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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그대로 '만점' 데뷔전이었다.
하지만 벤투호의 시작은 달랐다. 그 어느때보다 체계적이었고, 구체적이었다. 사실 전술의 형태는 여느 대표팀과 다르지 않았다. 4-2-3-1은 대표팀이 가장 자주쓰던 전술이다. 점유율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부터 강조하던 부분이고, 압박도 마찬가지다. 기성용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볼소유나 공격할때 세밀하게, 수비할때는 다같이 하는 것을 원하셨다. 크게 특별한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했다.
눈여겨 볼 부분은 부분 전술이었다. 축구의 전술은 크게 팀 전술, 부분 전술, 개인 전술로 나눠진다. 3~4일 훈련 후 경기를 치러야 하는 대표팀은 팀 전술과 개인 전술이 강조된다. 전체적인 형태만 만든 뒤, 개인역량으로 승부를 걸 수 밖에 없다. 지난 몇 년 간은 이같은 흐름이 더 두드러졌다. 대표팀이 고전한, 특히 밀집수비에 어려움을 ?M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뜩이나 개인기가 부족한데, 개인 전술을 보완해줄 부분 전술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슈틸리케 시절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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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없는 플레이는 없었다. 홍 철은 "코칭스태프는 목적성이 분명한 연결을 원한다"고 했다. 윙백은 단순한 크로스가 아닌 공격 전개 전체에 참여했고, 중앙 수비진 역시 빌드업에 적극 가담했다. 전반 종료 후 벤투 감독이 김민재(전북)를 잡고 한동안 작전을 설명한 것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김민재는 경기 후 "감독님이 뒷 공간에 패스를 많이 하라고 주문하셨다"고 설명했다. 후방부터 하나의 목적을 갖고 정확히 이어졌다.
이 과정이 쉴틈없이 진행되다 보니 속도가 대단히 빨라졌다. 굳이 1대1을 시도해 템포를 죽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경기 후 코스타리카의 로날드 곤살레스 감독은 "한국의 속도, 템포를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손흥민도 전술적으로 함께 움직이는 축구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재미있었다. 뛰면서 지루한 경기도 있고, 재밌는 경기가 있는데 이런 경기는 모두 열심히 뛰고 함께 하는게 보였다. 물론 이런 축구를 90분간 지속하는게 쉽지 않지만, 이런 축구를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수비진만큼은 1진에 가까웠던, 월드컵 참가국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이다. 김판곤 위원장이 벤투 감독을 영입하며 강조했던 '전문성'이 일찍 빛을 보는 느낌이다. 선수들은 훈련부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벤투식 훈련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물론 이제 한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이제 벤투호는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두번째 상대인 칠레를 만난다. 칠레는 코스타리카보다 더 강한 상대다. 하지만 분명 첫 경기에서 보여준 가능성이라면, 칠레전도 기대해볼만 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