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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제가 너무 늦게 왔죠."
경기 수훈선수로 선정된 곽빈은 1루 관중석 앞에 마련된 단상에 올랐다. 곽빈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제가 너무 늦게 왔죠"라며 미안함 가득한 인사를 전했다.
곽빈은 개막전 직전 내복사근을 다쳤다. 두산은 시즌 계획을 송두리째 수정해야 했다. 필승조로 내정한 최원준을 선발로 복귀시키면서 마운드 구상이 어긋났다. 설상가상으로 핵심 구원투수 홍건희와 이병헌까지 함께 부상을 당했다.
운명은 가혹했다. 곽빈 1군 복귀가 6월 3일로 결정됐다. 하필 이승엽 감독은 곽빈이 오기 전 날인 6월 2일 사표를 썼다.
곽빈은 승리투수가 되고도 웃지 못했다. 곽빈은 "작년에 잘했다. 기대치가 있었을 것이다. 감독님이랑 팀원들이 생각해둔 플랜이 있었을 텐데 그걸 제가 시작하기도 전에 깨버린 것 같아서 정말 죄송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곽빈도 누구보다 속이 상했다. 곽빈은 "나 자신한테도 이제 다시 안 다치기로 약속을 했는데 이렇게 됐다. 한 달 동안은 생각이 정말 많았다. 와서 잘해야 하는데, 와서 부상도 없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이 한 달은 계속 갔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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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 이야기가 나오는 원인은 사실 야수들 때문이다.
두산 마운드는 수준급이다. 곽빈이 오면서 더욱 그렇게 됐다. 잭로그 콜어빈에 곽빈 최승용이면 어디와 붙어도 밀리지 않는 선발진이다. 최지강 이영하 김택연이 버티는 필승조도 마찬가지다.
야수들은 오명진 임종성 김동준 박준순 김준상 여동건 김민석 김대한 등이 기회를 받고 있다. 마운드가 단단하게 버텨준다면 경험이 부족한 야수들이 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경기를 소화할 수 있다.
마운드의 수장 역할을 이제 곽빈이 해줘야 한다. 늦게 온 만큼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두산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곽빈이 투수진을 이끌어야 한다.
잠실=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