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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이어 구자철까지 국대 은퇴고민, A대표팀 고참이 사라진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8-07-30 17:13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이 6일(한국시각) 오스트리아 레오강 스타인베르그 스타디온에서 훈련을 했다. 기성용, 구자철 등 선수들이 몸풀기 훈련을 하고 있다. 레오강(오스트리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6.06/

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이 16일 오후(한국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훈련장에서 훈련을 했다. 구자철, 기성용이 훈련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6.16/

'서른, 잔치를 끝낼 시간일까.'

'캡틴' 기성용(뉴캐슬)에 이어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까지 국가대표 은퇴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성용과 구자철은 1989년생 동갑으로 지난 두 차례 월드컵에서 태극호의 주축을 이뤘다. 우리 나이로 올해 서른살인 두 국가대표는 남은 선수 커리어와 국가대표 사이에서 개인 커리어 쪽에 좀 더 무게를 싣고 있다. 만약 동시에 기성용과 구자철이 국가대표 은퇴를 결정할 경우 우리 A대표팀에 고참이 사라지면서 무게 중심이 젊은 선수로 급속 이동하게 된다.

기성용이 신태용호의 러시아월드컵 본선 16강 진출 실패 이후 먼저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멕시코전(1대2 패) 때 부상(종아리)으로 마지막 독일전(2대0 승)에 결장했다. 기성용은 "주장으로서 그동안 팀을 잘 이끌지 못한 책임감도 있었다. 또 대표팀이 많은 비난을 받을 때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이런 복합적인 요소가 은퇴를 고민하게 된 이유"라며 "주변 분들과 상의를 해야 한다. 은퇴 시기가 되면 내 입으로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성용은 2008년 요르단과의 친선경기(9월 5일)를 통해 A매치에 데뷔했고, 지금까지 A매치 104경기(10골)에 출전, 센추리클럽을 달성했다.

구자철이 기성용의 뒤를 밟을 조짐이다. 그는 최근 독일 축구 전문지 '키커'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대표 거취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구자철은 "10년간 대표팀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 8년은 독일과 한국을 오가야 했다. 자주 다쳤고, 큰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있었다. 내 목표는 개인적으로나 팀에서나 지난 시즌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분데스리가에 집중한다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가대표 은퇴를 암시하는 뉘앙스다. 또한 그는 "축구협회와 미래를 논의하고 있다. 내 의견을 얘기했고, 함께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아직 구자철과 구체적으로 미래를 논의한 건 없다. 다만 구자철이 러시아월드컵 때 몸상태가 100%가 아니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이 힘겨워했다"고 밝혔다.

구자철은 2008년 2월 중국과의 동아시안컵(3대2 승)경기로 A매치 데뷔했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선 스웨덴전(0대1 패)과 독일전, 두 경기에 출전했지만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 구자철은 지금까지 A매치 70경기(19골)에 출전했다.

구자철 소속사는 키커 인터뷰에 대해 "국가대표는 나라의 부름이다. 구자철은 아직 국가대표 은퇴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린 게 없다. 다만 러시아월드컵 기간 동안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갖고 있다. 또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누적으로 소속팀에서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지 못하는 걸 염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자철은 2011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독일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볼프스부르크, 아우크스부르크, 마인츠 3팀에서 총 8시즌을 보냈다. 아우크스부르크와 2019년 6월말까지 계약돼 있는 구자철은 소속팀과 재계약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월드컵을 통해 우리나라 A대표팀 선수단의 무게 중심은 기성용에서 손흥민(26·토트넘)으로 옮겨갔다. 기성용과 구자철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 선수단의 핵이었다. 4년 후 있을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선 손흥민 황희찬 이승우 등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기성용과 구자철의 국가대표 은퇴가 너무 이른감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 원로 축구인은 "우리나라는 국가대표 선수 풀이 두텁지 않다. A대표팀의 세계 경쟁력을 감안할 때 기성용과 구자철이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신구조화 차원에서 32~33세까지는 더 대표팀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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