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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남자' 김태형 감독이 '아빠 미소'에 '물개 박수'까지...155km 좌완 파이어볼러가 '볼질' 없이 당차게 던졌으니... [부산 현장]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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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19 05:07


'상남자' 김태형 감독이 '아빠 미소'에 '물개 박수'까지...155km…
1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롯데의 경기, 롯데 홍민기 박재엽 배터리가 3회초 마운드에 오른 주형광 투수코치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6.18/

[부산=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준비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세상만사, 그냥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일은 없다. 특히 스포츠는 더욱 그렇다. 피땀 흘려 노력한 선수들이, 달콤한 결실을 맺는다.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 도중 한 선수를 보고 '아빠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박수도 치고, 하이파이브까지 했다. '무서운 상남자' 김 감독을 이렇게 부드럽게 만든 선수는 누구였을까.


'상남자' 김태형 감독이 '아빠 미소'에 '물개 박수'까지...155km…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KT전. 롯데가 4대3 역전승을 거뒀다. 김태형 감독이 팬들의 환호에 미소짓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6.11/
좌완 투수 홍민기. 홍민기는 이날 경기 선발이었다. 올시즌 1군 2경기, 그것도 구원으로 던진게 전부인 선수가 갑자기 선발 기회를 얻었다. 박세웅, 김진욱이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자리를 누군가 메워야 했는데, 김 감독은 홍민기를 선택했다. 홍민기는 "경기 전날 선발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만큼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심지어 홍민기는 2군에서도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뛰고 있었다.


'상남자' 김태형 감독이 '아빠 미소'에 '물개 박수'까지...155km…
1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롯데의 경기, 롯데 선발투수 홍민기가 역투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6.18/
하지만 김 감독이 그저 '감'으로만 홍민기를 찍은 건 아니었다. 구위 하나만 놓고 보면, 팀 내에서 가장 좋은 투수일 수 있다는 나름의 확신이 있어서였다.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 이 선수의 이름이 생소하다면 이유는 명확히 있었을 것이다. 제구. 2020년 입단한 홍민기는 그동안 이렇다할 기록을 만들지 못했지만, 올시즌을 앞두고 2군에서 절치부심 기량을 갈고닦았다. 2군에서도 "제구가 잡혔다"는 보고가 올라왔기에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이다.

1회초 첫 타자는 이원석. 초구 153km의 강속구가 낮은쪽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홍민기는 "스트라이크가 안됐어도, 낮게 제구된 자체에 만족했을 것"이라고 경기를 돌이켰다. 어찌됐든 그 초구 스트라이크에 자신감을 가졌는지, 1회 매우 안정적인 제구와 소문대로 압도적인 구위를 선보이며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그렇게 경기가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이날 직구 최고구속은 155km를 찍었다. 직구-슬라이더 투피치였지만, 홍민기가 생소한 한화 타자들이 제대로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4이닝 1실점. 가장 중요한 건 볼넷이 1개 뿐이었다는 것이다. 홍민기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였다.


'상남자' 김태형 감독이 '아빠 미소'에 '물개 박수'까지...155km…
1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롯데의 경기, 5회초 롯데 홍민기가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6.18/
홍민기를 힘들게 한 건 제구가 아니었다. 체력과 욕심이었다. 체력은 예견된 일이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올해 선발로 던지지 않다 갑작스럽게 선발로 등판했다. 또,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던질 수밖에 없는 신분이기도 했다.

재밌는 건 욕심. 사실 3~4이닝만 막아줘도 성공인 카드였다. 그런데 2회 신인 포수 박재엽이 스리런 홈런을 치고, 한꺼번에 4점을 냈다. 홍민기는 "박재엽의 홈런을 보면 정말 좋아하다, 그 때부터 승리 생각이 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4회까지 잘 막았다. 그런데 5회 시작하자마자 연속 안타를 맞았다. 홍민기는 "정말 5회까지 너무 막고 싶었다. 5회에 던지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컸다. 그 마음 때문에 안타를 맞은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상남자' 김태형 감독이 '아빠 미소'에 '물개 박수'까지...155km…
1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롯데의 경기, 5회초 롯데 홍민기-박재엽 배터리가 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오르는 주형광 투수코치를 바라보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6.18/
홍민기는 "2군에서 정말 준비를 많이 했다. 2군 코치님들도 많이 도와주셨고, 선배님들 조언도 있었다. 자신감을 갖고 임했다. 이제 1군 경기에 나와도 그렇게 긴장은 되지 않는 것 같다. 진짜, 준비를 많이 했다. 구속은 알아서 따라오는 거고, 결국은 제구였다. 제구가 잡히니 자신감이 생기고, 그래서 구속도 올라가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홍민기는 마지막으로 "선발로 던지는 게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종도 추가해야 한다. 오늘은 한화 선수들이 나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어, 운 좋게 괜찮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부산=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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