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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이유있는 홈 관중 증가 '조성환 감독+숨은 노력'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07-31 05:20


제주유나이티드 김지운 GK코치가 아빠 미소를 지으며 등굣길 초등학생 안전지도 봉사를 하고 있다.(위) 사진 아래는 제주 골키퍼 이창근이 등굣길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제주유나이티드



"오늘 관중 얼마나 오셨어요?"

29일 울산과의 홈경기가 끝난 뒤 조성환 제주 감독이 인터뷰실로 향하면서 구단 프런트에게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이다.

"종전에 비해 제법 많은 5000명 가까이 오셨다"는 답변에 조 감독은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많이 와주셨는데 승리하는 걸 보여드렸어야 하는데…."

이후에도 조 감독은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관중 걱정이 늘 먼저였다. 이에 구단 관계자는 "감독님은 경기 성적 만큼이나 관중 추이에도 관심을 보인다. 홈 관중 모시기 마케팅에 어떤 때는 프런트보다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서귀포 지역 초등학생 등교 안전지도에 나선 제주 코칭스태프들.
조 감독이 '관중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것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에 스스로 가하는 채찍질이다. 그의 말대로 "홈 팬들 앞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고 자기최면을 걸어야 위기에서 탈출하는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제주는 이날 울산전에서 1대1로 비겼다. 최근 3연패를 끊었지만 하반기 3번째 홈경기서 또 이기지 못했다. 그래도 보이지 않는 소득은 있었다. 관중 증가세다. 제주는 '섬나라'의 특성상 '육지 구단'들에 비해 관중 몰이에 제약이 많은 곳이다. 전체 인구규모(66만명)도 그렇지만 관광지역 특성상 관광객이 대거 몰리는 시즌이면 각자 생업이 더 바빠져 축구장을 찾을 여력이 뚝 떨어지기 마련이다.


제주 구단이 마련한 엄마와 초등학생딸 축구캠프에 참가한 제주지역 도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도 제주는 최근 의미 있는 관중 증가세를 보였다. 러시아월드컵 휴식기 직전 전반기 14라운드까지 7차례 홈경기를 치르는 동안 평균 관중은 2492명(총 1만7448명)에 불과했다. 상주, 강원보다 약간 나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월드컵 휴식기 이후 3차례 홈경기에서만 총 1만5695명, 평균 5231명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종전 7경기 총 관중수에 육박하는 실적을, 그것도 손님 모시기 더 힘들다는 휴가철에 거둔 것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 중심에 조 감독의 '관중 프렌들리 마인드'가 있었다. 제주 구단은 지난 23일부터 서귀포 지역 초등학교 4곳에서 등굣길 안전지도 캠페인을 시작했다. 교통사고 걱정없는 봉사활동을 겸해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보자는 시도였다. 등굣길 지도에 나서려면 늦어도 아침 7시에는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혹서기 휴식이 중요한 선수들에겐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조 감독은 선수단에 아침 운동을 겸해 봉사에 나서자고 선수단에 제안했고 선수들은 조카 같은 어린이들을 보살피며 상큼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한데 25일 FA컵 32강전이 걸림돌로 다가왔다. 전날 야간경기를 치른 선수들을 이튿날 아침 일찍 등굣길 봉사에 내보내기는 무리였다.


제주 축구팬들은 29일 울산전이 끝난 뒤 흥겨운 DJ파티에서 뒷풀이를 가졌다.
조 감독이 다시 아이디어를 냈다. "선수들이 피곤할테니 코칭스태프가 대신 솔선수범하자"고 부탁했단다. 김한윤 수석코치를 비롯해 벽안의 호드리구 피지컬코치까지 코치진이 모두 안전지도 깃발을 들고 학교 앞으로 달려갔다. 일석삼조였다. 어린이들을 통해 학부모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고, 봉사활동에 동행한 구단 프런트와 대화할 시간도 늘어나면서 소통의 폭도 넓어졌다.

당초 여름방학 전까지 1주일 정도 시범운영하기로 했던 구단은 여름방학이 끝난 이후는 물론 앞으로 고정화된 '팬 프렌들리 마케팅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제주 구단은 '엄마+초등학생 딸 축구캠프'도 마련했다. 28∼29일 1박2일 동안 제주도내 '엄마+딸' 50가구 100명을 초청해 클럽하우스 투어, 축구교실, 쿠킹클래스 등 체험학습을 제공했다. 이들 캠프 참가자는 29일 울산전 관중 증가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런가하면 휴가철 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29일 울산과의 경기 전에는 '워터카니발'을, 경기 후에는 'DJ 댄스파티'를 열어 관광지역 맞춤형 이벤트로 축구 이외의 즐거움을 선보였다. 제주의 여름철 홈관중 상승세는 그냥 얻어진 게 아니었다. 이제 선수들이 홈 관중 앞에서 제대로 보답할 일만 남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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