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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40대·연기 23년..남자로서 책임감"..이정진, '더킹'으로 닫은 3년 공백기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0-06-13 10:38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의 배우 이정진이 12일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6.12/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이정진(43)이 23년 만에 가장 강렬한 캐릭터, 이림을 만났다.

패션모델로 연예계에 먼저 데뷔했던 이정진은 23년에 달하는 연예계 생활을 지나오며 SBS '순풍산부인과'(1998), SBS '나쁜 여자들'(2002), SBS '러브르토리 인 하버드'(2014), MBC '9회말 2아웃'(2007), MBC '사랑해, 울지마'(2008), KBS2 '도망자 플랜B'(2010) 등으로 주연급 배우로서의 행보를 보여줬다. 여기에 MBC '백년의 유산'(2013), SBS '유혹'(2014)에서도 주인공으로 활약했고, tvN 'THE K2'(2016), tvN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2017)를 통해 얼굴을 비췄지만, 3년여간 작품활동 대신 휴식을 취해 대중과 잠시 거리를 뒀다.

그랬던 이정진이 SBS '더킹 : 영원의 군주'(김은숙 극본, 백상훈 정지현 유제원 연출)를 통해 화려하게 돌아왔다. 이정진은 지금껏 보여준 바 없던 얼굴을 장착하고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이라는 평행세계를 넘나드는 역적 이림으로 등장, 대한제국의 황제인 이곤(이민호)과 대립각을 세웠다. 최종회에서는 장렬한 최후까지 맞이하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다. '더킹'은 악마에 맞서 차원의 문(門)을 닫으려는 이과(理科)형 대한제국 황제 이곤과 누군가의 삶, 사람, 사랑을 지키려는 문과(文科)형 대한민국 형사 정태을의 두 세계를 넘나드는 공조를 그린 로맨스 드라마로, 김은숙 작가의 신작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각종 논란과 난해한 이야기 전개로 인해 저조한 시청률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더킹'은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평균 8%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퇴장했다.

이정진은 1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을 만나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정진은 "9개월의 대장정이었다. 20년이 넘게 연기를 하다 보니 매 작품이 아쉽고 새로운 작품이 기대가 되기도 하지만. 이번 작품은 유독 규모도 컸고 촬영 기간도 길었던 만큼 기억에도 많이 남았고, 좋은 스태프들과 좋은 작품, 배우들이 함께한 것이 기억에 남았다. 9개월간 좋은 시간을 잘 보냈고 마지막 방송까지 마무리도 잘 된 거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더킹'은 이정진이 무려 3년 만에 연기자로 복귀한 작품이었다. 그간 공백기를 가진 이유에 대해 묻자 이정진은 "나를 안 부르더라"고 시원하게 말했다. 그는 "안 그래도 처음에 '더킹' 측에서 저에게 미팅을 오라고 해서 저도 가서 여쭤봤다. '왜 저를?'이라고 물었다. 많이들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을 거고 궁금했는데 그쪽에서 저를 만나자고 했다고 해서 '왜?'라고 했었다. 그런데 작가님도 감독님도 제게 거꾸로 물어보시더라. '왜 그동안 연기를 안 했냐'고. 감독님도 작가님도 그냥 제가 연기를 안 하고 있는 줄 아셨던 거다. 그러다 보니 이제 '더킹'을 계기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의 배우 이정진이 12일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6.12/
그렇다면, 김은숙 작가는 이정진의 어떤 모습을 보고 싶어 그를 캐스팅하게 됐을까. 이정진은 "작가님은 그냥 저에게 잘 어우릴 거 같다고 생각하셨다는데, 먼저 (이)민호가 캐스팅이 됐고 대립각이 서야 하는데, 둘이 투샷으로 마주 보는 장면에서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셨단다. 그게 바로 해운대에서의 재회 장면이었던 거 같다. 그리고 만파식적과 함께 마주보는 신에서 그림이 좋을 거 같았다고 하시더라. 대본을 보고 난 뒤 작가님이 하신 말씀이 뭔지 알았다"고 밝혔다.

특히 이정진은 '더킹'을 통해 새로운 얼굴을 장착했다. 40대와 70대를 함께 살아가는 인물 이림으로서 신선한 모습을 보여준 것. 이정진은 "캐릭터 자체도 다른 역할이다 보니까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저 역시도 그동안 다른 작품에서 누군가가 연기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새로운 것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고, 설정 자체가 72세인 역할이라 그 부분을 조금 더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작가님도 40대와 70대를 함께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대본이 나오기 전에 캐스팅이 돼서 미리 들어보니 '영원불멸의 70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준비를 많이 했었다"고 말했다.

이정진을 처음 보는 사람들도, 그를 오래 알았던 이들도 '더킹' 속 이정진을 보며 낯선 기분을 느꼈을 것. 이정진은 무려 9kg을 감량하며 역할에 모든 것을 바쳤다고 했다. 여기에 건강까지 포기하는 다이어트 방법으로, 그야말로 '더킹'에 몸을 바쳤다. 이정진은 "살도 안 좋은 방법으로 많이 뺐다"며 "연예인들이 농담으로 '입금 전, 입금 후'가 다르다고 하지 않나. 원래라면 운동도 하고 식단도 관리하며 살을 빼는데, 저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생으로 굶고 운동도 안 하고 담배도 두 배로 피웠다. 피부과에 가니 저보고 '안 좋은 것은 세상 다 했다'고 하더라. 그러다 보니 주름도 졌고, 극단적 방법을 택하게 됐다. 생으로 굶고 하루에 계란 세 개만 먹고 버티기도 했다. 그랬더니 제 키라 184cm인데 69kg까지 빠졌다. 총 9kg이 빠진 셈이다"고 말했다.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의 배우 이정진이 12일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6.12/

이어 이정진은 "나중에는 속옷이 안 맞아서 다시 살 정도였다. 내 옷인데도 다 안 맞았고, 집에서 옷을 입다가 내 몸을 보니 '내 옷이 아닌데' 싶었다. 이림의 캐릭터가 독특하다 보니 안 좋은 방법으로 살을 뺀 거다. 늦게까지 TV를 보고 안 먹고, 원래 흡연자인데도 담배를 두 배로 피우고. 몸을 망친 거다. 다행히 몸은 튼튼한지 아프지는 않았지만, 한 달 반을 그렇게 하니 얼굴에 주름이 잘 졌다. 분장도 하기는 했지만, 주름이 깊게 파였고, 나중에는 사실 많이 먹으며 했는데 여전히 회복 중이다"고 설명했다.

극단적 다이어트로 '더킹'을 완성했던 이정진은 이제 회복에 힘쓸 예정. 그는 "몸 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가장 좋아하는 것이 연기하는 것이니, 오래 하려면 몸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다. 또 최근에는 잘 쉬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운동선수들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잘 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는데, 에너지를 쓴 뒤 작품이 없는 시간이 잘 쉬어야 다음 작품에서 더 많은 것을 쏟아부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의 배우 이정진이 12일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6.12/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의 배우 이정진이 12일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6.12/
이정진은 23년의 연기 인생을 돌아보며 "앞으로도 계획대로 되겠냐"며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더라. 주어진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거다. 저를 선택한 분들에게 감사했고, 그때 그때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왔고 그 것들이 쌓여서 지금의 이정진을 만든 거 같다. 계획대로 이번엔 이런 것, 다음엔 저런 것을 하고가 아니라 그냥 그대로 쌓여온 것들이 지금의 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때문에 해보고 싶은 역할을 정하기보다는 늘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이정진은 "시켜주는 대로 해야지"라면서도 "배우로서 자신의 것을 고수하는 것 보다는, 조금씩 다른 것을 하는 게 나을 거 같다. 그동안의 제 필모그래피를 보면 '쟤가 왜 저 길로 가지?' 싶은 것들도 있을 텐데, 의외로 어울리는 작품들도 있었다. 저 역시 강한 캐릭터들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데뷔 23년차이자 40대를 맞이한 이정진은 현재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그는 "중요한 시기지만, 작품이 들어왔을 때 장고를 하고 싶지는 않다. 요즘은 하루 하루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여년 쌓아온 무게가 아니라, 이제는 나이가 40대다 보니 남자로서의 책임감도 있고 그렇더라. 20대 때는 '어리니까 실수일 수 있어. 몰랐겠지'하는 부분이 있었다면, 지금은 '몰랐겠어?'하는 부분이 된다"고 짚었다.

이어 이정진은 "나이를 먹으며 성격도 변하는 것들이 지금의 저는 오히려 좋다. 그 전에는 누군가 내 얘기를 했다고 하면, '내 얘기를 누가!'가 되는데 지금은 그냥 '이유가 있지 않겠어?' 이럴 정도가 된 거다. 굳이 나도 바쁜데 쫓아가서 만나서 '네가 그랬느냐'고 따지겠나. 그냥 이제는 외양 자체에 신경을 안 쓰게 되더라. 마냥 뭐든 연기를 하든, 사람을 만나든 내가 진실하고 진정성이 있게 사람을만나면 커피를 마시든 일을 하든 시간이 쌓이게 되는 거고, 40년차가 되어도 연기를 할 수 있는 게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정진은 마지막으로 "저는 이제 앞으로가 더 중요할 거 같다. 지난 작품들을 돌아봤을 때 후회스럽고 미련이 남는 것들이 아니라, 최고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에너지가 있어야 다음 작품도 고를 수 있고, 또 그 다음, 그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 않을까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정진은 '열일'을 예고한 상태다. '더킹'을 마친 뒤 열정적으로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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