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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같은 투수? 거의 없어"…신인왕 1순위 깨운 특급 조언, 감독까지 감사할 만했다

김민경 기자

기사입력 2025-06-12 16:00 | 최종수정 2025-06-16 03:22


"류현진같은 투수? 거의 없어"…신인왕 1순위 깨운 특급 조언, 감독까지…
1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KT전. 1회말 1사 1루 안현민이 투런포를 친 후 환호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6.12/

"류현진같은 투수? 거의 없어"…신인왕 1순위 깨운 특급 조언, 감독까지…
5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KT와 한화의 경기, 1회초 한화 류현진이 KT 안현민에 선제 솔로홈런을 내주며 아쉬워하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6.05/

[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류현진(한화 이글스)처럼 느린 변화구로 똑같은 코스에 2번 이상 던질 수 있는 투수인지 아닌지 생각해 보라고 했다."

KT 위즈 강타자 안현민은 지난달 29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타격 훈련을 마치고 김재호 SPOTV 야구 해설위원과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이강철 KT 감독도 함께 있었다. 안현민은 앞선 3경기에서 12타수 1안타에 그치면서 자칫 슬럼프에 빠질 위기에 놓여 있었다.

안현민은 김 위원의 특급 조언을 들은 그날 타석에서 펄펄 날았다. 만루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5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신인왕 1순위의 가치를 증명했다.

이강철 감독은 "(김)재호가 10~20분 정도 이야기를 했는데, 좋은 말을 많이 해준 것 같다. 타격 쪽으로 또 멘탈 쪽으로 해준 말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해준 걸까. 김 위원은 안현민의 경기를 지켜보며 느낀 점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엄청난 노하우를 전수했다기 보다는 경험이 부족한 시기에 누구나 겪는 문제를 짚어 주는 정도였다고.

김 위원은 스포츠조선에 "당시 (안)현민이 한테 투수들이 느린 변화구를 계속 던졌다. 왜냐하면 현민이가 느린 변화구에 삼진을 몇 차례 당하니까 그렇게 분석을 하고 들어온 것이다. 그러니 현민이도 느린 변화구를 신경 쓰게 되고, 그러면서 결국 빠른 공에 대처가 안 됐다. 그래서 어차피 느린 변화구는 투수가 컨트롤을 잡기 쉽지 않은데 왜 네가 굳이 그 하나 때문에 흔들리냐고 했다"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류현진을 예로 들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 류현진은 미국 메이저리그 시절 '컨트롤 아티스트'라 불릴 정도로 빼어난 제구력을 지녔다. 지금은 나이 30대 후반이 되면서 구속이 줄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KBO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통하는 비결이 바로 제구력이다. 냉정히 류현진과 같은 제구력을 지닌 국내 투수는 거의 없다.


"류현진같은 투수? 거의 없어"…신인왕 1순위 깨운 특급 조언, 감독까지…
27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는 KBO리그 KT와 두산의 경기. 두산 이영수 코치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재호 해설위원. 수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5.27/

"류현진같은 투수? 거의 없어"…신인왕 1순위 깨운 특급 조언, 감독까지…
1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KT전. 3회말 2사 1, 3루 안현민이 전 타석 투런포에 이어 스리런포를 터트렸다. 이강철 감독이 박수를 치며 안현민을 맞이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6.12/
김 위원은 "느린 변화구로 스트라이크가 2개 연속 들어오는 경우는 없다. 삼진을 계속 당하는 잔상이 자꾸 남아서 타자들은 느린 변화구를 계속 생각하게 되는데, 류현진처럼 느린 변화구로 똑같은 코스에 2번 이상 던질 수 있는 투수인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류)현진이처럼 그렇게 던질 수 있는 투수가 거의 없다. 내 생각에는 현민이가 너무 어렵게 풀어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경험이 없으니까. 어린 친구들이 겪어야 하는 그런 시기를 보내는 것 같았다"고 되돌아봤다.


안현민은 한 차례 찾아온 고비를 넘기고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LG 트윈스 좌완 송승기와 함께 치열한 신인왕 경쟁을 펼치고 있다. 안현민은 41경기에서 타율 0.349(152타수 53안타), 13홈런, 43타점, OPS 1.128을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예약했다. 최근 3경기에서 홈런 3개를 몰아치며 상대 배터리에 엄청난 위압감을 줬다.

이 감독은 김 위원에게 감사를 표하며 "손아섭도 그렇고, 배드볼히터라고 해도 결국 시즌 끝나고 보면 최다 안타를 기록하고 그런다. 결국 방망이를 내는 타자한테 투수가 못 이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현민이가 너무 보고, 너무 고르더라. 그러다 점점 (타이밍이) 늦기 시작하고 안 좋은 영향이 생겼다. 전에는 앞에 놓고 치다가 생각이 많아지면서 뒤에 놓고 치니 늦다. 내가 투수 입장에서 봐도 자꾸 방망이를 안 내면 스트라이크가 자꾸 들어간다. 플라이를 치든 어떻게든 방망이를 내야 한다. KIA에도 오선우를 보면 초구 계속 친다. 우리도 그런 인식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타자는 쳐야 나갈 확률이 높지 않나. 연결해야 하는 상황이면 몰라도 주자가 있는 상태면 자기가 쳐야 한다. 비슷하면 나가야 한다. 재호가 좋은 이야기를 해서 지금은 또 괜찮은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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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 5회초 1사 1루 KT 안현민이 투런포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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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KT전. 3회말 2사 1, 3루 안현민이 전 타석 투런포에 이어 스리런포를 터트렸다. 이종범 코치가 활짝 웃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6.12/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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