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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의 '땅보아' 사건 이후, 이런 대반전 상상도 못했다...롯데 가을야구 숙원이 풀릴 것 같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5-06-15 05:07


굴욕의 '땅보아' 사건 이후, 이런 대반전 상상도 못했다...롯데 가을야…
27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삼성전. 롯데 선발투수 감보아가 투구 전 독특한 예비 동작을 취하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5.27/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예의 바르게 홈스틸 당하던 선수가 이제는...

롯데 자이언츠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윤동희, 나승엽, 황성빈 등 주축 선수들 줄부상에 12일 KT 위즈전에서는 새로운 리드오프 장두성이 견제구에 맞아 폐 출혈이 일어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라인업도 짜기 힘들고, 팀 분위기가 축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3연승이다.

롯데는 1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4대2로 이겼다. 주중 KT 위즈와의 경기는 이틀 연속 기적과 같은 역전승을 거두더니, 이날 추신수 은퇴식으로 똘똘 뭉친 SSG까지 물리쳤다. 쓰러지지 않는 좀비와 같은 느낌이다. 3위 자리를 확고하게 지켰다.

SSG전 승리 일등 공신은 단연 선발 감보아. 6이닝 1실점 완벽한 투구로 승리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 후 김태형 감독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로 좋은 피칭.

감보아는 반즈의 대체 선수로 한국땅을 밟았다. 미국에서도 좌완 파이어볼러로 이름을 떨쳤지만, 빅리그에서는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공은 빠른데, 제구가 불안해서였다. 하긴, 좌완이 155km가 넘는 공을 던지는데 제구까지 됐다면 한국에 올 일이 있겠는가.

롯데 유니폼을 입은 감보아. 구위 하나만큼은 소문대로 압도적이었다. 롯데 암흑기를 떨치고, 가을야구로 이끌 전도사로 큰 기대를 모았다.


굴욕의 '땅보아' 사건 이후, 이런 대반전 상상도 못했다...롯데 가을야…
1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롯데-SSG전. 감보아가 5회말 2사 후 김성욱을 3루 땅볼로 처리한 후 환호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6.14/
하지만 첫 경기부터 예상치 못한 퍼포먼스(?)에 모두를 놀라게 했다. 세트포지션에서 상체를 90도로 숙이고 한동안 있는 특이한 루틴. 첫 상대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이를 제대로 파고들었다. 만루 상황, 감보아가 땅만 보고 공을 던질 생각을 하지 않자 주자들이 모두 뛰기 시작했다. 홈스틸 포함 희대의 삼중도루. 그렇게 대단하다던 투수가 일순간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이 홈스틸 악몽을 이기지 못하고 패전 투수가 되며 "롯데가 선수를 제대로 데려온 것 맞나"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승부사 김태형 감독은 '땅보아' 해프닝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패전이었지만, 구위 자체만큼은 훌륭했다는 것. 단순히 자기 팀 선수라고 감싸려는게 아니었다. 적응이 필요한 첫 경기였고,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한 수정을 하면 분명 좋은 활약을 펼쳐줄 것으로 믿었다.


굴욕의 '땅보아' 사건 이후, 이런 대반전 상상도 못했다...롯데 가을야…
1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롯데-SSG전에서 롯데가 4대2로 승리했다. 김태형 감독이 감보아를 맞이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6.14/

그리고 그 믿음은 대적중하고 있다. 이후 대반전이다. 키움 히어로즈, 두산 베어스 상대 2경기 연속 승리 투수가 됐다. 7이닝 무실점, 6⅔이닝 2실점 완벽했다. 두 팀이 하위권, 타선이 허약한 팀들이었기에 잘 던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SSG전에서 쐐기를 박아버렸다.

김 감독은 감보아에 대해 "크게 흔들릴 일은 없어 보인다. 상대가 전력 분석 등을 하겠지만 큰 의미가 없다. 구위로 승부하는 투수 아닌가. 힘만 떨어지지 않으면 된다"며 감보아가 연승은 이어주고, 연패는 끊어주는 믿음직한 에이스롤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과연 반전의 사나이 감보아가 롯데팬들의 가을야구 숙원을 풀어줄 것인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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