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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봐도 문제가 명확했다. 해법도 있었다. 하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아니 답을 애써 외면하는 듯 하다.
최악의 상황. 단점을 보완할 기회는 있었다. 바로 여름 이적 시장. 7월 1일부터 한 달 간 열린 이적 시장은 선수 영입을 통해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전남은 이 '골든 타임'을 놓쳤다. 어영부영 하다 귀중한 한 달을 흘려보냈다.
물론 시도는 있었다. 전남은 일본 J리그에서 뛰고 있는 '에이스' 양동현(32)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양동현 역시 인연이 있는 유상철 감독과의 재회를 원했다. 하지만 구단에서는 양동현 영입에 소극적이었다. 양동현은 구단의 계속된 흥정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 결국 협상은 깨졌다. 양동현은 지난해 포항 소속으로 19골을 넣었다. 만약 전남이 양동현을 품에 안았다면, 최전방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카드가 됐을 것이다.
전남의 이적시장 패싱은 사실 새로운 일도 아니다. 이전부터 그랬다. 지난 몇 년간 이적시장에서 전남은 거의 빈손이었다. 자일(30·브라질) 정도를 제외하면 성공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올 시즌을 앞두고 유 감독 체제로 변신했지만 전폭적인 지원은 없었다. 전남 관계자는 "기존 선수들의 능력이나 이름값이 나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축구계의 시각은 다르다. 전남은 지난 시즌에도 최악의 모습 끝에 가까스로 잔류했다. 대대적인 변화까지 아니더라도, 적어도 분위기를 쇄신 정도의 변화가 절실했다. 유 감독은 부임 후 신인급들을 적극 기용하며 경쟁체제를 유도했지만, 개인능력에서 한계가 있었다.
정신력도 문제다. 전남 선수들의 몸값은 강등 라이벌 인천, 대구에 비해 높다. 하지만 인천, 대구 선수들 같은 간절함이 없다. 매 경기 무기력한 역전패가 증거다. 유 감독 역시 "선수들의 정신력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수 년간 반복된 문제라는 점에서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전남이 허송세월 하는 동안 대구, 인천 등 강등권 라이벌팀은 대대적인 보강에 나섰다. 대구는 브라질 공격수 에드가(31)와 조세(25)를 품에 안았다. 인천은 욘 안데르센 감독(55)으로 사령탑을 교체하며 팀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여기에 베테랑 공격수 남준재(30)까지 영입하며 연승행진을 달리고 있다. 생존 노하우가 남다른 두 팀의 행보는 전남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로페셔널을 표방하는 팀의 문제를 정확히 알면서도 해결하지 않는건 팬에 대한 직무유기다. 투자는 최소한의 노력이다. 지금 돈 한두푼 따질 때가 아니다. 강등 후 후폭풍은 상상하기 어렵다. 지난해 같은 기적은 결코 반복되지 않는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