드를 감안해 펑고를 쳐주는 유지현 LG 수석코치 겸 수비코치의 기술은 그야말로 '명품급'"이라고 감탄한다. 실제 유 코치는 무로이 마사야씨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는 실패하면 기분이 어두워지니까(나빠지니까) 가끔 유머도 섞어 즐겁게 훈련할 수 있게 이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수들과 끊임 없이 교감하는 유 수석코치의 소통 훈련법. 마음 속에는 궁극적 목표가 있다. 바로 잠실 한지붕 라이벌 두산 베어스 넘어서기다.
"사실 두산 수비가 좋은게 사실이잖아요. 우리 선수들에게 두산보다 못할 것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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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뜻대로 퍼즐이 하나씩 맞춰져 가는 중이다. 라모스 영입을 통해 가장 큰 고민이었던 1루수 문제를 해결했다. 젊은 거포로 타선의 해결사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라모스는 수비도 기대 이상이다. 지난해 잠시 머물렀던 페게로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붙박이 1루수가 충분히 가능하다. 매의 눈으로 선수를 파악하는 유지현 코치는 "글러브 질이 좋다. 강습타구에 대한 대처는 앞으로 지켜볼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시카고 컵스 시절 3루수 경험도 있어 강한 타구 대처에도 큰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캠프에서 라모스는 유 코치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필요하면 3루로도 언제든 뛸 수 있다'고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김현수 등 외야수들의 보직 이동이 우려스럽던 류중일 감독이 안도한 이유다.
유격수 자리에는 특유의 순발력에 경험을 더한 오지환이 안정감 있게 중심을 잡고 있다. 3루수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김민성이 버티고 있다. LG 이적 후 처음으로 캠프에 참가하며 준비를 철저히 했다. 2루에는 백전노장 정근우의 가세가 큰 힘이다. 정주현과 함께 경쟁구도 속 시너지가 발산되고 있다. 정근우는 내야조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끊임 없이 소리를 내고, 동료를 웃기면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수비 훈련을 흥겨운 '놀이 공간'으로 바꿔놓고 있다. 주장 김현수도 "혼자 떠들다가 같이 떠들어주는 선배님이 오셔서 너무 좋다"며 빙긋 웃는다.
유 수석코치는 "야수는 물론 투수까지 모든 선수와 소통할 수 있는 코치가 바로 수비코치"라고 말한다.
그만큼 선수단 전체에 대한 소통과 리더십이 필요한 보직. 수석 코치가 수비 코치를 겸하는 LG 트윈스 시스템은 그런 면에서 선구적이다.
최고의 유격수로 한 시대를 풍미한 유지현 수석코치. 그의 '두산 넘기 프로젝트'가 개막을 앞두고 완성을 향해가고 있다. 펑고 배트 하나로 마음을 연결하며 매직을 연출하고 있는 유 수석의 바람이 이뤄질까. 잠실 라이벌 두 팀의 내야 수비 대결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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