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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고성희는 꽤 독특한 반전 매력의 소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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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세의 일이 있을 때는 오히려 더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그러다 '아름다운 나의 신부'를 할 때였다. 깊고 의미가 남다른 작품인 동시에 힘들었다. 배역과 내가 분리도 잘 안되고 집중도 안됐다.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데 유독 그때 우울증 같은 증세가 왔다. 처음으로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의지로 시작된 공백기였는데 우연처럼 운명처럼 그 기간이 2년 정도로 길어졌다. 그때는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1년~1년 반 정도 혼자 배낭여행을 다녔다. 생각이 정리가 되고 겸허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잠깐이지만 그래도 많이 사랑받고, 반짝이며 살았구나. 여기까지인가보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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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진지하게 부모님께 말씀 드렸는데 '1년만 더 기다려보자'고 하셨다. 조금은 포기한 상태로 1년을 보내기로 했다. 그런데 기적처럼 서숙향 작가님이 카메오 역할 제안을 주셨다. 배역도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너무 신기했다. 너무나 감사해서 열심히 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신 '당신이 잠든 사이에' 감독님이 딱 그 회차를 보시고 신 검사 역할을 주셨다. '마더' 김철규 감독님도 마찬가지였다. 다 포기하려 했을 때 과거 인연이었던 분들이 나를 많이 찾아주셨다. 참 신기하고 감사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그 시간을 보내며 사람으로서도 성숙해지고 배우로서도 임하는 자세나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변한 것 같다. 스스로는 기적 같은 공백기라고 생각한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이렇게 좋은 작품들을 못 만났을 것 같다."
힘든 공백기를 보내며 일에 대한 애착을 더욱 갖게 됐다. 악플마저도 웃으며 넘길 수 있는 배포도 갖게 됐다.
"옛날에는 악플이 정말 많았다. '쟤가 누군데 주연을 하냐'는 악플부터 '누가 뒤에 있다'는 루머까지 있어서 그때는 참 아팠다. 하나하나 비수로 꽂힐 때가 많았다. 눈 앞에 있는 모든 것에 일희일비하며 흔들리기도 했다. 그런데 공백기가 나를 많이 바꿨다. 요새는 좋은 것만 기억하려 한다. 연기에 대한 지적이 있다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터무니 없는 악플을 보면 웃으면서 '싫어요'를 조용히 누른다. 그 기간을 거쳐서인지 내 삶에 제일 큰 부분은 일이다. 삶의 행복과 낙이 모두 거기에 집중돼 있다. 지칠 때도 있지만 멈추고 싶지는 않다. 연애보다는 일 욕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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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늘 30대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데뷔 초부터 선배님들도 '30대가 되면 20대가 그립긴 하지만 돌아가고 싶진 않다. 30대가 훨씬 행복하다'는 말을 많이 하셨다. 물론 20대를 열심히 산 전제하에. 돌아봤을 때 20대 사춘기도 있었고 공백기의 방황도 있었지만 꽤 열심히 치열하게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산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30대가 기대된다. 특히 더더욱 기대되는 건 배역으로서 맡을 수 있는 게 많아지지 않을까다."
고성희의 목표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 것. 그리고 좀더 솔직한 자신을 보여주며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다.
"공백기 이후 '고성희를 다시 봤다'는 피드백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 기분이 정말 좋다. 이제는 거기에서 신뢰를 드릴 수 있는, 의심이 들지 않는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다. 근래 했던 작품들이 강렬했기 때문에 보는 분들이 쉽게 이입하기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차기작을 특히 많이 고민하고 싶다. 로코물을 해본 적이 없어서 차기작은 로맨스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 또 내 개그욕심을 마음껏 풀어헤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은 소망이다. 또 개인적으로 '소주요정' 대신 '예능요정'이 되고 싶기도 하다. 예능 프로그램, 특히 관찰 예능을 좋아한다. 리얼한 내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정글도 한번쯤 가보고 싶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사람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