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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더 기회를 주는게 맞는 건가.
김윤하에게는 너무나 힘겨운 시즌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승리 없이 10패 뿐. 여기에 지난 시즌 기록까지 합쳐 개인 15연패다. 지난 17일 SSG 랜더스전 패배로 15연패가 됐는데, 종전 KT 위즈 소속이던 돈 로치의 선발 14연패 기록을 넘어 좋지 않은 내용으로 KBO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이제 고졸 2년차 어린 선수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선발로 투입된다. 여러 사정이 있다. 먼저 지독히도 불운한 김윤하에게 하루 빨리 승리라는 선물을 안겨 자신감을 찾게해주고 싶은게 1번일 것이다. 여기에 키움 팀 사정상 마땅한 대체 선발 자원이 없는 것도 영향이 있다. 지난해 착실하게 선발 수업을 받으며, 올해는 풀타임 선발로 자리잡아줄 거라 기대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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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전만 보더라도, 140km 초반대 직구에 힘이 없다. 제구는 나쁘지 않은데 공이 너무 깨끗하다. 그러다보니 1B 상황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질 걸 뻔히 아는 최형우에게 1회 선제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았다.
제구가 나쁘지 않으니 대량 실점을 하지 않더라도, 상대가 큰 무리 없이 커트를 해내니 투구수가 늘어난다. 그렇다고 확실한 변화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투구수 70개가 넘어가면 더 힘이 떨어져 도망다니기 바쁘다. 그러니 볼넷도 늘어난다. 이날 최형우에게 첫 홈런을 맞고는 두 번째, 세 번째 맞대결에서 스트라이크를 집어넣지 못했다. 6-4로 앞서던 5회 승리 요건을 갖추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지만 KIA 타자들을 이겨내기에 역부족이었다. 팀 승리를 위해 냉정하게 강판시킨 키움 벤치의 판단이 맞았다. 그대로 뒀으면 경기가 뒤집혔을 것이다. 사실 대량 실점 길목에서 계속 헛방망이질을 해준 위즈덤 아니었다면 경기가 크게 꼬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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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승의 최소 요건이라 할 수 있는 퀄리티스타트. 올시즌 3번 있었다. 거기서 2패만 있는 건 분명 안타까운 일. 하지만 15번의 등판 중 3번의 퀄리티스타트에 그친다는 건 김윤하 스스로 한계가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1군 선발로서 확실히 자리 잡으려면 구속을 올리든, 변화구 구종을 늘리거나 구위를 더 살리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타선이 터지는 요행을 기다리며 계속 등판시키는 건, 프로 세계에서 올바른 결정이 아닐 수 있다.
아무리 투수가 없다 하더라도, 1군 마운드에서 선발로 던져보고 싶은 키움 투수는 넘쳐난다. 계속 김윤하에게만 기회가 가면, 그 선수들이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너무 안타깝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그 동정의 마음으로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고척=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