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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디아 심판 욕설 사태가 남긴 교훈...피치클락의 시대, 배려는 사치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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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23 13:25 | 최종수정 2025-06-23 15:46


에레디아 심판 욕설 사태가 남긴 교훈...피치클락의 시대, 배려는 사치다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KIA의 경기. 7회말 타석에서 불만을 나타내는 SSG 에레디아.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6.22/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상대 배려? 나부터 살아야 하는 시대.

SSG 랜더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린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7회 경기가 요동쳤다. SSG 외국인 타자 에레디아가 안타를 치고 나간 뒤 난데없이 퇴장을 당했기 때문이다.

상황은 이랬다. 에레디아는 타석에 들어서기 전 KIA 배터리가 투구 준비를 마치지 못한 걸 보고, 타석에 천천히 들어갔다. 일종의 배려. 사실 피치클락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렇게 서로를 위하는 장면이 많았다. 예를 들어 타자가 타석 바닥을 고르는데 시간이 걸려 손을 들어 양해를 구하면, 투수가 기다려주는 것도 같은 이치.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지금은 피치클락의 시대다. 투수는 정해진 시간 안에 공을 던져야 하고, 타자는 정해진 시간 안에 타석에 들어가야 한다. 피치클락은 주자가 없을 경우 투수는 20초 이내에 투구를 해야하고, 주자가 있을 땐 25초 이내에 던져야 한다. 타자는 8초가 표기된 시점에 양발을 타석에 두고 타격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투수는 볼, 타자는 스트라이크를 먹고 들어간다. 피치클락에 걸리는 선수는 카운트 싸움에서 엄청난 손해다.

에레디아는 스트라이크를 먹고 타석에 임했다. 억울할 수 있었다. 자신이 경기를 일부러 지연시키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 행동이 아니었기 때문. 그 억울함이잘못 발현된 케이스다.


에레디아 심판 욕설 사태가 남긴 교훈...피치클락의 시대, 배려는 사치다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KIA의 경기. 7회말 퇴장 당하고 있는 SSG 에레디아.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6.22/
에레디아는 두 가지 실수를 했다. 먼저, 이제 상대를 배려하면 안되는 시대가 왔다. 상대가 뭘 하든, 피치클락에 걸리든 말든 자기 할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손해를 안본다. 일찍이 해프닝이 있었다. 3월17일 잠실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시범경기. NC 투수 김태경이 LG 베테랑 박해민을 상대했다. 박해민이 타석에서 투수쪽을 보지 않는 등 루틴이 길었다. 일종의 타이밍 싸움.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피치클락 초기 시행 단계에서 경험이 부족한 김태경이 피치클락 걱정을 하다 공을 뿌렸다. 박해민은 '왜 타자가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공을 던지느냐'며 화를 냈고, 양팀의 벤치 클리어링까지 이어졌다.

서로 할 말이 있는 상황이었다. 피치클락이 없었다면, 아마도 김태경이 박해민의 긴 루틴을 기다렸다 공을 던졌을 것이다. 에레디아 욕설 사태를 비교해 이 장면을 다시 돌아보면, 분명 구심은 투구 사인을 내린 후이기 때문에 타석 안에서 앞을 보든 뒤를 보든 투수는 던지는 게 맞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규칙이 정해졌으니, 그 안에서 불문율까지 챙길 여력은 없다. 오히려 지금 같으면 박해민에게 고의 지연 경고가 나갈 상황이었다.

다만, 두 번째 실수가 중요하다. 아무리 화가 난다 해도 심판에게 욕설을 하는 건 에레디아의 잘못이었다. 프로 선수가 감정 표현을 하는 경우는 많고 그럴 수 있지만, 심판이 바로 알 수 있게 대놓고 욕설을 하는 건 절대 안됐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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