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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이형이 달았던 17번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신태용호의 17번' 이재성(26·전북 현대)은 6일(한국시각) 오스트리아 레오강 스타인베르그 스타디온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선배' 이청용(30·크리스탈팰리스)을 떠올렸다. 이청용은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해온 공격수다. 지난 2009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볼턴과 크리스털팰리스에서 10시즌을 살아남았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2014년 브라질월드컵 등 2번의 월드컵에서 17번을 달고 2골을 터뜨렸다. 이재성은 러시아월드컵을 열흘 앞둔 시점에서 '17번 선배' 이청용의 마지막 조언을 언급했다. "청용이형이 '단톡방'에서 응원해주셨다. 큰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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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청용은 혼신의 힘을 다한 온두라스전에서 타박상을 입었다. 최종 엔트리에 끝내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캡틴' 기성용은 10대의 소년이 서른의 베테랑이 된 그 세월동안 축구의 꿈을 함께 키워온 '단짝' 이청용과의 이별에 진한 눈물을 흘렸다.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쌍용'의 세 번째 월드컵 꿈이 멀어졌다. 이재성 등 믿고 따라온 후배들의 아쉬움도 컸다. 5일 마지막까지 함께한 이청용이 단톡방을 떠나며 이제 정말 23명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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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월드컵 후인 2015년 8월 라오스와의 러시아월드컵 예선전을 앞두고 '제2의 이청용'이라 불리는 이재성에 대한 질문에 이청용은 "이재성은 내 후계자가 아니고, 팀 동료다. 같이 호흡을 맞추는 데 대해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면서 "체격이나 포지션이 비슷한데 부지런한 움직임이 좋은 선수다. 한국 축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선수"라고 극찬했다. '신태용호의 17번' 이재성은 권창훈, 이청용, 이근호 등이 떠난 신태용호 2선 공격라인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다. 이재성은 떠난 이들의 몫까지 해낼 뜻임을 분명히 했다. "청용이형의 상징적인 번호(17번)를 달아 영광이다. 월드컵에서 많은 것을 보여준 선수다. 청용이형뿐 아니라 여기 오지 못한 모든 선수들의 몫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파주 마지막 공식훈련 후 찍은 영상속 이청용의 모습은 찡하다. 그는 늘 마지막까지 그라운드에 남는 선수였다. 전북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훈련장에 남는 '연습벌레' 김신욱과 함께였다. 오른쪽 측면에서 김신욱을 향해 패스와 크로스를 쉴새없이 올리며 호흡을 맞췄다. 러닝으로 몸을 푸는 김영권에겐 친근한 장난을 걸었고, 한국 대표팀 취재를 찾아온 외신 기자와 스스럼없이 영어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행운을 빈다. 브라질월드컵 이후 한국은 나의 베스트 팀"이라는 덕담에 "고맙다"며 예의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파주에서 마지막 훈련에 임하던 이청용의 모습은 누구보다 밝았고 누구보다 절실했다. 실전감각 우려를 떨치고,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는 선수가 되고자 마지막까지 솔선수범했고, 최선을 다했다.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월드컵의 목표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후배들을 걱정하고 살뜰히 챙겼다.
신태용호 23인 태극전사들에게 이청용의 이름 세 글자는 더 절실히 뛰어야 할 이유가 됐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