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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틸러스 유스 시스템, 화수분이 된 비결은?

선수민 기자

기사입력 2018-07-03 06:00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포항 스틸러스 유스가 '화수분'이 된 비결은 무엇일까.

포항은 뿌리 깊은 축구단이다. 1973년 창단해 1984년 프로축구단으로 전환했다. 창단한지 무려 45년이나 됐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또 하나 포항의 자부심은 유소년 클럽에 있다. 현재 U-18(포항제철고), U-15(포항제철중), U-12(포항제철동초)로 유소년 클럽이 구성돼있다. 2003년 K리그 구단 중 가장 먼저 유소년 시스템을 구축했다. 사실 유소년 육성이 체계적으로 시작된 건 훨씬 더 이전의 일이다. 1984년 포항제철중, 1985년 포항제철공고 축구부가 창단하면서 부터다. 포스코 재단의 전폭적인 지지도 있었다.

구단의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로 이동국 이명주 김승대 등 스타들을 배출했다. 현재 포항 유스 클럽에는 총 99명의 학생이 속해있다. 올해 3월을 기준으로 K리그 등록 선수를 살펴 보면, 포항의 자유스 출신 비율은 29.7%(37명 중 11명)로 수원 삼성(34.2%), 전남 드래곤즈(32.4%)에 이어 3위다. 최근 들어 외부 선수 영입에 인색하지만, 유스 선수들을 키워 프로에서 주전으로 활용하고 있다. 황희찬(잘츠부르크) 이진현(FK 오스트리아 빈 이적 후 포항 복귀) 등의 유망주들은 잘 성장해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유소년 클럽에서 만큼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포항 관계자는 "과거부터 고위층이 유소년 육성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소년 클럽은 1980년대부터 생긴 것이다. 사실상 한국형 유스 시스템을 시작했다. 2003년 유스 시스템을 도입할 때도 최순호 감독님이 계셨다. 외국의 유스 클럽을 보고 육성을 중요하게 여기셨다. 또 포스코가 국가기간산업이다 보니 축구로 나라를 대표하고 싶어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유스 시스템을 만들려는 의지도 컸다"고 했다.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포항의 가장 큰 강점은 '환경'과 '연속성'이다. U-12부터 U-18까지 한 데 모여있다. 백기태 U-18 감독은 포항의 산 증인 중 한 명이다. 유소년 클럽인 포항제철동초-포항제철중-포항제철고를 차례로 졸업했고, 포항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2001년부터 일찌감치 지도자 생활을 시작. 17년 동안 코치, 감독으로 포항 유소년 클럽을 돌아다녔다. 그는 "예전에는 지도자 역량이 컸지만, 지금은 축구 수준이 높아졌다. 구단과 유스가 함께 협업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포항은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훈련하는 게 잘 어우러져 있다"고 말했다.

유소년 클럽들은 모두 근거리에 위치해 있다. 게다가 3개의 축구 전용 구장을 갖추고 있다. 백 감독은 "다른 구단과 달리 모두 인접해있다. 서로 다른 연령대 선수들을 지켜볼 수 있고, 소통도 잘 되고 있다. 환경도 좋다. 교내에 들어오면 다들 놀란다. 내가 처음 포항제철동초에 왔을 때부터 시설은 좋았다. 훈련할 때마다 운동장을 빌려야 하는 구단들도 많다. 하지만 우리 고등학교의 경우는 선수들만 쓸 수 있는 운동장이 있다"고 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기숙사도 한 곳이다. 70~80%의 선수들이 그대로 상위 클럽에 진학하기 때문에, 적응도 빠르다. 백 감독은 "아무래도 한솥밥을 먹으니 경기력에 영향이 있다. 화합이 잘 된다"고 했다. 창단 때부터 현재까지 식비를 포함한 선수들의 활동비 전액도 지원된다.

아울러 프로와 유스가 '한 곳'을 바라보고 움직인다. 최 감독은 유스 지도자들과 한 달에 2회 '기술 회의'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 함께 전술, 기술 등을 공유한다. 백 감독은 "현재 프로에서 '4-3-3' 포메이션을 쓰고 있는데, 유스 클럽들 모두 마찬가지다. U-18과 프로는 연관성이 커서 소통을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 고등학교 때 기본 기술을 잘 다듬어서 프로에 와야 한다는 것을 많이 강조하신다"고 설명했다. 뚜렷한 목표와 방향이 제시되고 있는 셈이다.

포항은 올해 또 한번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중, 고등학교 선수들을 2학년 단위로 나눠 훈련을 실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중학교 1~2학년,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 고등학교 2~3학년으로 나뉜다. 일찍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최 감독이 2000년대 초반부터 주장해온 시스템. 그는 지난 3월 학부모들을 초청해 새 시스템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백 감독은 "선수를 일찍 콜업해 경쟁시키고 있다. 중학교 3학년은 형들과 축구를 하다 보니 몸 싸움이 좋아지고 실력도 빠르게 는다.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클럽 별로 서로 지원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유스 클럽이 모여있는 포항이라 가능한 시도"라고 말했다.

최근 유소년 선수들의 출전 기회 확대를 위해 대회를 '2년 체계' 혹은 '연령별'로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아직 대회 구조는 그대로지만, 포항은 '2년 체계 훈련'으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포항 관계자는 "예산의 한계는 있지만, 육성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구단은 항상 선수의 프로 데뷔, 빅리그 진출, 국가대표 발탁을 도와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그게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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