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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세계 최고 감독의 기막힌 수인가, 야구를 무시하는 욕 먹을 행동인가.
로버츠 감독은 23일(한국시각)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서 팀이 13-3으로 앞서자 9회초 투수가 아닌 야수 에르난데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의도는 명확했다. 10점차 이미 이긴 경기. 필승조를 한 명이라도 아껴 다음날 경기를 더 유리하게 가져가겠다는 계산. 또, 홈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측면도 일부 있었을 것이다.
에르난데스는 볼넷에 난타를 당하며 2실점한 후 1사 만루 위기에서 결국 마운드를 내려갔다. 로버츠 감독은 어쩔 수 없이 필승조 알렉스 베시아를 투입했고 베시아가 경기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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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로버츠 감독의 에르난데서 투입은 단순 1회성 쇼가 아니다. 에르난데스는 이번 시즌 벌써 5경기에 등판했다. 점수차가 클 때 불펜을 아끼겠다는 의도가 명확한 로버츠 감독의 작전인 것이다. 현대 야구는 불펜의 중요도가 굉장히 올라갔다. 불펜이 강한 팀이 장기 레이스 힘을 낼 수 있다. 야구라는게 그날 이겨도, 다음날 어떻게 될지 모르는 스포츠라고 한다면 확실하게 이긴 경기에서 불펜을 아끼고, 다음날 힘을 쏟아부을 여지를 남겨두겠다는 발상 자체는 굉장히 기발하다고 살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상대팀과 보는 사람들이 불편하다면 이는 야구를 무시하는 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다. 현지 여론이 이쪽인 듯 보인다. 에르난데스가 경기들을 깔끔히 막는다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고 투수 등판 여파 때문이라고 100%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그가 올해 야수로서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니 현지 언론과 팬들은 이런 로버츠 감독의 기행에 불편함은 느끼고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