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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인터뷰]주세종"문선민X윤영선과 'K리그 위해 희생하자' 약속했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7-09 05:30


러시아월드컵 신태용호의 미드필더 아산 주세종.  전영지 기자

"K리그에 돌아가면 책임감을 갖고, K리그가 발전할 수 있도록 더 희생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7일 K리그2 18라운드 안산 그리너스 원정에서 2대0으로 승리한 직후 만난 '월드컵 스타' 아산 주세종(28)이 'K리거의 책임감'을 이야기했다.

주세종은 이날 안산전 후반 13분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후반 35분 쐐기골의 시작점이 됐다.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을 향해 쏘아올린 롱크로스의 날선 감각을 K리그에서 그대로 재현했다. 중원에서 오른쪽 측면을 치고 달리는 황인범을 향해 정확한 크로스를 툭 떨궜다. 황인범의 땅볼패스가 문전 이명주의 발끝에 연결된 직후 골망이 출렁였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과정, 그 출발선상에 주세종이 있었다. 2대0 완승, 아산이 성남을 밀어내고 선두를 탈환했다.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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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후 주세종은 "월드컵에 다녀온 후 좀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오늘 우리 팀이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드린 것같다"며 활짝 웃었다. "독일전, 멕시코전에서 K리거들이 역량을 보여주면서 많은 K리그 팬들이 기뻐하셨다. 러시아에서 돌아온 후 첫경기에서 (문)선민이가 2골, (윤)영선이형도 동점골을 넣었다"며 뿌듯해 했다. "러시아에서 우리끼리 'K리그 돌아가면 책임감을 갖고, K리그가 발전할 수 있도록 더 희생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한경기 한경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다 보면 팬들도 많이 찾아와주시고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러시아월드컵 '큰물'을 경험한 후 선수로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마음가짐"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직접 부딪치면서 내가 정말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더 겸손하게, 더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경기 템포가 엄청 빨랐다. 개인 기술의 격차도 컸다. 수비에 나름 노하우도 있고, 자부심을 갖고 축구를 해왔는데 경기를 하면서 다 깨졌다.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구나. 한국에선 될지 몰라도, 월드컵에서는 쉽지 않구나를 몸으로 느꼈다. 부족함을 깨달았다. 정말 많이 배웠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러시아월드컵은 '꿈'이었다. 월드컵에서 선발로 뛴다는 것, 공격포인트를 기록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고 했다.

4년 전인 2014년 여름, 투혼의 부산 미드필더 주세종을 떠올렸다. 부산이 11경기 무승을 기록한 암울했던 상황, 머리를 빡빡 밀고 '죽기살기'로 달려, 기어이 3년만의 데뷔골로 승리를 이끌었다. 가족을 향해 손 흔들던 '축구청춘'의 투혼은 찡했다.

주세종은 건국대 시절 날카로운 킥력과 영리한 패스, 폭넓은 시야로 인정받았다. 2012년 드래프트 1순위로 부산에 입단했지만, 프로 무대는 그에게 쓰라린 시련을 안겼다. 데뷔전 직후 발목이 부러졌다. 3년간 단 1경기 출전에 그쳤다. 안갯속 그라운드에서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2014년, 3년만에 지각 데뷔골을 신고한 그날 이후 누구보다 치열하게 달렸고, 매시즌 성장을 거듭했다. 2016년 FC서울 유니폼을 입었고 주전을 꿰찼다. 꿈의 우승컵도 들어올렸다. 2018년 여름, 러시아월드컵에서 '연봉 430만원 의경' 주세종이 '독일 최고 수문장' 노이어를 상대로 볼을 뺏어내고, 필사적인 크로스를 올리던 순간 생각했다. '그 절실한 노력이 저렇게 보상 받는구나.'

주세종은 "그때보다는 성장한 것같다. 그때는 90분동안 열심히만 뛰었다. 팀에 어떤 존재가 돼야할지 생각없이 죽기살기로 뛰기만 했다. 지금은 생각하면서 플레이하려고 노력한다. '열심히'는 기본"이라며 웃었다.


스물여덟에 월드컵의 꿈을 이룬 '축구 미생'은 시련을 겪고 있는 후배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저는 연령별 대표에 뽑혀본 적도 없다. 부족하고 모자란 선수라는 생각에 어디서나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FC서울이라는 좋은 팀에 가게 됐고, 우승도 하게 됐고, 좋은 팀에서 주전으로 뛰면서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까지 가게 됐다. 지금도 자신이 부족하고 힘들다고 느끼는 후배들이 많을 텐데, 큰 꿈을 갖고 기회가 왔을 때 당당하게 도전하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에게 온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세종의 도전은 계속된다. 러시아월드컵은 꿈의 시작이다. "1월에 아시안컵도 있고, 다음 월드컵도 있다. 꾸준히 노력하고 치열하게 부딪치고 경기력을 유지해서 매번 대표팀에 들어가는 선수가 되고 싶다."


안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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