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슈퍼캐치보다 더 힘든 게 사후 시선 처리였다.
LG 트윈스 박해민이 눈부신 호수비로 '친정' 삼성의 9연승을 저지했다.
홈런보다 가치 있는 세차례의 눈부신 슈퍼캐치.
박해민은 1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1회 두차례, 7회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점프 캐치 등 세차례 호수비로 5대3를 이끌었다. 리드오프로 나선 타석에서도 2타수2안타 1타점에 희생번트 두차례를 모두 성공시키며 크게 공헌했다. 박해민 덕분에 LG는 하루 만에 삼성을 끌어내리고 단독 2위로 복귀했다.
1회초 삼성 첫 공격부터 '전 동료' 박해민은 야박하게 굴었다. 잠실 외야에 단단한 '통곡의 벽'을 세웠다.
1사 후 구자욱이 우전안타로 출루했다. 3번 최형우가 138㎞ 초구 커터를 거침 없이 당겼다. 우중간으로 깊숙이 뻗어간 2루타성 타구. 하지만 어느새 박해민이 와 있었다. 펜스 앞에서 차단했다. 2루를 넘어갔던 1루주자 구자욱이 황급히 귀루했다.
4번 디아즈는 더 아쉬웠다. 톨허스트의 3구째 커브를 강하게 당겼다.
최형우와 똑같은 코스, 똑같은 궤적으로 그리며 비행을 시작했다. 비거리가 최형우 타석보다 5m 정도 길어 펜스 직격 타구.
하지만 이번에도 박해민이 나타났다. 번개처럼 뛰어올라 펜스 앞에서 캐치한 뒤 쓰러졌다. 환상의 2타자 연속 호수비.
1회초 잇단 호수비에 신바람이 난 박해민은 숨돌릴 새 없이 톱타자로 타석에 섰지만 선두타자 안타로 물꼬를 텄다. 1루에 도착하자마자 디아즈로부터 원망 섞인 한소리를 듣고 빙긋 웃었다. "그거 왜 잡느냐며 차길래 그냥 웃으며 넘겼다"며 웃었다. 그나마 덜 친한 디아즈라 큰 무리 없이 상황 종료.
박해민은 천성호의 2루타 때 홈을 밟아 선취득점을 올렸다. 2회에는 3-0을 만드는 적시타까지 쳤다.
3연패로 침체돼 있던 LG. 박해민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8연승 삼성의 기세가 초반부터 활활 타오를 뻔 했다.
박해민의 호수비는 4-3 1점 차로 앞선 7회 2사 3루에서 또 한번 터져나왔다. 구자욱의 중월 펜스 직격 타구를 박해민이 자신 때문에 유명해진 '피자 존'에서 놀라운 점프 캐치로 또 한번 잡아냈다. 동점을 온 몸으로 막은 슈퍼캐치. 잡아낸 뒤 박해민은 오른주먹을 불끈 쥐며 LG 홈팬들의 환호에 답했다.
하지만 절친 후배 구자욱은 정반대였다. 치는 순간 동점 적시타임을 느끼며 환호했던 전율이 고스란히 큰 실망감으로 밀려왔다.
웃어도 웃는게 아닌 묘하게 야속한 표정으로 계속 넓은 외야의 박해민 선배를 응시했다.
박해민은 "제가 들어올 때까지 계속 쳐다보고 있길래 일단 외면했다. 보기가 좀 민망해서 일단, 외면했는데, 그 다음에 공수 교대할 때 계속 쳐다보면서 들어가길래 그냥 고개만 숙여줬다"고 말했다.
너무 친한 선수가 많은 친정 삼성에 여러차례 비수를 꽂은 호수비. 이제 대전을 넘어 대구 맛집도 못가게 생겼다.
박해민은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이거(수비)다 보니까 타 팀 선수가 원망한다고 해서 저희 팀 투수가 던진 공을 안 잡을 수는 없는 것"이라며 "오늘 같은 경우는 친정 팀이었고, 또 친한 선수들이 많다 보니까 그런 데서 조금 더 어색한 기운을 느꼈던 것 같다"며 살짝 미안함을 표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