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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1위 아니면 어때?' KIA의 기적, 고개 숙일 필요 없다

김민경 기자

기사입력 2025-06-24 23:15 | 최종수정 2025-06-25 03:22


'역대 1위 아니면 어때?' KIA의 기적, 고개 숙일 필요 없다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키움전. 6회말 1사 1, 2루 성영탁이 등판했지만 임지열에게 스리런포를 허용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6.24/

[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KIA 타이거즈 영건 성영탁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마운드 위에서 고개를 숙였다. KBO 역대 1위 도전은 끝났지만, 마땅히 박수 받을만한 여정이었다.

성영탁은 2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6-6으로 맞선 6회말 1사 1, 2루 위기에 등판해 ⅔이닝 1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성영탁의 데뷔전 이후 무실점 행진은 17⅓이닝에서 멈췄다. KIA는 6대9로 패해 6연승을 마감했다.

성영탁의 진기록 도전은 공 4개 만에 끝이 났다. 첫 타자 임지열과 승부에서 4구 연속 커터를 던졌다. 임지열은 4구째 커터가 몸쪽 낮게 떨어진 것을 걷어 올려 좌중월 3점포로 연결했다. 힘이 제대로 실려 비거리 125m를 기록했다.

성영탁은 2⅔이닝만 더 무실점으로 버티면 리그 신기록을 쓸 수 있었다. KBO 역대 데뷔전 이후 최장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 보유자는 키움 히어로즈 김인범이었다. 김인범은 2021년 8월 29일 잠실 LG 트윈스전부터 지난해 4월 26일 고척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4시즌 동안 19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텼다. 2위는 2002년 현대 유니콘스 조용준의 18이닝. 성영탁은 역대 3위다.

리그 신기록 작성에는 실패했지만, 구단 역사는 썼다. 성영탁은 지난 19일 광주 KT 위즈전 2이닝 무실점 투구로 15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해 대선배 조계현을 뛰어넘어 구단 신기록을 작성했다. 1989년 해태 시절 조계현의 13⅔이닝 기록을 36년 만에 갈아치웠다.


'역대 1위 아니면 어때?' KIA의 기적, 고개 숙일 필요 없다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키움전. 6회말 1사 1, 2루 성영탁이 등판했지만 임지열에게 스리런포를 허용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6.24/

'역대 1위 아니면 어때?' KIA의 기적, 고개 숙일 필요 없다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키움전. 6회말 1사 1, 2루 성영탁이 등판했지만 임지열에게 스리런포를 허용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6.24/
물론 성영탁이 개인 기록이 깨져 허망한 표정을 지은 것은 아니다. 프로 데뷔 첫 피홈런의 충격도 있었겠지만, 팀 패배로 직결되는 치명적인 한 방을 허용했기에 아쉬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성영탁은 성영탁이었다. 데뷔 첫 실점에도 무너지지 않고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최주환을 2루수 땅볼, 이주형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성영탁이 허용한 홈런이 패배로 직결된 것은 사실이지만, 누가 뭐라 할 수 있을까.


성영탁은 6월 들어 가장 헌신한 KIA 불펜 투수였다. KIA가 치른 19경기 가운데 10경기에 등판해 13이닝을 던졌다. 12경기에서 14이닝을 던진 전상현 다음이다. 마무리 투수 정해영(10⅔이닝) 셋업맨 조상우(8이닝)보다도 많은 이닝을 책임졌다.

KIA는 6월 성적 12승6패1무 승률 0.667로 1위다. 말 그대로 돌풍을 일으키며 중위권 싸움의 판도를 바꿨고, 하위권에서 4위까지 치고 올라오면서 내친김에 상위권 싸움의 판도까지 바꿀 발판을 마련했다.

추격조에서 필승조까지 고속 성장한 성영탁이 없었다면 KIA의 이런 반등은 불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전히 성영탁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0.50에 불과하다. 성영탁이 지킨 KIA의 승리가 더 많기에 이날 한 경기에 좌절할 이유는 없다.

성영탁은 부산고를 졸업하고 2024년 신인드래프트 10라운드 전체 96순위로 KIA에 입단했다. 지난해까지 시속 130㎞ 후반대였던 구속을 올해 최고 147㎞까지 끌어올리고, 변형 패스트볼을 장착하면서 고속 성장했다. 10라운드 선수가 입단 2년 만에 1군 마운드에서 이 정도 안정감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이다.


'역대 1위 아니면 어때?' KIA의 기적, 고개 숙일 필요 없다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키움전. 6회말 1사 1, 2루 성영탁이 등판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6.24/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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