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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 마음 하루에 갚으려"…73일 이탈→감독 사퇴, 돌아온 에이스 어떤 마음이었나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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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05 12:46 | 최종수정 2025-06-05 14:45


"미안한 마음 하루에 갚으려"…73일 이탈→감독 사퇴, 돌아온 에이스 어…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두산 곽빈이 숨을 고르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03/

[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그동안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을 텐데, 어제(3일) 하루에 갚아보자 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두산 베어스 에이스 곽빈은 3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했다. 여러모로 마음이 무거운 부상 복귀전이었다. 곽빈은 개막 직전 옆구리를 다쳐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무려 73일이 걸렸다. 재활에 전념하며 빨리 팀에 보탬이 되고자 애를 썼는데, 팀 상황은 갈수록 최악이었다. 9위로 처진 팀은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이승엽 전 감독이 성적에 책임을 지고 지난 2일 자진 사퇴했다.

곽빈은 지난해 15승을 거둬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과 공동 다승왕에 오르며 에이스로 입지를 굳혔다. 국가대표 우완 선발투수로도 인정받은 선수기에 두산 전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했다. 어쨌든 본인이 다친 동안 팀이 위기에 놓인 것도 모자라 감독까지 지휘봉을 내려놨으니 복귀전에 나서는 마음이 어땠을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곽빈은 선수단 휴식일이었던 2일 홀로 경기장에 나와 훈련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두산은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연이틀 0대1로 완패하며 팀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곽빈은 복귀전에서 팀이 반등할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복귀전은 곽빈의 마음가짐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곽빈은 1회에만 볼넷 4개를 쏟아내면서 3점을 내줬다. 넘치는 의욕이 오히려 독이 돼서 너무도 허무하게 KIA에 승기를 내줬다.


"미안한 마음 하루에 갚으려"…73일 이탈→감독 사퇴, 돌아온 에이스 어…
1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KIA의 경기, 두산 곽빈이 훈련을 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4.19/

"미안한 마음 하루에 갚으려"…73일 이탈→감독 사퇴, 돌아온 에이스 어…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두산 곽빈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03/
마운드에서 자기 자신과 싸우던 곽빈은 2회부터 급속도로 안정감을 찾았다. 지난해 다승왕 곽빈다운 투구를 펼치며 다음 경기를 기대하게 했다. 3이닝 66구 1피안타 4사사구 6탈삼진 3실점을 기록한 곽빈은 4회 신인 투수 양재훈에게 공을 넘겼다. 예정된 투구수 70개에 임박해 무리하지 않았다.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은 "곽빈은 3회에는 곽빈다운 피칭을 했다. 쉬는 날에도 나와서 등판을 위해서 준비했는데, 너무 의욕이 넘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굉장히 그동안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을 텐데, 어제 하루에 갚아보자 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고 다독였다.

곽빈은 현재 신인급 선수들을 적극 기용하며 새로운 판을 짜는 두산의 세대교체 기조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야수는 양의지와 정수빈이 그 임무를 맡고 있는 상황. 곽빈도 어느덧 프로 8년차고 특히 투수진은 어린 선수가 더 많은 만큼 에이스로서 책임감을 더 보여줘야 한다. 최민석 홍민규 등 그동안 곽빈의 빈자리를 대신했던 신인들의 짐을 덜어줘야 할 때다.


곽빈은 현재 인터뷰를 고사하고 다음 등판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팀 승리를 이끌면 그때 그동안의 심정을 털어놓겠다고 약속했다. 곽빈이 2018년 프로에 데뷔한 이래 팀이 최대 위기에 놓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어느 해보다 비장한 마음가짐이 읽힌다.


"미안한 마음 하루에 갚으려"…73일 이탈→감독 사퇴, 돌아온 에이스 어…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두산 야수들이 미팅을 갖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04/

"미안한 마음 하루에 갚으려"…73일 이탈→감독 사퇴, 돌아온 에이스 어…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패한 두산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04/

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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