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촌스런 이름 DGB대구은행파크, 그 속에 담긴 의미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9-02-28 06:00



DGB대구은행파크. 대구FC의 새 홈구장 이름이다. 자칫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큰 의미가 담겨있다.

대구는 25일 오픈 트레이닝을 통해 대구팬들에게 새 축구 전용 구장의 첫 선을 보였다. 아직 실내 공사 등 잔일 처리가 조금 남아있지만 당장 팬들을 맞이해도 큰 문제가 없을만큼 개장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26일 새 구장 명칭이 'DGB대구은행파크'로 명명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초, 대구 구단이 내세운 경기장 명칭은 '포레스트아레나'였다. 도심 속 숲의 테마로 경기장을 건축했기 때문이다. 실제 구장 외관을 보면 나무 모양의 조형으로 색다른 느낌을 준다.

포레스트아레나라는 명칭에 축구팬들은 좋은 반응을 보였다. 늘 지역명 뒤에 구장, 경기장 등이 붙은 틀에 박힌 경기장명을 들어야 했는데, 포레스트아레나는 마치 유럽 축구 경기장들 명칭처럼 세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구장의 정식 명칭은 포레스트아레나가 아닌 DGB대구은행파크가 됐다. DGB는 대구은행의 영어 이니셜이고, 여기에 대구은행을 더해 '확인 사살'까지 했다. 아레나 명칭 유지안도 포함됐지만, 대구은행 임직원들의 투표 결과 지금의 이름이 완성됐다.

대구은행은 대구FC를 2003년부터 지원한 최대 후원 기업, 메인스폰서다. 대구 유니폼 가슴에는 DGB, 대구은행 등이 새겨진다. 최대 후원 기업이라고 해서 새구장 명칭에까지 은행명을 포함시킨 건 아니다. 대구 조광래 사장은 "원래 우리 구단을 후원하는 비용과 별개로 경기장 명칭 사용권에 대한 계약을 따로 했다"고 밝혔다. 구단은 액수를 정확히 공개하기 꺼려하는데, 알려지기는 기간 3년에 총액 45억원 규모의 계약이 했다고 한다.

최근 프로야구 구단들이 새 구장을 건설하며 지역명과 팀명이 들어간 새 구장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등이다. 하지만 이 사례들과 대구의 사례를 동일 선상에 놓고 보면 안된다. 야구단들은 구장 명칭 사용권을 따로 판매한 게 아니라, 구장 건설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지역명과 기업명을 넣어 구장 이름을 짓는 게 대부분이다. 투자를 했으니, 이런 방법으로라도 홍보효과를 보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대구는 온전히 구장 명칭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3년 45억원의 수익을 올리게 됐다. 계약 규모를 떠나, 이런 구장 명칭 사용 계약 사례가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나왔다는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스포츠 선진국 미국에서는 '네이밍 라이츠'라고 해서 구장 명칭 사용권을 외부 기업에 파는 게 주 수익원 중 하나다. 일례로 추신수가 뛰는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은 2014년 보험회사인 글로브 라이프와 10년 5000만달러(약 560억원) 계약을 했다. 텍사스의 홈구장은 10년간 글로브라이브파크로 불리우게 된다. 야구, 축구, 농구, 미식축구 가릴 것 없이 대부분의 구장들이 갖가지 기업들의 홍보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 프로스포츠도 구단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이런 모델이 필요했는데, 대구FC가 처음으로 계약을 성사시켰다. 물론, 다른 기업이 아닌 메인스폰서의 중복 투자라는 아쉬운 점은 있지만 시작이 있어야 다른 구장과 다른 종목에도 구장 명칭 사용 계약이 또 이뤄질 수 있기에 의미가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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