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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남아서 치고 갔습니다!"…이 기회 놓치면 바보다, 19살 신인도 달려든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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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05 02:55 | 최종수정 2025-06-05 07:22


"저도 남아서 치고 갔습니다!"…이 기회 놓치면 바보다, 19살 신인도 …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4회말 2사 1루 두산 박준순이 2루를 훔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04/

"저도 남아서 치고 갔습니다!"…이 기회 놓치면 바보다, 19살 신인도 …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두사 박준순이 숨을 고르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04/

[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저도 남아서 치고 갔습니다!"

두산 베어스 신인 내야수 박준순(19)이 4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한 말이다. 박준순 옆에는 입단 동기 내야수 이선우(19)와 김준상(21)이 있었다.

두산 고위 관계자는 더그아웃에서 훈련 순서를 기다리던 신인 3명을 흐뭇하게 지켜보다 "어제(3일) 경기 끝나고 다들 타격 연습하는 것을 봤는데, 너(박준순)는 못 봤다"고 한마디를 툭 던졌다.

박준순은 이에 "저도 치고 갔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목소리에는 약간의 억울함도 묻어 있었지만, 어린 선수들이 지금 1군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충분히 깨닫고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두산은 지난 2일 이승엽 전 감독의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이 전 감독은 성적 부진을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구단에 사의를 표했고, 구단은 심사숙고한 끝에 뜻을 받아들였다.

두산은 일단 조성환 감독대행 체제로 가기로 결정하고, 1군 엔트리에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양석환 강승호 조수행 등 타격 난조에도 1군 붙박이였던 주축 타자들을 2군으로 내려보낸 것. 1군에 당연한 자리는 없다는 메시지를 선수단에 전달한 첫걸음이었다.

자연히 1, 2군 선수의 선순환을 기대하게 됐다. 1군에서 부진한 선수는 2군에서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내고, 2군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는 1군에서 기회를 얻으며 선수단에 자극과 동기부여를 계속 줘야 하는데 그동안은 그러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구단은 부진해도 부동의 주전이었던 선수들이 최소 열흘은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을 의도했다. 퇴로를 차단해 둔 상태로 2군에서 그동안 1군에서 기회를 받아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던 선수들을 대거 올렸다. 3일은 김민혁 이선우 김동준, 4일은 박정수 홍민규 여동건이 부름을 받았다. 투수 전력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상태라 야수 쪽에서 많은 변화를 꾀했다.


조성환 감독대행은 이들을 1군 엔트리에 등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과감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적었다. 4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는 3루수 박준순, 유격수 이선우, 2루수 김준상까지 신인 3명을 대거 기용했다. 센터라인과 핫코너를 모두 신인에게 맡기는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두산이 차기 주전으로 기대하는 김대한, 김민석, 김동준 등을 이틀 동안 적극 기용하기도 했다. 어린 선수들이 제대로 뛰어놀 수 있는 판을 깔아준 셈이다.

그러니 경기를 마치고 바로 가방을 싸서 퇴근할 수가 없다. 너도나도 방망이를 들고 실내 훈련장에 가서 나머지 공부를 한다. 두산은 이틀 사이 엔트리에 대거 변화를 주면서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바보라는 것을 선수들 스스로 깨닫고 느끼게 했다.


"저도 남아서 치고 갔습니다!"…이 기회 놓치면 바보다, 19살 신인도 …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두산 김동준이 타격을 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04/

"저도 남아서 치고 갔습니다!"…이 기회 놓치면 바보다, 19살 신인도 …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두산 김민석이 타격을 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04/
두산은 곧 화수분 야구였다. 탄탄한 2군 육성 시스템을 바탕으로 좋은 선수를 끊임없이 키워 배출해 얻은 수식어다. 하지만 2016년 박건우(현 NC)를 끝으로 화수분 야구를 이어 갈 야수가 나오지 않았다. 김재호가 은퇴한 지금까지 주전 유격수 자리가 몇 년째 공석인 것만 봐도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박건우가 떠난 우익수 자리는 내부 경쟁을 붙이다 결국 외국인 선수로 채운 게 벌써 3년째다.

조 감독대행은 이에 "지금 이 상황에서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2군에서 잘하는 것보다는 정말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그 선수한테 조금 더 기회를 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정말 열과 성을 다하는 선수가 기회를 받는다. 이런 선순환을 선수단에 이식을 시키고 싶었다"며 무한경쟁을 예고했다.

두산은 4일 KIA전에서 3대8로 패해 4연패 늪에 빠졌지만, 젊은 선수들의 활약상을 지켜보는 재미는 확실히 생겼다. 박준순은 지난 2경기에서 유격수와 3루수로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면서 7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해 눈도장을 찍었다. 김동준은 2경기 모두 대타로 나와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수비에서 어수선한 상황이 나오면 주장이자 안방마님 양의지가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양의지는 2-1로 앞선 4회초 KIA 패트릭 위즈덤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한 가운데 중견수 정수빈의 포구 및 송구 실책이 겹쳐 2-3으로 뒤집히자 수비를 마치고 더그아웃 앞에 선수들을 모았다. 양의지는 여기서 "더 집중하고, 신인인 선발투수(최민석)를 위해 더 파이팅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IA 외국인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상대로 리드하며 경기를 잘 풀어갔던 터라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두산은 어린 선수들 위주로 기회를 주면서 경험치를 쌓게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을 지난 2경기로 보여줬다. 냉정히 세대교체에 실패한 것을 인정하고, 육성의 무대를 2군에서 1군까지 넓혔다. 두산은 '허슬두'로 대변되는 팀 특유의 에너지를 어린 선수들에게서 되찾으려 하고 있다.


"저도 남아서 치고 갔습니다!"…이 기회 놓치면 바보다, 19살 신인도 …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두산 야수들이 미팅을 갖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04/

"저도 남아서 치고 갔습니다!"…이 기회 놓치면 바보다, 19살 신인도 …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두사 이선우가 숨을 고르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04/

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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