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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신뢰'위해 도입한 VAR, 도리어 '불신'을 키웠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9-04-15 10:03


강원FC 김병수 감독이 14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FC서울과의 홈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그냥 웃을래요."

"아니 이게 말이 되냐고!, 심판 나오라고 해."

당사자인 강원 김병수 감독은 그냥 허탈한 웃음만 지었다. 오히려 지켜보던 이들이 버럭 성을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4일 춘천 송원스포츠타운에서 교차된 표정들. 이날 홈팀 강원FC는 '하나원큐 K리그1 2019' 7라운드 FC서울전을 치렀다. 결과는 1대2 패배. 강원은 3연패에 빠졌고, 서울은 2연승으로 콧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이날 매우 찜찜한 장면이 있었다. 화끈하게 맞붙어 깔끔하게 승패가 갈린 경기라고 보기 힘들다. VAR 시스템이 말썽이었다. '신뢰'를 위해 도입했지만, 이날 만큼은 오히려 '불신'을 키우고 분쟁을 만들어냈다. 강원 팬들은 이례적으로 경기 후 심판진을 향해 적개심어린 항의를 했다. 강원 구단 관계자들도 이날 현장을 찾은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와 심판평가관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없다는 걸 이미 알지만, 가만히 있을 순 없었기 때문이다.


FC서울 페시치가 14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FC와의 원정경기 때 전반전 선제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이처럼 강원 팬과 구단 관계자들을 격앙시킨 건 전반에 나온 VAR 판정 때문. 이날 VAR은 전반과 후반에 각 1회씩 총 2회 나왔다. 전반은 오프사이드, 후반은 페널티킥 반칙 상황. 여기서 전반 VAR이 문제였다. 후반 상황도 약간 애매했지만, 이해할 수 있는 면이 컸다.

0-0이던 전반 23분경이었다. 중앙선 부근에서 황현수가 전방으로 띄워준 공을 페시치가 논스톱으로 왼쪽 고요한에게 연결, 고요한도 역시 원터치로 앞쪽의 조영욱의 머리쪽으로 띄워준다. 조영욱은 머리로 살짝 방향만 바꿔 앞에서 쇄도하던 페시치를 향해 떨궈줬다. 그대로 페시치의 왼발 원터치 슛. 황현수부터 5번의 원터치 패스로 만든 멋진 골.

하지만 이때 오른쪽 선상에 있던 윤광열 제2부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그러자 김용우 주심은 VAR을 가동했다. 무선 장비를 통해 VAR센터의 이야기를 한동안 듣던 김 주심은 그대로 골을 선언했다. 오프사이드가 아니라는 것. 그런데 이때 김 주심은 직접 VAR을 보지 않은 채 이야기만 전해 들었다. 애매한 장면이 두 차례나 나온 상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다.


◇FC서울 고요한(노란 동그라미 안)이 전반 23분경 앞쪽의 조영욱에게 패스하는 장면. 고요한의 발이 공에 닿기 직전 조영욱의 위치는 강원 수비수와 같은 선상 혹은 약간 뒤쪽에 있다. 사진=SPOTV 화면 캡쳐
실제로 경기 영상을 재확인했다. 10초 남짓 짧은 순간, 두 차례나 '오프사이드 의심' 장면이 나왔다. 하나는 우선 고요한의 원터치 로빙 패스가 조영욱의 머리에 맞을 때(사진 1)다. 오프사이드 논란의 여지가 충분히 있는 장면. 실제 현장에서는 헷갈릴 수 있다. 그러나 영상으로 자세히 보면 패스가 출발할 때 조영욱의 위치가 오프사이드 트랩을 벗어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FC서울 조영욱(노란 동그라미 안)이 전반 23분경 헤딩으로 골지역을 향해 쇄도하던 페시치에게 공을 떨어트려주는 장면. 조영욱의 머리에 공이 닿아 패스가 시작되려는 순간, 페시치가 강원 수비수보다 한 발 정도 더 앞에 나와 있다. 사진=SPOTV 화면 캡쳐

문제는 두 번째 장면이다. '장면 1'이후 조영욱이 헤딩으로 페시치에게 공을 연결했을 때. '사진 1'에서 조영욱과 고요한 사이에 있던 페시치는 곧장 골문으로 달려나간다. 조영욱은 그걸 보고 그 방향에 맞춰 머리로 공을 떨어트렸다.(사진 2) 그러나 영상으로 확인해보면 조영욱이 살짝 점프해 막 머리에 공이 닿을 무렵, 페시치의 위치는 수비수보다 한 발 정도 앞쪽에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윤광열 제2부심은 오른쪽 사이드라인에서 그 위치를 보고 있었다. 그래서 오프사이드를 선언한 것이다.

김 주심과 VAR센터 사이에 어떤 내용의 통신이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전반의 VAR은 두 장면을 모두 확인했어야 했다. 그런 면에서 김 주심이 직접 VAR 화면을 확인하지 않은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직접 확인했다면 판정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이 컸다. 결과적으로 이로 인해 시즌 초반 또 다시 K리그1 심판의 권위와 신뢰도가 크게 추락하게 됐다.

이날 현장에 온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첫 번째(고요한-조영욱 패스)는 확실하지만, 두 번째(조영욱-페시치 패스) 장면은 조금 애매한 게 사실"이라며 "오늘 결과에 대해서는 심판평가회를 통해 다시 검토해보겠다. 오심이라면 해당 심판에게 징계를 내리고, 강원 구단에도 소명서를 보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페시치의 골과 강원의 패배는 수정되지 않는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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