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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여성판 테이큰'을 표방했지만 리암 니슨과 이정현을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31일 개봉하는 영화 '리미트'가 최근 언론 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문정희다. 문정희는 최고의 빌런 혜진을 연기했다. '문정희가 문정희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몰입감 강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극의 주도권을 쥐었다. 등장부터 압도적인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한 문정희는 다소 어색해 보일 수 있는 표정 연기까지 자연스럽게 보이게 할 정도로 연기 그 자체로 승부했다. 또 빌런이지만 명분있는 빌런의 모습을 과감하게 보여준 것도 문정희니까 할 수 있는 영역이다. 본인의 말처럼 "가족을 만들어간다는 명분"을 자연스럽게 녹이며 설득력을 더했다.
진서연 역시 특유의 강인한 이미지를 때로는 부각시키고 때로는 접어 넣는 강약 조절로 캐릭터를 완성해 연기 보는 맛을 느끼게 했다.
여기까지는 신선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추리 소설의 대가 고 노자와 히사시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하면서 영화라는 매체적 특성을 간과한 부분이 보인다. 짧은 시간 안에 쉽게 이야기를 풀어놓지 못해 관객들이 다소 의아한 상황을 보게 되는 것. 특히 명선(박경혜)의 총격 액션은 시원시원하긴 하지만 영화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불릴 수 있는 신에서 '도대체 왜 그 순간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가 쉽게 이해되지 못한다. 때문에 이후 전개되는 클라이맥스 상황에서도 관객들이 이야기를 쫓아가느라 허둥지둥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물론 '리미트'는 코로나 시대를 뚫고 오랜만에 나온 여성 액션스릴러 영화라는 점만으로도 의미있는 작품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