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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박찬준 기자]'아니, 박지성이 3위? 이게 말이 돼?'.
윤진만 박찬준 기자
만=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이 중단된 상태에서 한국, 일본 기자들에게 '떡밥'을 던져준 것 같다. 고맙다.(웃음)
만=오늘 용기 한번 내보겠다. 이 순위가 말이 안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2위와 3위가 바뀌어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찬=그래도 박지성인데?
만=평소 가가와를 높이 평가했다.
찬=오랜만에 활활 타오른다. 일단, 대표팀 경력 다 빼고 유럽 커리어로만 따져보자. 박지성은 뭐, 설명이 필요할까. 한국땅에 해외축구를 뿌리내린 '해버지'(해외축구 아버지) 아닌가. J리그 교토퍼플상가에서 프로 생활 시작해 2002년 한-일 월드컵 맹활약을 통해 유럽에 진출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PSV 에인트호번 이적 초기 다소 부진했지만, 히딩크 감독의 배려 속에 2004~2005시즌 마침내 기량을 폭발한다. 특히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하드캐리하며 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AC밀란전 골 다들 기억하실 거다. 그 활약을 인상 깊게 본 알렉스 퍼거슨 당시 맨유 감독의 제안을 받고 2005년 맨유로 이적한다. 당시 맨유는 지금 '맹구' 소리를 듣는 맨유와는 차원이 다른 슈퍼클럽이었다. 그런 맨유에서 7시즌 동산 205경기에서 27골을 넣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무릎 부상 여파로 2014년 친정팀 PSV에서 은퇴한다.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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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좋다. 그럼 트로피로 이야기 나눠보자. 감당할 수 있겠나?
만=(절레절레)트로피는 하지마….
찬=에레디비지에 우승 1번, 네덜란드 FA컵 우승 1번, 요한 크루이프 실드 우승 1번, EPL 우승 4번, 준우승 3번, EPL 커리어 내내 1위 아니면 2위를 했다.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 1번, 준우승 2번, 리그컵 우승 3번, 클럽월드컵 우승 1번, 커뮤니티실드 우승 4번. 아우 숨차~.
만=박지성에 비하면 초라하다. 분데스리가 우승 2번, DFB포칼 우승 2번, EPL 우승 1번. 일본인 유럽파 중에선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적어도 트로피 부문에선 1위인 손흥민보단 낫다.
찬=여기까지 봐도 당연히 박지성이 우위 아닌가? 더 해야 돼?
만=팀내 위상도 따져 봐야지. 박지성은 맨유에서 소금같은 존재였다. 언성 히어로였다. 박지성은 오프 더 볼에서 뛰어난 능력 발휘했다면, 가가와는 온 더 볼 상황에선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클롭 감독이 부임 3년차에 헤비메탈 축구로 리그 우승을 거둔다. 마리오 괴체가 에이스 노릇을 할 때인데, 그런 팀에서도 가가와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찬=당시 가가와가 에이스였던 것은 인정) 클롭 감독이 '가가와, 네가 있어 우리 팀이 분데스리가 2연패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하지 않았나. 2년차때는 더 폭발한다. 독일 매체 '키커'가 선정하는 공격형 미드필더 월드클래스로 뽑힌다. 아시아 선수가 월드클래스로 분류된 건 1980년 차범근 이후로 처음이다.
찬=가가와가 잘했다는 건 알겠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에이스였던 적은 없지만, 맨유와 도르트문트 스쿼드 자체가 달랐다. 그때 맨유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라이언 긱스 등이 뛰었다. 주전이 아니었다고 평가절하할 이유가 없다. 경기력 얘기하는데, 박지성 정말 잘했다. 축구도사였다. AC밀란, 첼시전과 같이 빅경기마다 잘했다. 가가와는 큰 경기에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리고 박지성은 수비형 윙어라는 역사에 없는 포지션 만들어냈다. 기록이 조금 부족하지만, EPL 톱급 선수였다는 점 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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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끈질기네. 이 논쟁을 그만 끝내겠다. 그렇게 잘한다면서 왜 맨유에선 실패한 건가?
만=다 퍼거슨 때문이다. 2012년 영입할 당시 감독이 퍼거슨이다. '가가와 나와 함께 해보자'고 했을텐데, 그때 만약 '1년 뒤 내가 떠나긴 할 거야. 그래도 같이 할래?'라고 했다면 가가와도 고민했을 거다. 입단 첫 시즌,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에서 해트트릭 기록하고, 일본인 최초로 EPL 우승하는 등 아주 나쁘지 않았다. 퍼거슨 감독 최종전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것도 가가와였다. 알다시피 2013년 퍼거슨 감독이 은퇴하고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 부임했다. 같은 포지션에 마루앙 펠라이니가 들어오고 전술, 라커룸 분위기, 영입정책 등이 바뀌며 혼란기가 시작됐다. 박지성이 입단한지 1년만에 퍼거슨 감독이 나갔다면 지금과 같은 커리어를 쌓았을까? 상황 자체가 달랐다.
찬=박지성이라면, 윙백으로라도 잘했을 것 같다ㅋㅋ.(만=애슐리 영처럼?ㅋㅋ) 모예스 시절 맨유는 한 경기에 몇십 개의 크로스를 날리고 그랬는데, 그런 팀에서도 전술적으로 녹아들었을 거다. 박지성에게 손흥민과 같은 생산력은 없지만, 그래도 개인 퍼포먼스도 좋았다. PSV 마지막 시즌과 맨유 첫 시즌에는 돌파력 장난 아니었다. 퍼거슨 감독이 잘 써먹은 것도 있지만, 박지성 정도의 개인 능력이라면 어느 빅클럽에서라도 좋은 능력 보였을 것이다.
만=결론 내보자. 그럼 박지성이 적어도 2위는 해야 한다?
찬=당연하다.
만=그럼 개인자격으로 박지성에게 2위를 주겠다.(찬=뭐야ㅋㅋ) 2~3위를 다툴만한 임팩트를 보였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어쩌다 친가가와가 됐다.
찬=가가와도 좋은 선수인 건 맞다. 아마도 한 시즌 활약만을 놓고 따질 때는 가가와가 더 나을 수 있다.
찬=논쟁은 여기까지 하고, 우리가 한 번 아시아 역대 최고의 유럽파 TOP 5를 뽑아보자. 나는 차범근-손흥민-박지성-나카타-샤츠키흐. 가가와는 6~7등 정도다.
만=내 순위에는 반전이 있다. 1위는 박지성. 그다음은 차붐-손흥민-나카타-기성용. 가가와는 6위다. 나카타보단 떨어지는 것 같고, 10년 넘게 꾸준했던 기성용을 넣다 보니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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