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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지마 사키를 뽑겠습니다!"
이이지마는 지난해 BNK썸을 창단 이후 여자 프로농구 첫 정상으로 올려놓은 주요 우승 멤버 중 하나였다. 전형적인 '블루워커' 선수로,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 일과 함께 승부처에서 알토란 같은 점수를 올리며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쳤지만 1992년생으로 올해 33세가 되는 적지 않는 나이는 분명 부담 요소였다.
당초 가장 필요한 포지션인 포인트 가드를 뽑을 것으로 보였던 하나은행이 수준급 가드진이 포진했던 이날 드래프트에서 예상을 깨고 포워드인 이이지마 카드를 택한 것은 다음 시즌을 앞둔 다양한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후순위를 가진 구단들의 전체적인 픽업 구도가 바뀌었으니 상당한 '나비 효과'가 됐음은 물론이다. 이날 18명의 일본 선수들이 드래프트에 나선 가운데, 10명이 6개 구단의 선택을 받았다. 이 가운데 이이지마를 비롯해 스나가와 나츠키(30·BNK), 히라노 미츠키(27·신한은행) 등 지난해 WKBL에서 뛰었던 유경험자 3명이 포함됐다. 2025~2026시즌부터는 아시아쿼터 선수의 재계약이 가능하고, 3쿼터에 한해서 최대 2명이 함께 뛸 수 있게 되면서 경기 양상을 바꿀 상당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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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지마는 이번 드래프트에 나선 18명 중 최고령자였다. 지난 시즌 BNK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은퇴까지 고려했지만, 다시 한번 WKBL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전체 1순위가 되는 이변이 나온 것이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쳤으며, 당장 우승에 도전할 전력이 아닌 '리빌딩' 단계인 하나은행으로선 국내 젊은 가드진을 계속 성장시켜 나가면서 베테랑 김정은과 함께 팀의 중심을 잡아줄 일본인 노장 선수를 보강한 것이다. 팀의 젊은 선수들 성장을 위해 은퇴를 1년 미루고 마지막 시즌에 나서는 김정은이 풀타임으로 뛰기는 어렵기에, 이이지마가 이를 함께 짊어지는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이상범 감독 역시 "새로운 시즌에 달리는 농구와 압박 수비를 추구하려는데, 이이지마가 최적의 선수라 생각했다. 또 김정은이 코트에 없을 때의 빈자리를 메워주면서, 승부처인 4쿼터에는 두 선수가 함께 뛰면서 시너지를 낼 것이라 본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공교롭게 이날 현장에서 BNK로부터 우승 반지를 전달받은 이이지마는 "조금 복잡한 감정이 든다. 이제 BNK를 상대팀으로 만나야 하기에 아쉽지만 선수로선 지고 싶지는 않다"며 "지난 시즌 내 플레이를 보며 팀내 궂은 일이나 수비, 공격 등을 높이 평가하고 기대해 주신 것 같다. 좋은 센터진을 가진 팀이기에 연계 플레이가 잘 이뤄지도록 하면서 하나은행의 우승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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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을 보강하다
2순위를 가진 신한은행은 예상대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센터진을 보강했다.
하지만 센터 1순위로 꼽혔던 전 일본 여자농구 국가대표 출신의 가와무라 미유키(31) 대신 1m85의 미마 루이(26)를 선택했다. 미마 역시 일본 청소년 대표로 활약했던 경험이 있는 선수로, 이날 오전에 열린 트라이아웃 연습경기에서 상대팀인 가와무라를 적극적으로 막으면서 속공에도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윤아 신한은행 신임 감독은 "미마가 가와무라보다는 우리의 팀 구상에 더 적합한 선수였기에 큰 고민은 없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2라운드에선 지난해 삼성생명에서 뛰었던 가드 미츠키를 선택했다.
3순위인 KB스타즈는 포인트 가드 사카이 사라(30)를 택했다. 센터 박지수의 컴백으로 2025~2026시즌에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부상한 KB로선 주전 가드 허예은을 받치면서도 더블 가드로도 활용 가능한 자원을 뽑은 셈이다. 사카이는 이날 연습경기에서 폭넓은 시야와 패스 감각, 좋은 슛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완수 KB 감독은 "사실 3년 전부터 눈여겨봤던 좋은 선수다. 우리한테 픽 기회가 올 것이라 기대를 못했기에, 바로 선택할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KB는 하나은행과 더불어 2라운드에선 지명권을 행사하지 않으며 1명씩만 보강했다.
이날 연습경기에서 3점슛 3개를 포함해 무려 18득점을 올리며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슈팅 가드 세키 나나미(25)는 4순위로 우리은행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는 한 목소리로 "세키의 공격 능력보다는 상대 공격을 한발 먼저 막아내는 수비 능력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수비부터 경기를 풀어나가는 우리은행의 팀 컬러에 잘 맞아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단비와 이민지 등에 집중된 공격 부담도 상당히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5순위로 후순위였던 삼성생명은 예상과 달리 앞선 팀들에게 선택을 받지 못한 가와무라를 당연히 뽑았다. 삼성생명은 베테랑 센터 배혜윤의 보강이 아닌, 가와무라까지 활용하는 더블 포스트를 구축하면서 우승 후보 KB의 더블 포스트인 박지수, 송윤하를 상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2라운드에선 가드 하마니시 나나미(27)도 뽑았다.
지난 시즌 우승으로 1라운드 마지막 6순위 지명권을 가진 BNK는 혼혈선수인 파워포워드 나카자와 리나(24), 그리고 2라운드 1순위로 지난해 우리은행 멤버인 가드 스나가와를 연속으로 뽑았다. 나카자와의 합류로 우승 멤버인 김소니아와 박혜진은 골밑이나 상대팀 빅맨 수비 부담을 다소 덜면서 2연패 도전에 나서게 됐다.
도쿄(일본)=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