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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이게 K리그의 힘' 성숙한 팬 문화가 완성, 뉴노멀 시대 글로벌 스탠다드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20-08-02 15:04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주=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이게 바로 K리그의 힘.

2020년 8월 1일. 대한민국 축구 역사가 새로 쓰였다. 코로나19 위기를 딛고 가장 먼저 그라운드의 문을 활짝 열었던 K리그.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팬과 함께' 축구를 즐기게 됐다. 1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전주와 제주 등 전국 6개 구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20' 6경기를 시작으로 뉴노멀 코로나19 시대를 열었다.


2020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과 성남FC의 경기가 1일 성남탄천종운동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1일 부터 전체 수용인원의 10%까지 관중 입장이 허용된 가운데 팬들이 코로나 방역 절차에 따라 입장하고 있다.
성남=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0.08.01/
▶코로나19 유관중 시대,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

지난 5월 개막한 K리그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무관중으로 진행했다. 경기장을 가득 채우던 팬들의 환호성은 옛 일이 됐다.

그렇게 세 달여가 흘렀다. 기류가 바뀌었다. 지난달 24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프로스포츠 관중 입장 재개 발표에 따라 관중석의 10% 규모로 관중 입장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연맹은 8월의 시작과 동시에 유관중 경기로의 전환을 결정했다. 다만, 완전한 형태의 유관중 경기는 아니다. 문체부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관중석의 10%만 개방하기로 했다.

경기 관람과 관련해 몇 가지 변화 사항도 있었다. 우선 확진자 발생 시 예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현장 판매 없이 온라인 예매로만 티켓을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입장 과정도 다소 까다로워졌다. 마스크 착용은 필수. 체온이 37.5도 이상일 경우 출입이 제한된다. 입장 관중은 QR코드(전자출입명부) 또는 수기 방명록을 작성하는 등 몇 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경기장 안에서도 최소 전후좌우 2칸 간격을 두고 착석해야 한다. 이 밖에 음식물 섭취 금지, 소기 지르기 등 비말 접촉 우려가 높은 행위는 일절 금지.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박수만으로도 충분, 그라운드 빛낸 시민 의식


뚜껑이 열렸다. K리그 팬들의 성숙한 시민 의식이 빛났다. 1일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대결이 펼쳐진 전주월드컵경기장. 팬들은 스스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나섰다. 발열체크→QR코드 작성→입장권 확인 등 세 단계로 이뤄진 입장 시 자칫 붐빌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한 것. 오후 3시30분부터 대기했다는 이일범 씨는 "요코하마전 이후로 처음 경기장에 온다.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 천만 다행이다. 더 많은 분과 함께 하고 싶다. 언젠가는 '오오렐레'도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경기장을 찾은 임우주 군은 "오랜만에 경기장에 왔다. 비가 와서 아쉽기는 한데 경기를 볼 수 있어서 좋다. 입장 단계는 복잡하지만 이렇게라도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어린 팬들도 의젓한 모습으로 성숙한 시민 의식을 뽐냈다. 부모님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박예빈 양은 "엄마와 떨어져 앉아야 한다. 괜찮지는 않다. 하지만 축구 보고 싶어서 왔다"고 설명했다. 예빈이 어머니 이태년 씨는 "가족도 떨어져 앉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고민은 없었다. 아이들도 불편해하지 않고 규칙을 잘 따라줄 것으로 믿었다"고 전했다.

그랬다. 팬들은 이전과 다른 관람 환경 속에서도 잘 적응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그 어떠한 함성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선수들을 향한 박수만 울려 퍼질 뿐이었다. 골이 터질 때 나오던 '오오렐레'는 현수막으로 대신했다. 호평이 이어졌다. 연맹 관계자는 "K리그 팬들이 보여준 의식은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조세 모라이스 전북 감독은 "팬들께서 답답한 부분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규칙을 잘 지켜주셨다. 감사하다. 팬들이 경기장에 오신 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게 힘이 된다. 앞으로도 경기장에 많이 와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기동 포항 감독 역시 "경기 전에 선수들과 좋은 경기 하자고 말했다. 확실히 운동장에 팬이 계셔서 좋았다. 응원해주시니 좋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전북의 김보경도 "팬들이 와 계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응원, 호응이 제한이 있었지만 박수로 힘이 됐다. 팬들께서 경기장에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유관중 10%, 구단들 손익 계산서 대신 팬 사랑만 생각

연맹에 따르면 유관중 첫 날 K리그1(1부 리그) 3경기, K리그2(2부 리그) 3경기에 총 7242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예매 가능 좌석 1만502석 중 68.9%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았다는 점, 장마였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적지 않은 팬들이 축구장을 찾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팬들의 축구 사랑. 구단은 '손익 계산서' 대신 오직 '팬 사랑'만 생각했다. 사실 구단 입장에서 경기장의 10% 관중만 받는 것은 오히려 손해다. 전문가들은 "최소 40% 이상의 관중을 받아야 경기 운영 비용과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각 구단은 유관중 전환을 위해 기존보다 많은 운영 요원을 투입했다. 체온계 등도 추가로 배치했다.

허병길 전북 대표는 "정말 오랜만에 팬과 함께 경기를 치른다. 코로나19, 장마 등으로 변수가 많았지만 팬과 함께할 수 있게 돼 정말 감사하다. 팬들의 안전을 위해 기존보다 많은 운영 요원을 투입했다. 이제 남은 것은 선수들의 멋진 경기"라고 전했다.


전주=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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