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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SSG 입단' 충격 2연속 KBO 미지명, 고교 4할 유망주는 왜 日독립리그로 떠났을까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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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12 09:36 | 최종수정 2025-06-12 10:19


'기적의 SSG 입단' 충격 2연속 KBO 미지명, 고교 4할 유망주는 …
사진=장현진 제공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런 선수가 왜 KBO 2연속 미지명에, 일본 독립리그로 떠날 수밖에 없었을까.

SSG 랜더스는 11일 깜짝 선수 영입 사실을 발표했다. 팬들에게는 낯선 리그와 낯선 이름. 일본프로야구 웨스턴리그 쿠후 하야테 벤처스 시즈오카의 타자 장현진을 데려온다는 것이었다.

일본 독립리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를 거친 장현진은 올시즌 하야테 소속으로 26경기 19안타 4타점을 기록중이었다. 웨스턴리그는 일본프로야구 2군 리그다. 150km가 넘는 공을 뿌리는 투수가 수두룩한, 상당히 수준 높은 리그다.

사연 많은 선수다. 일단 젊고 재능 있는 선수가 왜 일본 2군 리그에서 뛰고 있는지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장현진은 서울고를 졸업하고 2023 KBO 신인드래프트에 나섰지만 어느 팀의 지명도 받지 못했다. 고교 3학년 때 22경기 타율 3할9푼2리를 기록했음에도 비운을 맛봐야 했다.


'기적의 SSG 입단' 충격 2연속 KBO 미지명, 고교 4할 유망주는 …
스포츠조선DB
아무리 주말리그더라도 4할 가까운 타율을 기록한 선수가 왜 하위 라운드 지명도 받지 못했을까. 당시 프로 스카우트들은 장현진에 대해 "타격 재능은 좋다. 하지만 파워가 부족하고, 수비 포지션이 애매하다"고 평가했다. 스윙 궤도, 타격 폼은 훌륭했다. 맞히는 자질은 타고났다. 하지만 서울고가 당시 성적이 좋지 않아 전국대회 8강 이상 강팀과의 대결 표본이 부족하다는 것, 힘이 부족하면 프로에서는 내야를 넘기는 타구를 만들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 3루수로 뛰기에는 전체적인 포지션 밸런스가 애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가, 재도전을 위해 대부분 선택하는 건 대학 진학. 4년제냐, 2년제냐를 선택하는 일이었다. 장현진은 여러 2년제 대학의 입단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길을 가기로 했다. 일본 독립리그행. 도쿠시마에 입단했다. 일본은 독립리그도 수준이 상당하다. 프로 레벨의 실전을 계속 뛰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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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장현진 제공
그렇게 2023년을 도쿠시마에서 보냈다. 성적도 괜찮았다. 그리고 2024 드래프트에 재도전했다. 드래프트에서 낙방된 선수들은 대학을 졸업하거나, 독립구단에서 뛴 뒤 재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장현진은 간절했고, 독립리그 선수 신분으로 트라이아웃에 나서는 행운을 얻었다. 하지만 트라이아웃에서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두 번째 고배를 마셨다. 당시 구단들 사이에는 재자격 신분을 얻기 애매한 선수가 트라이아웃에 나왔다며, 지명에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물론, 실력이 월등했다면 이런 얘기도 나오지 않았겠지만.


야구를 계속해야 하는지 실의에 빠진 상황. 다시 방망이를 잡았다. 지난해 다시 도쿠시마로 향했고, 더 열심히 방망이를 돌렸다. 그리고 장현진의 야구 인생을 바꾸는 사건 두 가지가 일어났다.

하나는 일본프로야구가 2군리그에만 참가하는 신생팀 두 팀을 만든 것. 프로행을 꿈꾸는 독립리그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기회였다. 그 중 하야테가 장현진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영입하기에 이르렀다. 아무래도 독립리그보다, 2군리그에서 뛰는게 선수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또 쇼케이스 기회도 많아질 수 있었다. 일본 프로팀들의 눈길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이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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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장현진 제공
두 번째는 KBO의 아시아쿼터 제도 도입. 내년부터 시행될 아시아쿼터를 위해 KBO 구단 스카우트들이 일본 선수 영입 준비를 위해 웨스턴리그, 독립리그를 살피기 시작했다. 마침 SSG 스카우트가 하야테 경기를 지켜봤고, 여기서 장현진의 경기를 우연히 보며 영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 다른 구단도 장현진 영입을 추진하자, SSG가 빠르게 일 처리를 끝냈다. 불과 2주 안에 모든 일이 진행됐다.

아직은 육성 선수 신분이다. 정식 선수가 돼야 진짜 프로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 기회를 받았다는 자체가 소중하다. 계속되는 시련에도, 포기하지 않은 절실함이 결국 프로 입단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SSG도 "장현진의 일본 야구 경험과 절실한 태도,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고 영입 이유를 밝혔다. 장현진의 동기가 한화 이글스 문현빈이다. 매우 비슷한 유형이다. 타격이 강하고, 수비가 약하다. 하지만 문현빈은 방망이 강점 하나로 올해 한화의 중심타자로 거듭났다. 장현진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기적의 SSG 입단' 충격 2연속 KBO 미지명, 고교 4할 유망주는 …
사진=SSG 랜더스 제공
입단 결정 후 연락이 닿은 장현진은 "SSG에 입단하게 돼 정말 영광이라는 말씀밖에 드리지 못하겠다. 육성 선수로의 출발이지만, 정말 열심히 해 꼭 정식 선수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대학 생활도 좋지만, 실전을 통해 야구 선수로서 능력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독립리그행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적응에 힘도 들었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사실 지난해 드래프트에 탈락한 뒤 많이 힘들었다. '이제는 포기해야 하나' 생각도 했다. 그래도 오로지 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만 생각하고 훈련과 경기에 임했다. 이렇게 프로 유니폼을 입게 돼 너무 기쁘다"고 덧붙였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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