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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페르소나無" 고레에다 감독, 배우를 바라보는 거장의 자세(종합)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8-07-30 15:43


영화 '어느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식 기자 간담회가 30일 오전 서울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렸다.
기자 간담회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어느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훔친 물건으로 살아가는 가족이 우연히 길에서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데려와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보통의 가족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7.30/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내가 감히 어떤 배우를 '발굴' 하거나 '발견'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할머니의 연금과 훔친 물건으로 살아가는 가족이 우연히 길에서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데려와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어쩌면 보통의 가족 이야기를 그린 영화 '어느 가족'. 30일 오전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에서는 '어느 가족'의 메가폰을 잡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내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피가 아닌 '유대감'으로 모인 이상하지만 따뜻한 이상한 가족을 통해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 더 나아가 소외된 사람들을 더욱 소외시키는 사회의 문제까지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고드는 '어느 가족'. 훌륭한 이야기와 연출에 더해 배우들의 섬세하고도 사실감 넘치는 연기는 관객의 깊은 공감을 자아내는데, 그 중심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페르소나'라고 불리는 두 배우 릴리 프랭키와 키키 키린이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전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도 이름을 알린 일본의 만능 엔터테이너 릴리 프랭키는 '바닷 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에 이어 '어느 가족'에서도 히로카즈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극중 아빠 오사무 역을 맡은 릴리 프랭키는 특유의 메소드 연기를 통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180도 다른 새로운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걸어도 걸어도'를 시작으로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를 거쳐 '어느 가족'까지 히로카즈 감독과 벌써 여섯 번째 작품을 함께 한 일본의 국민 배우 키키 키린. 크는 '어느 가족'에서 할머니 하츠에 역을 맡아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명품 연기를 선보였다.

내한 기자간담회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들의 연기와 활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인상적인 대답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일본 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 팬들도 '히로카즈의 페로소나'라고 꼽히는 두 사람. 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 두 사람에 대해 "내가 이들을 발견한 적도 발굴한 적도 없다. 두 사람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페르소나'가 아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은 처음부터 훌륭한 배우들이었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연출 덕분이 아니라 스스로의 연기력으로 빛난 배우들이라는 것. 고레에다 감독은 "이 작품을 만들고 플롯을 구상하기 전에 연금 사기 사건 기사를 접하게 됐다.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던 사회 문제 였는데 그걸 보고 혈연이 아니지만 가족을 구성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 가족의 모습을 생각하자 릴리 프랭키, 키키 키린 두 배우 밖에 떠오르지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릴리 프랭키
이어 고레에다 감독은 '페르소나를 바라보는 거장'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작품을 빛나게 해준 배우를 바라보는 영화 감독'의 마음으로 두 사람과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 했다. 릴리 프랭키와는 촬영이 들어가기 전부터 역할에 대해 편지를 계속 주고 받았다며 "손으로 편지를 써서 사진으로 찍어서 SNS로 보여주는 신기한 방식의 손편지를 주고 받았다. 그때 제가 릴리 프랭키 배우에게 말씀드렸던 건 오사무라는 사람은 인간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따라서 표현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것이었다"며 "극중 오사무가 성장하지 않음으로써 아이 쇼타가 아버지를 앞질러서 가게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쇼타는 성장을 통해 아버지를 앞지르는 경험을 하면서도 죄의식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오사무는 슬픈 아버지상이다라는 이야기를 해드렸다"고 설명했다.
키키 키린
이어 키키 키린에 대해서는 "누가봐도 정말 좋은 훌륭한 배우다. 반론의 여지가 없다. 이분 이상으로 좋은 배우가 없다"고 감탄했다. 이어 "영화 안에서 온 가족이 여행을 가고, 파도 놀이를 하는 가족을 바라보며 하츠메 할머니가 내뱉듯 '고맙다'라는 말을 중얼거린다. 그 옆 모습을 제가 찍고 있었는데 그게 모든 영화 촬영의 첫날이었다. 사실 그 부분이 대본에는 써있지 않았다. 그 장면은 키키 키린이 현장에서 즉석으로 그런 중얼거림을 연기했다"며 "현장에서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편집실에서 다시 돌려보니 중얼거리는 모습이 담겼다. 잘 보니 '고맙다'는 이야기였다. 그 모습을 보고 저는 영화의 줄거리상 그 말이 마지막에 나올 수 있도록을 대본을 수정했다. 그렇게 키키 키린의 영화의 주제 핵심을 포착해 내고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어느 가족'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릴리 프랭키, 안도 사쿠라, 마츠오카 마유, 키키 키린, 죠 카이리, 사사키 미유 등이 출연한다. 지난 7월 26일 국내 개봉돼 절찬리 상영중이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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