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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군인팀 상주를 만드는 김태완 감독의 긍정마인드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07-09 13:40 | 최종수정 2018-07-10 04:02



'신에게는 아직 2개월의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군인팀 상주 상무 구단 직원들은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2016년 12월 군번 선수들의 제대 시즌(9월 4일)이 다가오면서 더욱 그렇다. 전력 변동이 너무 크다. 일반 프로팀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불안정을 초래할 판이다.

8일 울산전을 비롯해 상주가 최근 내놓고 있는 스쿼드를 보면 비정상임을 알 수 있다. 수비수 이광선이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것부터 그렇다.

이유는 명백하다. 주민규 윤주태 여 름 등 공격자원들이 모두 부상 중이라 기용할 선수가 없다. 설상가상으로 이광선을 비롯해 김호남 김도형 신세계 홍 철 김남춘 임채민 김태환 유상훈 주민규 윤주태 여 름 김진환 등 입대 동기 17명이 한꺼번에 제대할 말년 병장이다.

지난 울산전에 출전한 베스트11 가운데 제대할 병사가 무려 9명에 달한다. 부상 중인 주민규 윤주태 등을 포함하면 모두 주전급이다. 군인팀의 숙명이라지만 베스트 멤버가 통째로 들락날락 하니 상위그룹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구단 입장에서는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 대한 김태완 감독의 자세는 다르다. 2002년 트레이너로 시작해 16년간 장기복무하며 산전수전 다 겪은 관록이 그대로 묻어난다. 긍정 마인드로 무장된 듯 비범하다.

8일 울산전 시작 직전 김건희 권완규 윤보상 박대한 송시우 등 신병 17명의 입대 신고식이 있었다. 이들은 4주 훈련소 생활을 마친 뒤 지난 5일 팀에 합류했다. 김 감독은 이들을 가리키며 "전역 예정자들이 나갈 때까지 2개월의 시간이 주어졌잖아요. 괜찮아요. 그 기간을 잘 활용해서 다시 만들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제대와 동시에 신병이 들어와서 애를 먹었는데 2개월 빨리 신병을 받은 게 오히려 다행이란다.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라는 이순신 장군의 가르침을 연상케 하는 마인드다.



김 감독의 이런 마인드는 2대3으로 석패한 울산전에서도 잘 나타났다. 이날 경기는 이른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였다. 경기 종료 직전 극장골을 허용했지만 상주팬들을 흥분케 한 장면들을 무수히 연출했다. 재미로만 따지면 만점 짜리였다. 김 감독도 "오늘 누가 이겨도 좋은 경기였다"고 자평했다. 0-2로 몰린 뒤 하프타임을 맞았을 때 김 감독은 선수들을 닦달하지 않았다. 그저 "울산 양 측면의 황일수 김인성을 너무 자유롭게 해주는 것 같으니 전방 압박부터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걸 해보자"고 했단다. 그랬더니 후반 시작부터 달라진 병사들은 '군인정신'을 제대로 보여주며 관중의 탄성을 자아냈다.

러시아월드컵에 차출됐다가 아쉬움을 가득 안고 복귀한 김민우 홍 철을 대하는 자세에서도 특유의 스타일이 묻어났다. 스웨덴과의 1차전에서 박주호(울산)가 조기 부상 아웃된 이후 기회를 얻은 김민우는 팬들로부터 칭찬보다 비난을 많이 받았던 게 사실이다. 홍 철은 멕시코와의 2차전에 교체 투입돼 4분 정도 뛴 데 이어 마지막 독일전에서 사실상 1경기만 출전했다.

의기소침해져 돌아왔을 김민우를 향해 김 감독은 따로 면담을 갖고 위로해준다거나 하지 않았다. "지금은 군인이다. 군인정신이 뭔가.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김 감독은 "김민우는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의 60%밖에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만약 민우가 2골 정도 넣었다면 욕을 먹었겠나"라며 "결국 좋은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성장하는 계기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누군가 힘들어 할 때 옆에서 어깨 다독여주는 방법을 생각하면 야속할 법도 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군인팀의 수장답게 '강한 군인'을 만드는 용병술을 선택했다.

상주가 탄탄한 기업 구단들과의 틈바구니에서 상위그룹을 유지하고 '졌잘싸'를 선사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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