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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축구의 물줄기가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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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이 무너진 경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페인은 1일(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러시아와의 러시아월드컵 16강에서 연장혈투 끝에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러나 승부차기 끝에 3대4로 패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48경기 중 승패가 갈린 39차례. 이 가운데 패스 횟수에서는 밀렸지만, 활동량으로 상대를 제압한 경우는 10차례다. 더욱 눈여겨 볼 점은 '이변'으로 꼽힌 경기 대부분이 활동량으로 승리를 챙긴 케이스다.
대표적인 예가 있다. 바로 러시아다. 러시아는 1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5골을 몰아넣으며 승리했다. 당초 접전이 예상됐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완승을 거뒀다. 당시 러시아는 118㎞를 달리며 사우디아라비아(105㎞)를 압도했다. 러시아는 2차전에서도 115㎞를 뛰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모하메드 살라가 버틴 이집트(110㎞)를 꺾었다. 반면 우루과이와의 3차전에서는 단 98㎞를 뛰는데 그쳤다. 우루과이(101㎞)가 3대0 승리를 챙겼다.
일본 역시 콜롬비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활동량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일본은 상대가 한 명 퇴장당한 '수적우위'를 활용해 101㎞를 달렸다. 반면 콜롬비아는 93㎞를 달렸고, 일본이 2대1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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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 축구를 하는 팀, 이들을 상대하는 전략은 하나였다. 일단 버티고, 기회가 나면 무조건 치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스피드'다.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이 대표적이다.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1788회 패스했다. 프랑스도 1556회 시도하며 만만치 않은 패스 축구를 했지만, 아르헨티나를 상대로는 철저히 '막고 찌르기' 전략을 택했다. 객관적 수치가 이를 입증한다. 이날 경기에서 프랑스는 351회 패스했고, 아르헨티나는 547회 시도했다. 점유율에서 아르헨티나가 59%로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프랑스가 4대3으로 승리했다.
승리의 중심에는 킬리앙 음바페의 스피드가 있었다. 음바페는 빠른 발을 활용해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전반 13분에는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후반에는 2골을 몰아 넣었다. 아르헨티나 수비진은 음바페를 막기 위해 3~4명이 달라붙었지만, 음바페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한국과 독일의 최종전에서 터진 손흥민의 골도 비슷하다. 손흥민은 상대가 지친 틈을 타 50m 이상을 치고 나갔다. 예상을 뛰어넘는 스피드에 독일 수비진은 제대로 된 반응을 하지 못했고, 손흥민은 쐐기골을 폭발시켰다.
물론 패스 없는 축구 없고, 단순히 많이-빨리 뛴다고 승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 확인했듯이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현대 축구의 흐름이 더 많이, 빨리 뛰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