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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KBO리그와 팬들을 기만한 이종범 코치와 최강야구라는 예능 프로그램.
하지만 이 코치와 KT의 이별은 전에 없던 황당한 상황 속 이뤄졌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팀을 떠난 것이다. 이 코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부터 섭외 연락을 받았고, 구단에 이를 알린 뒤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구단은 이 코치를 설득했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프런트와 이강철 감독 등이 논의한 끝에 이 코치를 보내주기로 했다.
일반 예능은 아니다. 야구 예능이다. 은퇴 선수들이 실전을 방불케 하는 경기를 하는 컨셉트. 그 야구 예능에서 감독으로 스카우트가 됐다. 그러니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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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치는 불세출의 스타다. 자신의 선택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모를리 없다. 하지만 결단을 내렸다. 그 예능에 출연하는 감독, 스타급 선수들의 출연료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이다. 돈 때문인지, 아니면 프로무대에서 이루지 못한 감독 꿈을 이루고 싶어서인지, 엔터테이너로서 입지를 더 넓히고 싶어서인지 이 코치의 속내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또 위에서 언급했듯이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하지만 이번 일로 확실해진 게 하나 있다. 이변이 없는 한, KBO리그에 지도자로 다시 돌아올 확률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
어떤 구단주가, 사장이, 단장이 개인의 영욕을 위해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는 팀을 버리고 시즌 중 떠난 사람을 다시 지도자로 영입하겠는가. 프로로서 너무나 무책임한 처사다. 여기에 KT에서 오래 생활한 것도 아니다. 2023년을 끝으로 LG 트윈스 코치로 일하다 떠났고, 지난해 야인으로 있던 이 코치를 KT와 이강철 감독이 품어줬다. KBO리그 복귀에 길을 열어준 구단과 감독과의 인연을 약 반 년만에 스스로 차버리는 모습에 많은 야구 관계자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와중에 이 감독은 이 코치의 퇴단에 대해 "좋게 받아들인다. 가서 잘하면 된다. 본인도 해보고 싶다고 하니까 굳이 막을 필요도 없다"며 후배를 감싸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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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사도 KBO리그와 팬들을 기만했다. 야구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팬들은 인기 컨텐츠 하나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안다. 최강야구라는 프로그램이 대성공을 거뒀는데, 방송사와 PD의 법적 공방으로 시끄럽다. 해당 PD가 불꽃야구라는 이름으로, 기존 멤버들을 다 데려가 새 컨텐츠를 만드니 최강야구 저작권을 가진 방송사가 새로운 멤버들을 영입해 똑같은 방송을 만들겠다는 황당한 싸움이다.
그렇게 하든, 말든 그건 그들의 자유지만 시즌을 치르고 있는 지도자에게 감독 역할 캐스팅을 했다는 자체에 야구계는 분노하고 있다. 시즌 중이 아니라, 시즌이 끝난 후에도 계약이 남아있는 코치들을 다른 팀이 빼가는 건 무례한 일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불문율이 다 있다. 그런데 예능 프로그램 PD가 현역 코치를 퇴단하게 만든다? 프로야구에 대한 예의, 이해가 전혀 없는 행동임이 틀림없다. 물론, 그 달콤한 제안을 뿌리치지 못하고 KBO리그를 배신한 이 코치에 대한 성토도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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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인기 속 자신들의 이권 전쟁에 불편한 싸움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KBO리그를 너무나 쉽게 보는 이런 논란을 일으켰으니 과연 그 인기가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논란으로 소위 말하는 '어그로'를 끌기 위함이었다면, 성공이다. 27일 전구장 역전에 역전을 주고받는 치열한 경기들 소식보다, 이 코치의 예능행 뉴스가 더 큰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야구 예능은,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본다.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이 프로그램에 호감을 가질지 의문이다. 안그래도 꽤 오랜 시간 방송이 되며 컨셉트가 식상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도자 역할을 해야 할 스타 플레이어들을 싹쓸이 해간다는 곱지 않은 시선에 부딪히고 있다. 그런 가운데 초대형 폭탄까지 터뜨렸다. 이 코치, 최강야구 모두 KBO리그와 팬들에게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알아야 한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