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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프로야구 코치가 시즌 중 팀을 떠났다. 광주일고 시절부터 맺은 33년의 진한 선후배 인연도 저버렸다. 말 그대로 충격적인 선택이었다.
전성기 시절 30홈런을 쏘아올린 거포였고, 해태 시절 리그 MVP, 한국시리즈 우승, 한국시리즈 MVP, 심지어 해외리그 진출(일본프로야구)까지, 거침없는 야구 인생을 살았다.
은퇴 후에도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에서 코치로 오래 재직했고, 방송 해설도 맡았다. 특히 2023년 LG 우승의 주역 중 한명으로 꼽히기도 했다.
닿지 못한 것은 오직 감독 뿐이다. 그만큼 '감독' 그 두 글자가 간절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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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최원호, 이동욱, 이승엽 등 전직 사령탑들을 비롯해 이숭용 홍원기 이호준 조성환, 최연소 이범호 KIA 감독(44)까지, 이종범보다 먼저 지휘봉을 잡은 후배들도 수두룩하다. 그 사이 이종범 역시 수차례 하마평에 올랐지만, 끝내 감독이 되진 못했다. 아들 이정후가 시상식에서 취재진과 만나 "매번 이야기는 나오는데, 제대로 된 연락이 온 적은 한번도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아버지를 염려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 코치직 사임은 이종범 개인과 선수단 뿐 아니라 그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한 이강철 감독에게도 폐를 끼친 모양새다. 현역 코치에게 감독직을 제안한 방송 제작진도 문제지만, 결국 이종범 자신이 스스로 거절했다면 아무 문제 없었을 일이다.
선수 시절 이름값도 무겁고, 코치로도 오랫동안 재직했지만 결과적으로 프로야구 지휘봉과는 인연이 없었다. 만약 이번 '최강야구'의 러브콜을 거절한다면, 재정비 중인 '최강야구'든, 저작권 분쟁중인 '불꽃야구'든 사령탑으로 갈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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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이란 말이 있다. 이종범 코치 스스로도 방송에 출연해 종종 꺼냈던 말이다.
선동열 전 감독은 이미 삼성 라이온즈와 KIA에서 지휘봉을 잡은 경험이 있다. 이승엽 전 감독은 '최강야구'를 거쳐 두산 베어스 사령탑이 됐다.
이제 이종범은 국민타자의 뒤를 따르고자 하는 걸까. '종범神'의 말년을 지켜보는 야구팬들에겐 씁쓸할 뿐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