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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당구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오래된 우스갯소리가 있다. 50점 치는 사람 둘이서 10년 동안 폐관수련을 하고 내려왔더니 여전히 50점이었다는 것이다. 효율적인 실력 상승을 꾀하려면 체계적인 습득 과정이 필수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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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타석수 이닝수만 채운다고 1군 선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염경엽 LG 감독은 이를 '성공 체험'이라고 표현한다. 주전 선수가 확실할 때, 남은 한 자리에 들어가 쉬운 과제부터 해결하며 발전한다. 주어진 임무가 간단하고 명확해야 실패를 해도 진단이 쉽다. 대뜸 선발 포지션 한 자리를 주고 실력 발휘를 하라는 것은 진도도 안 나갔는데 모의고사만 반복해서 푸는 것이나 다름없다.
올 시즌 두산은 그런 호사를 누릴 처지가 아니다. 정말 선수가 없다. 언제까지 양의지 김재환 정수빈만 바라볼 수 없다. 신인 1명 2명 써야할 자리에 4명 5명을 고육지책으로 넣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1명 2명에게 돌아갈 기회가 4명 5명에게 찾아왔다는 뜻이다. 팀이 잘 돌아가고 있었다면 선발은 커녕 1군 콜업도 요원했을지도 모를 선수들에게 정말 천금 같은 찬스가 주어졌다. 애초에 이들을 진작에 쓰지 못했던 이유도 '2군에서 좋다는 보고가 올라오지 않아서'였다.
거저 얻은 기회는 쉽게 사라진다. 5연패 6연패 7연패 8연패에 빠져도 '파격 라인업'이 유지될 수 있을까? 형평성 때문에라도 그렇게는 안 된다. 어쨌든 가끔은 이겨야 한다. 1루에서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고 못 잡을 타구에 몸을 날리는 것만이 '허슬'이 아니다. 팀을 승리로 이끄는 악착 같은 근성과 집요함, 상대방이 부담을 느낄 정도의 승부근성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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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현재 기조를 언제까지 유지할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 시도가 '시간 낭비'가 되지 않으려면 누군가는 튀어 나와야 한다. 더욱 절박하고 간절한 심정으로 플레이하면서 자신이 정말 '1군 선수'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두산은 위급 상황이다. 두산의 유망주들은 더욱 어려운 환경이다. 다른 팀 어린 선수들과 비슷한 수준의 각오로는 부족하다. 같은 씨앗이라도 척박한 토양에서 싹을 틔우기가 훨씬 어렵다. 정말 남다른 생존 본능을 발휘해야만 자신도 팀도 살아난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