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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수를 쓰든지 이긴다. 흔들림 없이 결승이다.
▶ 음바페는 아자르의 뒤를 노렸다
프랑스는 벨기에전에서 조별리그와 토너먼트에서 활용한 4-2-3-1 포메이션을 꺼냈다. 볼을 소유했을 때 빌드업은 주로 캉테에 의해서 시작된다. 캉테가 센터백 근처부터 볼을 소유해서 직접 전진하며 포그바나 그리즈만에게 연결한다. 상대의 압박을 피해서 전진패스 투입을 엿본다. 정면에 틈이 보이지 않으면 측면 전환을 통해서 어태킹써드로 진입한다.
프랑스의 수비조직은 4-4-2다. 하프라인 밑으로 포워드까지 내려와서 극단적으로 간격을 좁혔다. 음바페의 수비가담이 적을 땐 4-3-3처럼 변했다. 지루와 그리즈만이 투톱으로 상대 미드필더들을 견제했고, 음바페는 오른쪽 측면에서 파바르와 거리만 유지했다. 포지션 구조 상 음바페의 수비담당은 아자르다. 그러나 음바페는 파바르에게 홀로 맡기고 더 높이 전진해있기도 했다.
음바페의 스피드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아자르에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수비 뒤 공간을 음바페가 역습으로 노리려는 프랑스의 '노림수'였다. 벨기에도 모를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아자르의 솔로 플레이에 믿음을 줬다. 실제로 아자르는 공격의 시작점이 되어서 프랑스 수비진을 두세 명씩 거뜬히 제쳤다.
결과적으로 이 대결은 승부를 가리지 못 했다. 아자르의 솔로 플레이는 벨기에 공격의 중심이 됐다. 당연히 음바페가 노리던 아자르의 뒤 공간을 향한 역습 기회는 드물었다. 간혹 다른 위치에서 이어지는 롱킥에 의한 역습 땐 베르통언의 커버에 막혔다. 아자르는 왼쪽측면을 흔드는 것까진 가능했지만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 했다. 공간을 두고 벌인 두 팀의 치열한 전술싸움이 이날 경기의 승부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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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또 하나의 전술적 특이점이 있다. 4-2-3-1 기본 포메이션의 왼쪽 윙포워드에 마투이디를 세웠다. 조별리그 2차전 페루전과 16강전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승리한 조합이다. 마투이디는 폭발적인 활동량과 압박을 통한 볼 차단이 강점이다. 이어서 공격전환까지 뛰어난 세계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평가된다.
마투이디는 공격과 수비에 걸쳐 밸런스를 만들었다. 벨기에의 4-3-3 수비조직의 오른쪽 측면(프랑스의 왼쪽측면)은 더 브라이너가 수비에 깊이 관여하지 않는다. 체력을 비축하며 보다 전방에서 역습을 준비한다. 그 사이 왼쪽풀백 에르난데스는 측면 깊숙이 전진했다. 왼쪽측면에 넓이를 만들었다. 에르난데스가 전진하며 발생하는 왼쪽 측면 뒤 공간은 마투이디가 내려갔다.
풀백의 공격 재능을 살리고 역습도 대비하는 이상적인 밸런스가 만들어졌다. 이 밸런스는 그리즈만까지 살린다. 벨기에의 4-3-3 수비조직의 오른쪽풀백 샤들리가 파바르에게 접근하면 수비라인이 벌어진다. 이때 커버를 위해서 중원의 뎀벨레와 비첼도 접근해야 한다. 그러므로 프랑스 중원의 그리즈만은 보다 자유로운 공간을 얻게 되었다.
마투이디의 수비적 기여도는 더욱 뚜렷하다. 이미 아르헨티나전에서 측면으로 고립된 메시를 더욱 강하게 압박하며 패스투입을 차단했다. 더해서 캉테와 조합으로 상대의 위험지역 접근을 차단한다. FIFA 제공 데이터의 히트맵에 따르면, 왼쪽 윙포워드지만 활동위치를 뜻하는 녹색이 선명한 위치는 하프라인 왼쪽 아래 지역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여러 스타일의 경기운영이 가능하다
프랑스의 2018년 월드컵은 '예측하기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 수비적인 팀을 상대론 볼을 점유하며 해결할 수 있는 포그바-그리즈만 등의 해결사가 있다. 상대가 역습이 뛰어나면 먼저 수비적으로 내려앉아서 역으로 역습을 준비하는 조직력과 스피드도 대단하다.
실제로 결승전 진출까지 치른 여섯 경기는 매번 다른 운영이었다. 패스 횟수가 상대팀 보다 많았던 3경기(호주-덴마크-우루과이)와 패스 횟수가 상대팀 보다 적었던 3경기(페루-아르헨티나-벨기에)로 정리된다. 상대가 볼 소유를 잘하거나 역습이 뛰어나면, 프랑스는 수비적으로 내린 후 역습을 노렸다.
벨기에전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압도한 경기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비라인은 단단했고 상대의 약점도 꾸준히 노렸다. 결국 세트피스에서 결승골을 만들었다. 지난 우루과이전도 그랬다. 상대의 흔들리지 않는 수비조직을 세트피스로 득점했다. 이어 상대의 밸런스가 공격으로 이동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역습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프랑스의 과거 화려했던 스타일과 비교하면 이질감은 있다. 하지만 축구는 빠르게 변한다. 잉글랜드가 오히려 짧은 패스로 점유하는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여기서 찾아야 할 핵심은 프랑스는 어떻게든지 이기는 경기를 하고 있다. 역습-볼 점유-수비조직-세트피스 등 모든 부분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다.
반면 벨기에는 주전 한 명(뫼니에)의 경고누적 결장에 흔들렸다. 지난 경기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만든 전술과 포메이션을 바꿔야 했다. 누가 뛰어도 일정한 수준의 경기력과 팀이 의도하는 전술을 완성도 있게 구현하는 팀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선전했다. 단순히 점유율이나 수비축구라는 프레임 속 개념이 아니다.
이제 결승전의 한 팀은 정해졌다. 프랑스의 20년 만에 우승까지 한 걸음이 남았다. 결승전 역시 어떤 방식의 경기 운영을 펼칠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상대의 약점을 노릴 것이다. 또한 어떤 방식으로든지 득점할 수 있는 뛰어난 자원들이 많다. 프랑스의 2018년 월드컵 마지막 한 판에 기대가 모인다.
박경훈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